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요새 왜 이렇게 교통이 막히는거야~??"
최근에 거리에 차가지고 나서시는 분들은 공감할게다. 옛날하고 많이 다르다. 옛날이라 봤자 한 두달 전이다. 30분에 갈 거리를 이제는 한 시간은 잡아야 한다. 월요일 이니깐 안 막히겠지 하면 큰 오산이다.
어떤 사람의 괴짜 판단… 왈,
항공기 사고 때문에 여행을 못가니깐 그만큼 서울의 차와 이동량이 늘었다는 얘기다.
휴~ 어쨌거나… 이렇게 내가 호들갑을 떨며, 운전대를 치며(?) 찾아간 곳은 삼성동의 새로생긴 KOEX Inter-Con !
시간에 늦어 겨우 들어가니, 중후한 오리지널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잡는다.
"Dom Perignon Oenotheque Grand Tasting"
아직도 도착 못한 초청자들이 있나 보다. 한국지사 담당이사인 미스터 브루멘은 이런 서울의 교통사정을 잘 아는 듯, 파리에서 온 푸른 눈의 연사를 안심시킨다.
드디어, 프레젠테이션은 시작되고…
Richard Geoffroy 가 나왔다.
이 사람이 직접 올 줄이야!
최근 Moet & Chandon 사는 일반 샹파뉴를 만드는 Moet & Chandon사와 프레스티쥬 뀌베를 만드는 Dom Perignon 으로 회사를 분리했는데, 죠프롸는 동페리뇽 생산의 총 책임자이다.
그가 포도를 선정하고, 블랜딩 비율을 정하고, 얼마간 숙성시킬지 정한다. 마치 꼬냑을 만드는것처럼 샹파뉴도 각 회사의 고유한 스타일이 있으며, 브랜드 고유의 터치가 있기 마련인데… 이 중요한 작업을 그가 총괄하는 것이다.
98년에도 느꼈듯, 그의 강연은 두가지 감흥이 오간다. 먼저 외견적으로 보면, 강연할 때의 그의 얼굴과 포즈는 무척 불안하다. 왜일까? 그러나 그의 설명은 세계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찬사에 걸맞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오늘 이 반쪽의 불안감을 그나마 상쇄시킨 장본인이 따로 있었으니, 그사람은 통역을 담당했던 한 여성이었다. 거의 동시통역에 가까운 완숙미와 차분함이 강연을 시종일관 돋보이게 해 주었다.
자, 그럼 샹파뉴 동 페리뇽으로의 여행을 떠나 보자.
먼저...Moet & Chandon
1743년 Claude Moet 가 설립. 그의 손자 때인 19세기 초반, Jean-Remy Moet 와 Napoleon 의 친분으로 당대 최고의 메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350 ha 에 이르는 넓은 자가 소유 포도밭을 가지고 있으며, 대표적 브랜드인 "Brut Imperial"은 단일 브랜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샹파뉴이다. 1971년 Hennessy 와 합병, 지금은 LVMH 그룹소속이다.1
Cuvee Dom Perignon 의 탄생 배경
1936년 Cuvee Dom Perignon이 자기 이름을 갖기 훨씬 이전부터, Moet & Chandon은 프르미엄급 뀌베를 만들기 시작했다. 즉, 1921년, 1928년이 그 것이다.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이 새로운 스타일의 샹파뉴를 접한 런던과 뉴욕의 상류층은 곧 이 샹파뉴의 소비층이 되었으며, 이후 4반세기 동안 유일한 프르미엄급 샹파뉴였다.
그러나 이 때까지는 비공식적으로만 판매되었다. 그런데 1939년의 100상자 주문을 앞두고는 이제는 무언가 이 "뀌베"의 이름이 필요하게 되었고... 가장 유명한 이름 Dom Perignon에 헌정되었다.
이미 1825년 Hautvillers 수도원을 소유하게 된 De Vogue가문은 Dom Perignon이라는 말을 사용할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브랜드로서의 Dom Perignon은 Mercier사에 귀속되어 있었으나, 양가의 결혼으로 Moet & Chandon은 그 사용권을 받았다.
Cuvee Dom Perignon은 최고급 샹파뉴에서 볼 수 있는 기품과 섬세함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 준다. 이는 샹파뉴의 독특한 terroir와 와인 메이커와의 절묘한 결합의 산물이라고 말 할 수 있다. Cuvee Dom Perignon은 최고의 해에만 만들며, 최고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Pinot noir와 Chardonnay로만 만든다.
Pinot noir와 Chardonnay가 보여주는 완벽한 조화와 구조는 Dom Perignon의 특징이다. 어셈블링 후, 긴 긴 시간을 초크층의 지하 셀러에서 숙성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복잡미묘함, 유연성과 섬세함을 얻게 된다.
Dom Perignon Tasting
"동 뻬리뇽을 발견한다"는 것은 두가지 경험을 공조한다고 본다.
첫째는... Dom Perignon 고유의 스타일을 느끼는 것.
.. 순수 .. 정직 ... 간결...조화..
둘째는....빈티지 고유의 각인을 발견하는 것.
바로 지금 우리가 느껴볼 것이다.
Dom Perignon Vintage 1993
아직은 초짜배기이다. 나중에 나올 본가의 어르신들이 어떤 풍모를 띠고 있을지 모를 그 때 그 당시의 느낌은 "순수하고 부드러웠다." 촉촉한 복숭아향의 느낌이 두드러지며, 산듯한 감귤의 중간 향, 그리고 저변에 깔린 듯 흐르는 생버터 내음이 비릿하면서도 특징적으로 "코"를 마무리해 준다. 싱그런 "빈티지" 샹파뉴이다.
