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의 키스처럼 달콤한 와인의 뿌리칠 수 없는 유혹
미각 중에서도 단맛은 특별하다. Sweet, 달다 란 말은 아름답다, 즐겁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행복하다 등과 같은 표현을 할 때 사용되고 있으며 현실이 아닌 꿈을 얘기할 때도 빼놓을 수 없다.
오감(五感) 중 특히 단맛이 이끌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연구보고에서 밝혀졌고 피로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단 음식을 찾게 된다. 그래서 되는 일이 없고 우울할 때는 초코렛 한 조각을 먹으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지난 제50차 와인 아카데미에서는 이 특별한 맛, 단맛을 가진 스위트 와인을 한자리에 모아 시음할 수 있었다.
강화와인을 빼곤 스위트 와인은 화이트 와인 계열이고 높은 당도를 가진 포도로 만든다는 점이다. 천연적으로 진한 당도가 높은 포도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늦수확(Late Harvest), 곰팡이(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균을 이용하거나 포도알을 얼리는 방법이 있다.
정상적인 포도 수확을 늦춰 포도를 수확하면 수분이 마르면서 당분과 산성 수치가 높아진다. 이렇게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것이 보편적이다.
가장 극단적인 방법은 곰팡이균을 이용한 것으로 이 보트리티스 시네리아는 차가운 아침과 따뜻한 오후가 교차되면서 포도송이가 얼고 녹기를 되풀이되면서 생기는 곰팡이다. 일명 노블 와인(noble wine)이라고 불리는 이 와인은 보르도 소테른, 독일 그리고 헝가리가 대표적인 생산지역으로 손꼽힌다.
또 다른 방법은 포도의 수분을 모두 얼려 꿀같이 진한 당도를 얻는 아이스 와인은 독일과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하다. 포도를 12월에서 1월까지 수확하지 않고 얼 때까지 밭에 그냥 두었다가 언 상태의 포도를 수확해서 만든다.
이런 스위트 와인은 스타일과 기후대에 따라 이름이 다르게 불려지고 있다. 늦수확을 통해 스위트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들은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칠레, 호주 등 점점 확대되고 있다. 아이스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캐나다, 호주, 캘리포니아 등이 있다.
보르도의 소테른 와인은 스위트 와인의 최고봉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데, 이 소테른은 15~20°C, 습도가 90%를 유지시켜주고 수확철에 비가 많이 와서 자연적으로 보트리티스 시네리아가 잘 생기는 조건을 갖췄다. 이 귀부 와인은 독일에서 베른아우스레제(Beer-enauslese)와 트록켄베른아우스레제(Trokenbeere-nauslese)으로, 헝가리의 토카이(Tokay)로 불려진다.
아이스 와인의 경우,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아이스 바인(eis wein),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ice wine) 등이 있다. 덧붙여 인위적 아이스 와인 범주에는 호주와 캘리포니아가 포함된다.
스위트 와인을 만드는 대표적인 포도품종은 리슬링(Riesling)과 세미용(Semillon)이다. 독일 스위트 와인의 대부분은 리슬링, 보르도 스위트 와인에는 세미용이 쓰인다.
이외에 프랑스 루아르(Loire) 지방의 스위트 와인에는 슈냉(Chenin)과 뮈스카(Muscat), 또한 론 지방 봄 드 베니스의 VDN(vin doux naturel, 감미의 포도주)도 뮈스카이다. 그리고 알자스에서는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tztraminer),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은 푸르민트(Furmint),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에는 비달(Vidal) 등이 쓰인다.
시음와인 소개
1. Errazuriz, Late Harvest 2004
칠레 카사블랑카에서 100% 소비뇽 블랑으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산뜻한 단맛을 느낄 수 있었다. 소비뇽 블랑이 가진 산도가 단맛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듯 싶었고 레몬, 살구의 향이 코 끝에 남았다.
2. Windisch, Scheurebe Eiswein 2004
실바나(Sylvaner)와 리슬링을 교배해서 만든 품종인 소우레베(Scheurebe) 100%로 사과와 미네랄 향이 나고 약간 구운 향도 은은하게 난다. 달콤한 맛이 부담스럽지 않고 매력적이다.
3. Pillitteri Ice Wine, Vidal 2002
100% 비달로 광택 나는 황금빛, 꿀과 복숭아의 향이 매우 강하다. 부드러운 텍스처, 입 안을 꽉 채우는 무게감은 진한 초코렛과도 잘 어울렸다.
4. Clos L’Abeilley 2000
세미용, 소비뇽 블랑, 무스카델을 블랜딩해서 만든 와인. 약간 오일리한 향, 바닐라, 약간의 매콤한 향이 느껴져서 독특한 인상을 주었다. 중간 정도의 바디감, 버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5. Tempus Two, Botrytis Semillon 2002
반짝이는 순금빛깔, 오렌지 마말레이드향과 꿀향을 느낄 수 있으며 풍부하고 진한 맛이 난다. 세미용의 풀바디가 느껴지는 와인
6. Chateau d’Yquem 1999
아직 어린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밀랍과 벌꿀, 살구의 풍부한 향은 진하고 오래 풍겼다. 피니시에서 약간 스파이시한 맛과 향, 무게감이 느껴져 앞으로 어떨지 기대가 되는 와인
7. Cacchiano, Vin Santo 1998
스페인의 쉐리, 브랜디 향, 호두 같은 견과류 등의 향이 풍기고 초코렛의 달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피니시 또한 긴 편.
8. Royal Tokaji, Blue Label 5 Puttonyos 1999
맑은 석류빛이 살짝 도는 빛깔로 열대 과일향과 꿀향이 가득하고 밀크 카라멜의 맛이 도드라졌지만 다른 과일 맛이 조화를 이뤄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9. Graham’s Port Aged 10 Years Tawny Port NV
따스한 느낌의 호박색을 띠고 나무 같은 우디향과 강한 알코올향이 코를 찔렀다. 약간 강한 듯한 과일의 신맛과 알코올과 어우러져 톡 쏘는 듯한 맛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