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 청담동의 와인바 카사델비노(Casa del Vino)에서는 베스트와인 주최의 제 11차 와인 아카데미 - "Opus One 수직 시음회(Vertical tasting)"가 열렸다.
세계 백대 와인이기도 한 Opus One의 이번 수직 시음회는 1998, 1997, 1996, 1992, 1989, 1985, 1984, 1982 그리고 1981년 산까지 모두 9개 빈티지의 와인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었던 매우 뜻 깊은 자리였으며 참석한 와인 애호가들 모두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었으리라 사료된다.
아래의 테이스팅 노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각 빈티지별 Opus One의 향기와 맛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글을 연다.
"작품 1번" 의 오묘한 세계로..
Opus One은 1978년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 샤또 무통 롯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의 남작 필립 롯드쉴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가 50대 50으로 합작 투자하여 구입한 나파밸리 오크빌의 재배지(108에이커)에서 양조한 와인으로 연 평균 2만4천에서 3만 케이스가 생산되는 와인이다. 첫 빈티지였던 1979(2000 케이스)년 이래로 올해 23주년을 맞는 Opus One은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지속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세계인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Opus One이란 이름은 라틴어에서 기원한 것으로 남작 필립 롯드쉴드가 음악 용어인 작품(Work)이란 뜻의 "Opus"란 단어에 "One"이란 단어를 덧붙여 '작품 1번(Op.1)'이란 뜻으로 명명한 것이다.
이 와인은 처음에 로버트 몬다비사의 양조 시설을 이용하여 양조되어 오다가 1991년부터는 로버트 몬다비사의 양조장 건너편에 새롭게 양조장을 신축하고 이 곳에서 양조해오고 있다. 까베르네 쇼비뇽을 기본 베이스로 하여 블랜딩되는 Opus One은 프랑스 와인 스타일의 영향을 받아 뛰어난 향의 복합미와 농축된 맛이 일품이다. 흙 내음이 어우러진 풀향, 진한 커런트 향, 힘이 느껴지면서도 벨벳과 같은 부드러운 감촉의 탄닌이 특징적이다.
일반적인 오퍼스 원의 배합은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와 까베르네 프랑 품종으로 이루어진다. 까베르네 쇼비뇽의 배합 비율이 1980, 1984, 1985, 1987, 1990, 1991년에는 80-95%로 각 빈티지에 따라 다양하게 배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최근의 빈티지 특히 1991년과 같은 경우에는 탄닌이 강하고 견고하여 오랜 숙성을 요하는 와인이 생산되었다.
토양과 기후
>> 나파밸리의 토양
나파밸리 지역은 자그마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토양이 존재하는 매우 특별한 지역이다. 기원전에 존재한 화산 해양 충적 토양은 백만년 전 일어난 지질학적 사건으로 각기 만들어진 것이다. 나파 계곡은 지각 변동이나 화산 활동뿐 아니라 현재의 욘트빌 마을까지 일시에 영향을 미친 충적수와 산파블로(San Pablo)의 범람으로 형성된 지역으로 확인된 토양만해도 40여 가지에 이르며 이 외 140여 가지의 변종 토양을 지닌 곳이다. 배수가 잘되는 자갈 점토에서부터 습기를 먹는 침니 진흙에 이르기까지 토양의 종류는 그 깊이와 비옥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한다.
>> 오크빌의 토양
오크빌의 토양은 계곡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면서 변화를 갖는다. 자갈이 많은 선상지인 서쪽의 평평한 대지는 나파 강둑의 토양과는 매우 다르다. 즉 화산성의 파편암과 높은 수소 이온 농도(pH)를 지닌 토양이다.
>> 나파 밸리의 기후
나파 밸리 지역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즈음 낮이 길어져 해의 호가 북쪽의 내륙 계곡을 거쳐 중앙 계곡까지 이동하게 되면 공기는 더워져 부풀고 반면 기압은 떨어진다. 이 두 힘이 한꺼번에 작용을 하면 한 힘은 밀어내는 우수한 북서풍이 되고 다른 힘은 내륙 계곡에서 진공 또는 흡입 효력을 발휘한다. 이 결과 근해의 산악 지방을 따라 산파블로(San Pablo) 만과 여로 협곡 특히 페타루머(Petaluma) 협곡까지는 거대한 해양의 찬 공기와 안개가 끼게 마련이다. 오전 10-11시가 되면 해의 열기로 안개는 사라진다. 안개는 평소 계곡 위에 떠 있기 때문에 습기를 높여주고 온도를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단계적인 주기는 중앙 계곡의 온도를 낮추는 효과를 갖는다. 나파 지역에서는 밸리쪽으로 1마일 올라갈수록 온도가 화씨 1도씩 상승한다.