Dom Perignon Oenotheque Vintage 1985, Dom Perignon Oenotheque Vintage 1980
85년은 80년과 함께 비교해야 한다.
85년이 짙은 황금빛을 보인다면 80년은 엷은 밀짚색이다. 85년이 강한 향을 드높이며 스파이시한 향신료의 느낌이라면, 80년은 보다 더 후레쉬한 느낌의 과일향이다. 그리고 더 조용하다.
85년의 향은 정말 강했다. 마른 무화과의 이국적 향으로 그 골격을 잡고, 아몬드의 터치와 스모키한 뉘앙스가 비중을 더해 준다.
때론 담뱃닢의 씁떨한 냄새까지 맡을 정도다.
그에 비해 80년은 우아하고 섬세하다. 첫 코의 과일향은 곧 이어지는 브리오슈향에 자리를 양보해주는가 싶더니…다시 군데군데 튀어나오며 젊음(?)을 과시한다. 민트의 싱그런 느낌도 이런 싱싱함을 더해준다. 마지막으로 잦아들며 나타나는 스모키한 향만이 이 와인의 본 나이(?)를 말해 주는 듯…
입안에서 느낀 85년의 충격파는 역시 대단하다. 강한 과일향과 스파이시한 풍미가 Pinot noir 의 힘과 과일을 느끼게 해 준다. 그렇지… 그 해 여름은 길고 무더웠다.
한참을 쉰 후에야… 80년을 입안에 담을 수 있었다.
그 "코"의 느낌 그대로 80년의 산도는 강렬했다. 20년의 긴 세월동안 한결같이 간직해 온 꼬장꼬장한 산도였다. 시골 훈장님의 "꼬장꼬장한" 성깔이 이제 나이가 들어 약간 꺾이긴 했어도 그래도 "뜨끔한" 것처럼 말이다. 바로 이 산도가 80년 샹파뉴의 신선함을 유지시켜 준 비결인 것이다.85년, 80년…이 둘은 마치 향과 맛의 앙숙처럼 느껴진다.
Dom Perignon Oenotheque Vintage 1973
이 샹파뉴의 색은 이 해 여름의 찬란했던 금빛 햇살을 닮아 황금색이다. 연초 냄새에 토스트와 브리오슈, 잘 익은 말린자두 냄새가 살짝 가미된 향기가 우아하고 매력적이다. 힘과 강렬함이 결합된 아주 특이한 구조…
특히 탄닌이 다른 빈티지보다 더 부각되어 온다.
Dom Perignon Oenotheque Vintage 1964
단연…기포의 발산은 약하다. 그러나 향기는 풍부하다.
복숭아와 웨하스향이 주는 달콤함을 필두로 개암과 아몬드의 넛트향, 그리고 가죽과 사향의 끝맛까지 복합미가 일품이다.
그러나 세월의 연륜이 다한 뒤에 오는 체력은 좀 부족한 편…
아~ 당연허지.. 나이가 몇이여~
샹파뉴, 그 영원한 탐미의 세계
샹파뉴의 종류는 사용된 포도 품종과 블랜딩 방법에 따라 나뉘어지며, 샹파뉴의 스타일은 최종 병입을 하기 직전에 넣는 첨가액의 당분 함량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샹파뉴는 샤르도네, 피노 누와, 피노 므니에, 이렇게 3 품종으로만 만들어진다. 샤르도네는 상파뉴에 섬세함과 우아함을 주며, 피노 누와는 풍부한 과일향과 함께 깊이를 더해주고, 피노 므니에는 부드러움을 안겨 준다.
상처없는 싱싱한 포도를 정갈하게 양조하고, 다시 그 안에 새로운 효모로 하여금 기포를 만들게 하고… 그 기포가 수 년간의 침묵과 기다림 끝에 애호가의 한 잔 글라스에 포말로 피어 오른다.
마개 딴 직후 나오는 아련한 하얀 연기에서부터 글라스에 따르는 순간 부풀어 오르는 거품과 그 사각~대는 소리, 곧 거품은 가라앉고 이제는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는 소리와 그 형태를 감상한다. 이어 내 입 안에서 또다시 피어 오르는 포말, 그 간질거림..눈을 감으면…우리는 별을 마시고 있다.
이제 샹파뉴 마개는 축제의 소리와 함께 열려지고, 샹파뉴는 잔에 따라 진다.
미세한 기포가 기품 있는 포말기둥을 형성하며 길다란 샹파뉴 글라스 속에서 끊임없이 솟구쳐 오른다. 긴 세월 억눌려 지냈던 갑갑함을 보상 받으려는 듯 화려하게 솟구쳐 올라 온다.
하루를 살고 불꽃을 향해 날아드는 하루살이처럼, 은빛으로 반짝이는 그 몇 초의 퍼레이드를 위해 Dom Perignon은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었나 보다. 아! 그 화려한 단아함이 투명한 리델 글라스에서 연출하는 '별들의 향연'은 샹파뉴만이 가진 신비의 극치련가.
"앗!! 소민씨!! 별똥별이… 다시…올라가고 있어욧!!"2
- 중앙대 소믈리에과정 교수 손진호 -
1. Mercier, Krug, Ruinart, Pommery, Veuve Cliquot, Canard-Duchene 등이 모두 LVMH 그룹 소속이다.
2. 이해를 돕기위하여, 자유 게시판의 "유성이야기"를 열람 하실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