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너리 구석구석 돌아보기!
우리는 정원을 가볍게 산책한 후 뒷뜰을 통과하여 또 다른 문을 열고 와인 생산 설비 시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시멘트용기(槽)와 오크 배트(Oak Vat) 그리고 스테인레스 탱크 등으로 되어있는 발효 탱크와 저장 탱크를 둘러본 다음 지하 계단을 타고 내려가 오크 배럴 저장 시설 쪽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안드레스의 말에 의하면 오크 배럴 저장 시설은 약 628백만 리터의 능력을 갖춘 남미에서는 가장 큰 저장 시설이란다.(안드레스는 남미에서 가장 큰 저장 시설이라고 했지만 나는 사실 이보다 더 큰 저장 시설을 갖춘 회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리고는 또 하나의 지하 계단 입구에 섰다. 입구 바로 위에 목조 간판이 하나 보인다.
"Casillero del Diablo"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 더 데블스 셀러)이름하여 "The Devil's Cellar"이다. 우리말로 하면 "악마의 셀러"라고 해야될까? 적확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와인을 얘기할 때는 보통 악마보다는 천사라는 얘기가 나오게 되는데, 부연하면 와인을 잔에 따라 비스듬히 기울였다 다시 세우면 글라스 벽에 서서히 흘러내리는 점액을(viscosity)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이를 "천사의 눈물"이라 하고 또 오크 배럴 숙성시 자연 발생적으로 증발하는 와인을 가리켜 "천사의 몫"이라고 하는데 이렇듯 '천사'가 아닌 '악마'라는 말이 쓰여졌다니 자못 흥미로운 일이 아닌가 !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안드레스의 설명을 들었다.
안드레스의 얘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Don Melchor는 집을 산티아고와 삐르께에 두고 있었는데 자동차가 없던 시절이라 말을 타고 삐르께와 산티아고를 오가며 하루는 삐르께에 또 하루는 산티아고에서 묵곤 했다. 그런데 삐르께를 비울 때마다 꼭 지하 셀러의 와인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멜초르는 이제는 더 이상 와인이 사라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싶어 연유를 캐기로 작심을 하고 산티아고로 가는 척하고는 지하 셀러로 숨어들어 갔다.
그리고 한 밤이 되기를 기다리던 중 드디어 자기 회사의 종업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멜초르는 종업원들 앞에 바로 나서는 대신 촛불을 들고 이리저리 흔들며 이상한 소리를 내어 마치 악마가 셀러에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한 것이다. 종업원들은 그만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고 말았다. 다음날 산티아고에서 돌아오는 것처럼 출근한 멜초르는 마침 손님이 있어서 손님과 정찬을 할 와인이 필요하게 되었다. 멜초르는 시침을 떼고 종업원에게 지하 셀러에 가서 와인을 가져오도록 시켰지만 어느 누구도 지하 셀러에 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이후로 이 셀러를 "Casillero del Diablo" 즉 "Devil's Cellar"로 부르게 된 것이다.
소설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 지하 셀러는 약 600평방미터의 장방형으로 1880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해마다 생산되는 Don Melchor 상표의 와인 20,000 상자를 이 저장 시설에 저장하며 이 20,000상자 중 500 상자는 팔지 않고 다른 쪽 한켠에 쌓아두고 있는데 연도를 거슬러 올라가 약 10년간의 빈티지를 보관한단다. 현재 대략 1987년 빈티지 와인부터 있을 거라는데 정말로 쇠파이프로 칸막이를 한 다른 한 쪽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한 눈에 보아도 오랜 기간 해를 거듭하며 ?だ見?먹어가고 있는 와인들이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지하 셀러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다시 셀러 내부쪽 문 윗 부분에 오래되어 보임직한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이 그림은 'Los Borrachos'라는 스페인의 궁정 화가로 이름을 날렸던 벨라스께스의 원화라고 하는데 술의 신 바쿠스가 술통 위에 앉아 있고 주위에는 술에 취한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런데 스페인의 쁘라도 미술관에도 이 그림이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느 것이 진품인가 ?
"까시제로 델 디아블로"라는 이름이 그 그림을 이 셀러에서 영원히 걸려 있도록 지켜줄 것이라는 농담을 하며 셀러를 나왔다.
저택에서의 점심 식사.
이제 우리는 1883년에 완공되었다는 집의 내부가 궁금해졌다. 굳이 얘기도 꺼내기 전 그 집 게스트룸에 점심 준비를 하고 있다며 다시 저택 쪽으로 안내한다.
마당에서 돌계단을 오르는데는 약 10여 개의 돌계단이 있었고 신기한 것은 양쪽 돌계단의 기둥 아래 커다란 개의 좌상이 수호신처럼 지키고 있었다. 이 개의 좌상은 멜초르를 충직하게 따랐던 개를 기려 만들어 놓았단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내부는 정말로 중세시대의 한 성에 들어선 느낌이다. 높은 천장에 그려진 그림과 벽의 걸개 그림들, 윤이 반질반질 나는 고가구 그리고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인들이 그려진 병풍, 동양의 도자기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조금 전 입구에서 일본 사람들의 방문이 많다고 하였는데 이유를 알만했다. 집 내부를 이 방 저 방 살핀 후 우리는 아직은 우리 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Don Melchor와 Marques(마르께스)의 사이에 있는 Terunyo(떼루뇨)라는 상표의 Sauvignon Blanc, Cabernet Sauvignon, Chardonnay의 2000년 빈티지와 코스 요리로 점심을 즐겼다.
- 한독와인주식회사 대표 김 학균 -
1. 칠레에 발을 내려놓다.
2. ViÑA CONCHA Y TO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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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칠레의 화이트 와인/카사블랑카 밸리의 보석: 소비뇽 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