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으로! 그랑크뤼의 보고(寶庫), Gevrey - Chambertin
Côte de Nuits의 북쪽에 위치한 Gevrey-Chambertin은 부르고뉴 통틀어서 그랑크뤼 포도밭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마을로 무려 8 혹은 9개나 되어 그랑크뤼 일등급 와인이 가장 많은 보르도 메독의 Pauillac과도 비슷하다. (Vosne-Romanee와 Flagey-Echezeaux 두 마을이 합해서 8개이며 Charmes-Chambertin과 Mazoyères-Chambertin 두 포도밭을 하나로 보거나 혹은 따로 나누느냐에 따라 그랑크뤼 포도밭이 숫자가 달라진다.)
이 그랑크뤼 포도밭들은 300m 높이의 원만한 경사를 가진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Gevrey-Chambertin에서는 레드 와인만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곳의 와인은 ‘powerful’, ‘rich’ 란 표현이 잘 어울린다. 까시스와 베리류 같은 검붉은 과일들의 아로마가 강렬하며 숙성될수록 동물적인 향과 감초(liquorice)의 느낌이 깊어진다. 흔히들 남성적인 스타일을 가진다고 한다.
Domaine Dupont-Tisserandot
우리가 방문한 도멘, Dupont-Tisserandot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왔지만 미국의 와인 전문지 Wine Spectator 2005년 5월 31일자에서 2002 Burgundy Reds 중 이 도멘의 Charmes-Chambertin 2002가 98점을 받았던 도멘이었다.
4대째 이어지는 가족 도멘으로 Bernard Dupont이 Gisèle Tisserandot과 결혼해 정식 이름을 Dupont-Tisserandot으로 쓰고 있으며 현재는 그의 사위와 딸이 맡아서 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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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보이는 도멘의 대문과 문패 | ▲지하 셀러의 풍경 |
평범하고 소박해보이는 양조장 입구에 들어서니, 반바지에 셔츠 차림의 Didier Chevillion이(이 집의 사위) 우리를 반겨주었다. 보기에도 선량한 농부의 인상을 가진 Didier는 바로 지하 까브로 안내했다. 맨 살에 닿은 차가운 지하의 습기, 곰팡이 냄새 그리고 진한 포도즙의 향이 가득찬 낮은 천장의 까브에는 오크통들과 와인 병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Dupont-Tisserandot는 Bourgogne Rouge, Gevrey Chambertin 와 1er Cru인 Les Cazetiers, Petite Chapalle, Lavaux St. Jacques 그리고 그랑크뤼인 Charmes Chambertin, Mazis Chambertin 을 생산하고 있으며 우리도 2004년 빈티지로 7가지 와인을 모두 시음했다. 이 도멘에서도 생산되는 와인의 일부는 네고시앙에, 나머지는 직접 판매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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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Cazetiers, Lavaux St. Jacques, Charmes Chambertin의 레이블 |
50년 된 포도나무가 자라는 Lavaux St. Jacques 포도밭의 토양이 자갈 위주로 되어서인지 여기 와인은 다른 포도밭의 와인보다 미네랄이 풍부하게 느껴졌고 이 도멘의 간판 격인 Les Cazetiers의 와인은 40년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열린 포도로 만든다고 한다.
Les Cazetiers는 매우 견고하고 과일의 풍미가 집중적으로 지속되어 좋은 인상을 주었다. 35hl/ha 로 낮은 수확량을 유지하는 Charmes Chambertin과 Mazis Chambertin은 그랑크뤼다운(?) 면모를 보였는데 Charmes Chambertin은 섬세하고 Mazis Chambertin는 단단한 구조와 복합적인 느낌을 주어 프랑스 와인에서 강조하는 테루아르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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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저씨같이 친근해보이는 와인 메이커 Didier |
와인이 자연의 선물이긴 하지만 분명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만 비로소 제 모습을 가지게 된다. 유쾌한 농부이자 와인 메이커인 Didier의 와인들은 풍미의 차이는 다소 있어도 살가운 느낌을 주었다. 그 땅에서 태어나 자라고 일찍부터 포도밭에서 일하며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와인을 만드는 것을 배웠던 사람들… 자신의 와인을 칭찬하면 익숙하지 않은 듯 어색한 미소로 답하는 사람들의 와인답게 말이다.
- 베스트와인 에디터 박지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