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레이블로 유명한 샤토 무통 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 2007 레이블이 공개되면서, 문득 아름다운 레이블로 우리의 시각을 사로잡는 와인들이 생각났습니다.
보르도 메독의 1등급 와인 샤토 무통 로쉴드의 필립 드 로쉴드 남작
(Baron Philippe Rothschild)은 1924년에 최초로 샤토에서 와인을 병
입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당시 유명한 포스터 디자이너인 장 카를뤼(Jean Carlu)에게 특별한 레이블 디자인을 의뢰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로쉴드 남작은 무통 로쉴드 레이블에 명화를 넣기 시작했는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료와 승리를 축하하는 필립 줄리앙의 “V” 그림을 시작으로 초기엔 주로 남작과 친분이 있던 화가들이 작품을 맡았습니다.
와인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로쉴드 가문은 1955년 조르쥬 브라크부터 당시 현대 미술의 대가인 살바도르 달리, 세자르, 샤갈, 피카소 등에게 의뢰하기 시작했고 이 전통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샤토 무통 로쉴드’라 불리는 캔우드 빈야드(Kenwood Vineyards)의 아티스트 시리즈(Artist Series)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소노마의 유명한 프리미엄 와이너리인 캔우드는 1978년 최고급 카베르네 소비뇽 베이스의 와인에 어울릴 만한 최고의 미술 작품을 레이블에 넣었습니다.
아티스트 시리즈는 레이블 이미지에 대한 제한이나 규칙은 없지만 인상주의 혹은 현대주의의 경향이 강한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피카소가 연인인 자클린을 모델로 그린 1989년 “Jacgueline”을 비롯해 최근 2003년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별이 빛나는 밤” 같이 세계적인 작품들이 눈길을 끕니다.
[좌측부터 Shepard Fairey, Vincent Van Gogh, Andrés Morillo 작]
고급 와인을 위해 레이블 디자인도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은 호주 와인 중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호주 서부, 마가렛 리버에서 생산되는 르윈 에스테이트(Leeuwin Estate)의 아트 시리즈(Art Series) 특히 샤도네이 화이트 와인은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신대륙에서 생산되는 최고의 화이트 와인’ 이란 찬사를 받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납니다.
아트 시리즈는 르윈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라인으로 매해 주목받는 현대 호주 화가들의 그림들을 주로 사용합니다. 특히 와인이 가진 특성과 스타일이 레이블 그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는 게 눈길을 끕니다.
[와인 스펙테이터 98점을 받은 바 있는 아트 시리즈 샤도네이와 같은 해의 카베르네 소비뇽]
아트 레이블이라면 이태리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토스카나의 와인 명가, 몬테베르티네(Montevertine)의 레 뻬르골레 또르테(Le Pergole Torte)는 와인만큼이나 레이블의 명성도 높습니다.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진 이태리의 알베르토 만프레디(Alberto Manfredi)가 그린 여인의 초상을 1982년부터 레이블에 담았는데요.
모던 스타일의 레이블속 여인들처럼 와인 또한 이태리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Sangiovese) 100%로 총 24개월 동안 오크 숙성을 거쳐 우아하면서도 세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가의 작품을 와인의 레이블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바로 피에몬테의 라 스피네타(La Spinetta)에서 생산되는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입니다. 오너인 조르지오 리베티(Giorgio Rivetti)가 ‘독일 르네상스 회화의 완성자’ 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화가이자 판화가인 알프레흐트 뒤러(Albrecht Durer)를 존경해 뒤러의 유명한 목판화, ‘철갑 코뿔소’를 레이블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열린 2009 빈 이태리 코리아에서 반가운 와인을 만났습니다. 바로 현대 이태리 미술계의 거물인 산드로 키아(Sandro Chia)가 만드는 카스텔로 로미토리오(Castello Romitorio)입니다.
산드로 키아는 이태리의 신표현주의 경향의 트랜스 아방가르드 운동을 펼쳤던 인물로 그의 그림은 고전적인 터치감과 야수파적인 색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아티스트인 동시에 와이너리 소유주인 그의 신비하고 초현실적인 그림을 와인 레이블에서 볼 수 있다는 대단한 행운처럼 느껴지네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에서 키안티, 로쏘 디 몬탈치노 그리고 그라파까지 개성 넘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와인의 스타일이나 특성에 어울리는 레이블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은 레이블만으로도 와인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습니다. 또한 심혈을 쏟아 만든 최상급 와인에 유명한 화가의 작품을 레이블에 넣음으로써 와인의 가치를 한층 더 상승시키고자 합니다. 앞으로 와인에 어떤 전략이 숨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