>> 오크빌의 기후
오크빌은 약간 서늘하고 러더휘드는 약간 덥지만 두 지역 모두 까베르네 소비뇽의 성장에 알맞은 기후이다. 그러나 오크빌은 '화씨 열 총량일'이 연평균 3,039-3,124에 이르러 보르도보다 훨씬 더운 지역에 속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강우량은 연평균 35인치이나, 연평균 강수량이 크게 변동하는 해가 많다.
>> 성장 계절
열 총량은 풍부하지만 선선한 저녁기온과 아침 안개는 포도의 익는 주기를 느리게 하여 산기를 잘 유지시킨다. 추수는 소비뇽 블랑의 경우 8월 중순에서 말경에, 샤도네이는 8월 셋째 주에서 9월 둘째 주사이에, 그리고 까베르네 소비뇽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10월 첫 주경 수확이 이루어진다.
Vintage 별 Opus One의 개성과 매력을 찾아..
>> 1998 Opus One
- Blend : Cabernet Sauvignon 90%, Cabernet Franc 9%, Merlot 1%,
Blend of Petit Verdot, Malbec 1%
- Production : 25,0000 cases
⊙ Tasting note : 진한 자주색의 와인으로 진한 커런트와 검은 딸기, 마호가니, 바닐라, 볶은 에스프레소, 캬라멜등의 복합적인 향을 느낄 수 있으며 더불어 탄닌이 유연하고 감미로워 부드러운 식감을 준다. 또한 오래 지속되는 뒷맛과 함께 탄력이 있는 중질감의 와인이다.
>> 1997 Opus One
- Blend : Cabernet sauvignon 82%, Cabernet Francv 8%,
Merlot 5%, Malbec 4%, Petit verdot 1%
- Production : 26,000 Cases
예년의 빈티지보다 일조량이 풍부하여 10여년간 에이커당 수확률이 최저였던 Opus One 농원에 포도싹의 높은 수정률과 더불어 많은 수확률을 가져왔다. 추수는 정확히 11일로 일찍 그리고 대단히 급히 이루어졌다.
⊙ Tasting note : 이 와인은 커런트, 검은 버찌, 샐비어잎, 바닐라, 감초, 구운오크의 농축향 뿐 아니라 광물질, 가죽향까지 복합적인 향이 난다. 탄닌은 이미 순해져 와인은 비단 같이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미각에서는 검은 딸기, 정향, 구운 커피 맛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와인은 매우 우아하면서 더불어 활력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 1996 Opus One
- Blend : Cabernet Sauvignon 86%, Cabernet Franc 8%,
Merlot 3%, Malbec 3%
- Production : 30,000 Cases
1996년 봄에 내린 비는 특히 메를로와 말벡 포도 품종의 수확량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봄철 기온이 예년보다 낮았지만 곧 이어 대단히 무더운 여름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확은 단기간 내에 끝났고 작황도 좋았다.
⊙ Tasting note : 탄닌이 풍부한 매우 힘차고 감칠맛 나는 적포도주이다. 까치밥나무 열매, 할미꽃, 미네랄과 민트향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입안이 마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까베르네 쇼비뇽의 흙내 나는 잔상은 Opus One의 향과 짙게 농축된 맛에 복합성을 더해주고 동시에 벨벳 같은 부드러움을 준다.
>> 1992 Opus One
- Blend : Cabernet Sauvignon 85%, Cabernet Franc 13%, Merlot 2%
- Production : 26,000 cases
봄 내내 지속되었던 좋은 날씨는 포도 꽃봉오리를 정상적으로 자라게 하였으며 최상의 성장 조건이 되었다. 한 여름의 건조하고 더운 날씨와 때때로 아주 무더운 날씨는 포도의 성장 기간를 단축시켜 1992년에는 추수가 대단히 이른 시기에 이루어졌으며 탄닌이 많은 강한 와인이 생산됐다.
