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팔레이소의 명소들을 지나…
다시 25일 아침으로 돌아간다.
짐을 모두 싣고 있으려니 Rodrigo가 자기의 빨간색 밴형트럭을 몰고 왔다. 다른 일행은 마르셀로가 운전하는 차에, 나는 Rodrigo의 차에 타고 가기로 했다.
Rodrigo는 발파레이소를 안내한 후 다시 내일 월요일에는 출근하여 산티아고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르셀로 차로 꾸리꼬까지 가야하는 렌트카를 이용할 수가 없었다. 도로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어 길은 편안한 편이었다. 내가 굳이 발파레이소를 가려고 하는데는 카사블랑카 밸리 탐사 외에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가 살았던 집을 둘러보고자 함이다. '와인과 파블로 네루다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라고 의아해할지 모르나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그 나라의 와인을 이해하는데는 단순히 그 나라의 와인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 경험상 일단 그 나라 와인에 빠지게 되면 그 나라의 역사,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모두가 관심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이 나라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를 두 명 - 파블로 네루다와 가브리엘라 미스트랄(Gabriela Mistral) -이나 배출한 나라라는 것을 잊고 있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여행은 이를 다시 기억하고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기회이기에 놓칠 수 없었다.
이 도시는 고색창연의 도시다. 유럽의 도시처럼 잘 정비되어 웅장하거나 예술작품처럼느껴지진 않더라도 이 도시에 첫발을 디뎠을 때의 느낌은 너무 오래되어 낡음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주어 여행자로 하여금 이국 땅에 와있다는 생경함을 지워버린다.
항구와 접한 도로를 한 발 비껴서면 바로 가파른 경사의 언덕에 건축된 주택들이다. 경사가 얼마나 가파른지 우리를 실은 차도 숨을 몰아쉬게 만든다.
눈이 안 오기에 망정이지 만약 눈이 오는 나라 같으면 그 가파른 언덕길을 다니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곳에는 언덕 아래에서 윗 부분까지 도처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그냥 고층 건물에나 있을 법한 엘리베이터를 언덕길에 가설해 놓은 것을 보니 무척이나 신기했다.
꼬불꼬불 고갯길을 한참 올라가 다다른 곳, 'La Sebastiana'.
이곳이 바로 파블로 네루다가 살았던 집이다. 파블로는 대지가 너무 커서 이 땅을 모두 살 능력이 없어 친구 몇 명과 함께 돈을 모아 땅을 샀고 거기에 스페인 건축가 세바스티안을 시켜 이 집을 짓게 하였다. 4층 건물로 된 이 집은 조그만 홈바도 있었고 침실, 서재 등 모두가 갖추어져 있었으며 발파레이소의 항구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매우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집의 이름을 'La Sebastiana'라 명명하게 된 것은 이 집을 건축한 스페인 건축가 세바스티안을 기려서 파블로가 이렇게 지었단다.
집안 내부를 둘러보니 조그만 조약돌을 붙여 장식한 벽이라든지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실내 장식들이 온갖 정성을 다해 지은 표시가 느껴진다. 혁명가적인 삶을 살았던 시인의 집치고는 너무 예쁜 것이 오히려 흠이 될까 ?
'라 세바스티아나'를 둘러보고 난 후 차를 돌려 다시 전망이 좋은 곳으로 이동을 했다.일종의 공원과 같은 곳으로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지 노점상들이 기념품을 죽 늘어놓고 팔고 있었다. 같이 간 일행 중 한 명이 체 게바라의 동판부조를 하나 샀다. 또 몇몇은 조그만 악세사리들도 하나씩 샀고 또 몇몇은 발파레이소 항구 전경을 배경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점심을 먹으러 언덕 배기를 내려왔다. 해안 길을 따라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푸른 파도가 우리를 반기기라도 하듯 하얀 거품을 내며 연실 달려든다. 오후 1시를 넘기자 도로가 조금씩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Balparaiso를 떠나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달려 조금은 부유해 보이는 도시 비냐 델 마르(Vina Del Mar)로 접어들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는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는 반라의 처녀들이 몸매를 뽐내고 있다. Vina Del Mar를 지나 지금은 그 도시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파도가 바로 발 밑까지 오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맥주와 다시 해산물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 한독와인주식회사 대표 김 학균 -
1. 칠레 산티아고 공항. Rodrigo와의 재회
2. 칠레에서의 첫날... 금강산도 식후경
3. 발팔레이소로 가자!!
4. 꾸에까(Cueca)! Ol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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