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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German World 2003 행사장 한 켠에는 아주 특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BMW, Adidas, Volkswagen 같은 쟁쟁한 이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던 그 부쓰는 이름하여 "독일 와인". 아직까지 독일 와인은 프랑스, 미국, 혹은 호주 와인들과 비교해 봤을 때 한국 와인 시장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직 안 알려져 있을 뿐', '덜 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였다. 이와 함께 따로 마련된 '독일 와인 시음회'에서 그들의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리상으로 와인 재배의 북방 한계선에 위치한 독일의 와인 생산 지역은 프랑스에 비하면 1/9에 해당하는 작은 면적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독일 와인의 품질은 프랑스에 전혀 뒤지지 않는 것으로, 지금까지 미국, 영국, 네덜란드, 일본 등 세계 각지의 와인 시장에서 꾸준히 그 입지를 넓혀오고 있다.
특히 한국 와인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지난 2002년 독일은 6,000hl에 달하는 와인을 한국에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170만 유로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독일은 이후 한국을 흥미로운 성장 시장으로 간주, 독일 와인 상시대표부를 설립하게 된다.
Wine Institut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단체는 독일 와인의 부흥을 위해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등에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한국의 소비자들이 독일 와인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독일의 삶과 문화를 함께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일환으로 독일 와인을 대표하는 와인 여왕을 뽑아 해외 판촉 행사에 동행하게 하기도 하는데 이번 한국의 독일 와인 시음회에는 모젤 지역 출신의 와인 여왕, Ms. Kristina Simon이 동석하여 그 자리를 빛냈다.
Kristina 는 가족 전체가 와인 재배에 뛰어든 집안에서 어려서부터 와인과 함께 커 왔다고 밝혔다. 그녀에게 와인이란 포도가 자고 나란 토양을 반영하는 것이며, 독일 와인이야말로 어느 음식에나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여, 독일 와인 여왕으로서의 본분을 다 했다.
비단 Kristina의 경우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독일 와인 재배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들이 이끌어간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가족 기업의 와이너리들은 대략 68,000여 곳에 이르며 이중 18,000여 와이너리는 대를 이어 와인만을 생산해오고 있다. 이는 '산업적인 이미지'로 굳어진 독일의 국가 정체성을 '대를 이어오는 와인 문화'로 완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총 재배 면적 104,000ha에서 연간 약 10,000,000hl의 와인을 생산하는 독일의 와인 수요는 지난 3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해 왔다. 특히 화이트 와인이 강세를 보여 현재 레드 와인 대 화이트 와인 소비 비율이 60:40 까지 올라온 상태이다. 물론 독일 내에서도 와인 소비 성향이 시기별로 변화해 온 것은 사실이다. 지난 70~80년대 중반에는 절대적으로 화이트 와인이 강세였으나, 80년대 중반 이후 'French Paradox'가 언론에 언급된 이후부터 레드 와인은 빈 틈 없이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화이트 와인 역시 심폐 기능 촉진에 효과가 있다는 발표 이후 근래 들어 서서히 시장에 재진입하는 추세이다. 특히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인 리슬링은 독일의 젊은 세대들이 뽑은 '21세기의 와인 트렌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시음회에서 선보였던 2001 Schloss Vollrads Riesling Erstes Gewachs 역시 리슬링의 위상에 손색이 없는 맛을 보였다.
리슬링 특유의 적당한 산도가 상쾌하게 혀를 자극했으며, 같이 서빙된 참깨 소스의 고소함과 잘 어우러졌다. 또한 새우 살이 꼬득꼬득하게 씹히는 탄력이 리슬링 특유의 상큼함과 뒤섞여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포도가 나고 자란 토양을 반영하는 것이 와인'이라는 말처럼 2001 Michel Schneider Riesling Classic Zimmermann Graeff & Muller (Mosel-Saar-Ruwer)는 리슬링의 또 다른 세계를 펼쳤다. 살구, 복숭아 향이 인상적이었던 이 와인은 전반적으로 향이 약간 닫혀 있는 느낌이었다. 산도와 신선함은 매우 뛰어나서 함께 서빙된 감자 크림 수프의 묵직함이 와인을 압도하는 기분이었다. 좀 더 가볍고 신선한 애피타이저류에 잘 어울릴 듯 하다.
독일은 최근 셀렉션(Selection) 등급을 출시하여 최상의 수확년도와 최상 품질의 드라이 와인을 위해, 선별적인 수작업을 통해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60hl/ha 의 제한된 양만 생산하는 이 셀렉션 등급의 첫 출시는 수확 다음 해의 9월 1일이다.
전세계 와인 수출 시장에서 독일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단 3%. 그러나 전세계 리슬링의 2/3가 생산되는 나라, 와인법이 제정된 최초의 국가, 1800년대에 이미 포도품종 교배를 통해 뮐러-투르가우 (Muller-Turgau) 라는 신품종을 만들어낸 곳. 독일 와인의 역사는 이제 시작인 듯 하다.
[ 시음회에 나온 와인들 ]
1. 2002 Mosel-Riesling-Sekt "Dichteraum" brut Saar-Mosel-Winzersekt GmbH, Mosel-Saar-Ruwer
2. 2001 Franconia Qualitatswein Staatlicher Hofkeller, Franken
3. 2001 Schloss Vollrads Riesling Erstes Gewachs Weingut Schloss Vollrads, Rheingau
4. 2002 Hochheimer Herrnberg Riesling Qualitatswein trocken Weingut Kunstler, Rheingau
5. 2001 Michel Schneider Riesling Classic Zimmermann Graeff&Muller, Mosel-Saar-Ruwer
6. 2001 Ihringer Winklerberg Spatburgunder Qualitatswein trocken Weingut Stigler, Baden
7. 2001 Selbach-Oster Riesling Weingut Selbach-Oster, Mosel-Saar-Ruwer
8. 2001 Wurzburger Steinharfe Riesling Kabinett Weingut Burgerspital, Franken
9. 2002 Bergstrasser Riesling Classic Bergstrasser Winzer eG, Hessische Bergstrasse
10. 2002 Piesporter Goldtropfchen Riesling Spatlese Weingut Reinhold Haart, Mosel-Saar-Ruwer
11. 2001 Saulheimer Probstey Huxelrebe Beerenauslese Weingut Windisch, Rheinhes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