⊙ Tasting note : 농익은 검은 버찌, 까치밥 나무 열매, 마호가니 향 등이 은은하며 탄닌은 부드러워져 이 빈티지에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 1989 Opus One
- Blend : Cabernet Sauvignon 93%, Cabernet Franc 6%, Merlot 1%
표준 수확량을 산출하는 전형적인 성장 기후의 본보기로 서늘한 계절이 우세했다. 9월말과 10월에 계절에 맞지 않게 내리는 비는 추수를 지연시킬 뿐 아니라 향기가 빈약한 와인을 생산한다.
⊙ Tasting note : 농익은 커런트, 검은 딸기 버찌의 풍부한 향이 매우 향기롭고 비교적 탄닌이 견고한 와인이지만 오크 풍미와 흙 내음의 미감에 견고한 탄닌과 향이 가려진다.
>> 1985 Opus One
- Blend : Cabernet Sauvignon 90%, Cabernet Franc 4%, Merlot 6%
- Production : 26,000Cases
오퍼스 원의 설립 이후 나파 밸리의 가장 훌륭한 빈티지인 1985년은 꽃 봉오리가 일찍 피었고 성장 시기는 적당하였으며 기후는 건조하고 따뜻하였다.
⊙ Tasting note : 오랜 병 숙성의 과정을 거친 와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전형적인 벽돌색과 농익은 부드러운 커런트 그리고 검은 버찌향과 더불어 복합미가 매우 뛰어난 와인으로 부케는 대단히 향기로우며 탄닌은 유연하다.
>> 1984 Opus One
- Blend : Cabernet Sauvignon 97%, Cabernet Franc 3%
이해에는 늦은 겨울에 비가 오지 않아 토양이 건조하고 따뜻하여 꽃봉오리가 일찍 피었다. 오크빌 지역은 아침나절에는 서늘하고 오후에는 더웠지만 기록에 따르면 성장시기는 대단히 짧았으며 추수기의 이상적인 온도는 오랜 숙성 잠재력과 깔끔하고 균형이 잘 잡힌 과일향과 탄닌을 지니도록 만들어 냈다.
⊙ Tasting note : 와인의 외관, 숙성정도 향 등은 1985년 빈티지와 거의 대동소이하나 향이 좀 억제되고 약간 매운 듯하며 뒷맛은 있으나 조금 시큼한 차이가 있다.
>> 1982 Opus One
- Blend : Cabernet Sauvignon 82%, Cabernet Franc 16%, Merlot 2%
이해 겨울에 내린 비와 봄철의 따뜻한 기후는 이상적인 꽃과 포도 송이를 맺게 하여 공전의 풍작을 이루었다. 구월 중순 경 내린 비에 잘 견딘 까베르네 소비뇽과 여타 보조 포도 품종은 10년 내 즐길 수 있는 강한 과일향의 중질감 포도주를 만들었다.
⊙ Tasting note : 필자는 상당한 우려와 함께 1982년 와인 시음을 결행하였다. "잠시 후 걱정스러움에 찌푸려졌던 미간이 단번에 펴지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 이는 필자가 1982년 Opus One 의 시음 결과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와인은 보관 방법과 보관자에 따라 맛이 천차 만별이라고 한다.
이날 시음한 9개 빈티지의 와인은 미국 현지 Opus One 셀러에 보관되어 있던 것을 특별히 한국 와인 애호가들을 위해 공수해 온 것이다. 이런 와인이 였기에 와인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상태 여서 시음하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맛을 좌지우지하는 산, 알코올, 특히 탄닌 등이 힘을 잃고 있었던 것이 약간 아쉬운 점이었다.
>> 1981 Opus one
- Blend : Cabernet Sauvignon 93%, Cabernet Franc 7%
1981년은 나파 밸리의 역사상 가장 이르게 추수를 한 해다. 예년보다 적게 내린 비와 함께 온화한 겨울 날씨는 일찍이 꽃봉오리를 피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고 이는 무더운 여름 날씨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강하지는 않지만 우아한 향과 맛의 오래 장수 할 수 있는 와인을 만들어냈다.
⊙ Tasting note : 이 빈티지의 와인은 1982년 빈티지보다 산, 알코올 탄닌 등에서 조금씩 부족함이 느껴지고 산화하여 시큼한 맛이 났다. 이와 같은 현상은 포도 품종의 선택, 포도의 경작, 와인 양조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Terroir 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증하는 것이다.
[_이석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