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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30일에 열린 베스트와인의 제44차 와인 아카데미에서는 여름특집으로 장어구이와 각 지역과 품종을 대표하는 8가지의 레드 와인 그리고 전통주 복분자주까지 준비되어 매칭을 시도했다. 또한 베스트와인과 CASA del VINO의 은광표 대표가 음식과 와인 매칭방법과 연관 관계에 대해 강의를 하여 참석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와인과 음식의 끈끈한 인연
유럽에서 와인은 음식의 역사에 포함되어 있다. 와인 뿐만 아니라 식사 때 모든 음료를 선택하는 소믈리에 또한 중세 때 식품보관을 담당하는 솜(Somme)이라는 직책에서 유래되었다. 음식에 어울리기 위해서 구세계의 와인들은 산도가 발달된 편이고 생산지역의 고유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대표적으로 샤블리(Chablis)와 굴, 부르고뉴 피노누아(Pinot Noir)와 꼬꼬뱅(Coq au Vin)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음식과의 매칭 혹은 정찬 순서에 따라 와인을 달리 부르는데, 식전주로 에피타이저와 마시는 Aperitif Wine, 메인 디쉬와 마시는 Main Wine, 디저트와 마시는 Dessert Wine 이다. 흔히 알고 있는 육류요리는 레드 와인과, 생선요리는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는 상식은 단편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요리에 쓰인 재료도 중요하지만 소스에 따라서, 조리방법에 따라서 와인의 선택이 상당히 달라진다. 같은 쇠고기라도 생등심 숯불구이와 불고기, 육회 등 양념을 했느냐 안 했느냐와 구이냐 생이냐에 따라 와인의 선택도 달라져야 한다.
와인과 음식의 매칭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된 결과로서 와인과 음식이 거의 같은 지역인지 또는 개인적 취향에 따라 이루어진다. 초콜렛이나 케이크 같이 달콤한 음식에는 달콤한 와인(강화 와인) 이나 도수가 높은 와인(포트, 쉐리 등)이 잘 어울린다. 기름기가 있는 음식에는 신맛이 있는 와인, 단백질이나 지방 함유가 높은 음식에는 탄닌이 풍부한 와인, 진한 소스의 음식에는 바디감이 묵직한 와인, 가벼운 소스의 음식에는 가벼운 느낌의 와인이 잘 맞는 편이다. 짜고 매운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은 찾기가 매우 어려운데, 다소 신맛이 많은 와인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음식과 와인의 매칭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음식과 와인이 각각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수준이 서로 비슷한지, 떨어지던지다. 몇 시간 동안 소의 뼈를 고아서 만드는 설렁탕과 황태와 여러 야채를 넣어 끓이는 황태 지리탕이 분명 입 안에서 느끼는 질감이나 무게감이 다르다. 음식과 와인을 함께 할 때 서로 균형이 맞지 않으면 와인도 음식도 맛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균형과 어울림을 잘 생각해야 한다.
와인이 서양의 술이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의 음식과의 매칭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김치나 된장 찌개 등 양념이 진하고 자극적인 음식과 맞는 와인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에 부는 웰빙 열풍으로 자극적인 음식보다 담백한 음식들이 서서히 주목받고 있으며 우리나라 음식과 매칭 시도도 많이 생기고 있어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를 기대해본다.
와인과 장어구이가 만났을 때…
자양강장에 좋은 스테미너식인 장어구이는 특제 양념을 세 번 이상 발라 구워져 제공되었다. ‘장어구이와 와인의 만남’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 Catena Alta Malbec 2001
품종 : Malbec
아르헨티나 Mendoza 에서 생산된 최고의 말벡으로 만든 와인이었지만 장어구이와는 잘 맞지 않았다. 잘 익은 탄닌의 부드럽고도 우직한 맛이 장어구이, 특히 양념과는 잘 어울리지않다고 느껴졌다.
& Gevrey Chambertin 1998, Louis Jadot
품종 : Pinot Noir
피노 누아에게 장어는 좀 과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름지고 더구나 양념까지 한 장어구이는 부르고뉴에서 진하다고 평가받는 Gevrey Chambertin 이었는데도 균형이 맞지 않았다.
& Barbaresco 1999, Albino Rocca
품종 : Nebbiolo
이태리 북부 피에몬테는 음식들과 와인 모두 진하고 무거운 편이라 잘 어울리지 않을까 했지만, 와인이 장어구이보다 묵직한 쪽이었다. 검은 과실류에서 나는 향과 맛이 진해서 장어구이의 달콤한 맛과 기름진 질감을 살리지 못했다.
& Vigna del Sorbo Chianti Classico Riserva 2001, Fontodi
품종 : Sangiovese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끼안티 끌라시꼬 또한 바르바레스코와 함께 매칭에는 좀 부족했다. 바닐라향과 오크의 구수한 향이 마일드한 느낌을 주어 와인 자체로는 훌륭했지만 장어구이와는 어울리지 못하고 겉 도는 느낌이 들었다.
& Ch. Sociando Mallet 2000
품종 : Cabernet Sauvignon, Merlot Blending
커피 원두와 검은 과일류의 향이 풍부한 이 와인은 실크 느낌의 탄닌과 파워가 인상적이었지만 앞으로 몇 년 후가 더 기대되었다. 장어구이와는 최고의 매칭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맞는 편이었다.
&Casa Real 1997, Vina Santa Rita
품종 : Cabernet Sauvignon
단 과일의 맛이 많이 나고 파워보다는 실키한 부드러움이 극치를 이루는 와인으로 장어구이의 기름진 질감과 꽤 어울렸다. 더구나 달콤한 피니시는 달콤한 양념 맛과 잘 어우러졌다.
& Côte Rotie 1999, E.Guigal
품종 : Syrah
마른 흙, 나무향과 미네랄 느낌이 풍부해서 전형적인 론 지방의 시라 스타일을 보여주는 이 와인은 장어구이와 잘 어울려, 시라 품종이 아시아권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Amarone 1999, Allegrini
품종 : Corvina
말린 과일의 달콤한 맛과 독특한 허브의 맛이 나고 우아하고도 강렬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이 와인이 장어구이와 제일 잘 맞는 와인으로 뽑혔다. 장어구이만의 소스와 질감, 씁쓸한 뒷맛 등 잘 어울렸다.
[순위를 매긴 결과]
1. 선운사 복분자주
2. Amarone 1999, Allegrini
3. Côte Rotie 1999, E.Guigal
4. Casa Real 1997, Vina Santa Rita
5. Ch. Sociando Mallet 2000
6. Vigna del Sorbo Chianti Classico Riserva 2001, Fontodi
6. Barbaresco 1999, Albino Rocca
7. Gevrey Chambertin 1998, Louis Jadot
7. Catena Alta Malbec 2001
선운사 복분자주와 장어구이의 어울림은 같은 지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음식과 와인의 매칭에 정답은 없다. 와인에도 정답이 없듯이… 많은 시도를 함으로써 많은 경험이 쌓이게 되고 노하우가 생겨날 것이다. 오늘 저녁, 와인과 음식의 맛있는 실험을 해보는 건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