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차 Best Wine Academy(WINE & DINE) 행사로 치뤄진 "인도요리와 와인의 밤"은 한마디로 "이색적인" 행사였다. 그 날의 모든 것이 이색적이었다.
우선, 도산공원으로의 진입로가 내 맘을 사로잡았다. 약간은 웨스턴적인 건물들, 흰색을 주로 한 수채화에 발코니가 많은 개방적인 느낌의 건축물이 이색적이었다.
그리고 그 길의 마지막 모퉁이에 "부카라".
부카라는 식당이라기 보다는 인도박물관 같은 인상이었다. 무굴제국 이래의 긴 역사가 살아 숨쉬는 장식물들 사이로 인도 요리의 풍부한 향미가 흐르고 있었다.
그 향을 맡으며 눈을 감으니… 그 풍미 속으로 흩어진 긴 시간의 영.. 욕.. 의 역사가 슬픔처럼 떠올랐다.
위대한 영혼 마하트마 간디의 조국…인도!
세계 4대 진미 인도 요리
인도요리는 세계 4대 요리 중 하나로 인정 받고 있는 요리이다. 광활한 인도의 대지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산물과 향신료는 인도를 식민지로 만들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인도는 정신문화가 극도로 발달된 나라이며 모든 음식도 육체적인 것 보다는 정신적인 수양을 위하여 만들어진 음식이 많다. 그러나 인도의 향신료는 인체에 가장 좋은 약리 성분을 가지고 있으며, 인도 요리는 이러한 약리작용으로 몸에 좋은 건강식으로도 인정 받고 있다.
인도는 그 면적으로 세계 7번째의 대국임을 자랑하듯, 인도 음식도 지역적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며 사용하는 향신료도 엄청 많다. 인도 요리는 크게 북인도 요리와 남인도 요리로 나뉜다. 북인도 요리는 매콤하고 톡 쏘는 반면, 남인도 요리는 코코넛을 소재로 하여 달콤하고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남북의 기후적 성격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하다.
인도 음식은 종교적인 면에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슬람교와 쇠고기를 금하는 힌두교가 전 인구의 95% 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인도 요리는 양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채식가를 위한 요리가 발달되어 있는 것은 일견 당연할 지 모른다. (한국에 태어난 것이 무척 다행이죠~ *^^* )
손으로 먹어요?? 에이~ 지지!!
또 하나 이색적인 것은 음식을 손으로 먹는다는 것이다.
손이 어떠한 도구보다도 깨끗하다고 믿는 인도인들의 생각에서 나온 전통이다.
음식을 먹고 난 후에는 Finger bowl을 쓰는데, 따뜻한 물에 레몬조각을 띄워 나온다.
레몬은 향긋한 청량감과 함께 손의 냄새를 없애주는 비누역할을 한다.
그 독특한 인테리어와 식사법과 더블어 인도 요리의 조리법은 더욱 "이색적" 이었다.
인도 요리는 역사적으로 기원이 오래되었는데, 고대 인도에서는 탄두르(Tandoor) 라는 화덕을 기본으로 하여 음식을 조리 하였다. 이 화덕은 진흙으로 빚은 커다란 항아리 이다. 우리의 장독을 연상하면 된다. 이 항아리는 유약을 바르진 않았다. 이 항아리 안에 참숯을 넣고 불을 지펴 공기로 온도를 조절하는 천연 오븐인 셈이다.
탄두르 라는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이 탄두르 라는 이름은 인도 고어인 Sanakrit 어로 "tata"와 "andar" 라는 말의 재결합이다. "tata"는 뜨겁다 라는 뜻이고, "andar" 는 안쪽, 내부라는 뜻이라 한다. 즉, 속이 뜨거운 항아리 이다.
이 화덕을 이용하여 요리를 하면 참숯의 구수한 향과 화덕의 은근한 열이 음식에 전달되어 천연주스를 살려주며 그 육질에 배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kakab 요리라고 부른다.
직접 그 안에 손을 넣어 보았는데 처음에는 멀쩡하더니, 조금씩 열기가 전해져 깜짝 놀라 손을 뺀 기억이 있다. 시골집 구들장 바닥의 온돌 같은 것이다.
와!~ 우리가 무엇을 먹었을까?
제일 먼저 허기진 배를 부드럽게 달래 준 것은 tandoori aloo.
통감자를 다듬어 속을 비운 후, 인도 천연 허브와 스파이스를 넣고 속을 만들어, 속이 빈 감자에 속을 넣고 탄두르에 구워낸 통감자요리 이다. 인도 채식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kabab 요리이다.
이 부드러운 요리와 함께 한 와인은… 스페인에서 막 건너온 따끈한(?) 화이트 와인!
Spain, Rias Baixas D.O., Santiago Ruiz, Blanco 2000.
한독와인에서 수입한 와인이다. Albarino 라는 스페인 북부의 토착품종으로 만들었다. 품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은은한 섬세함이 유산변이로 인해 더욱 부드러워져 있다. 이를 뒷받침 해 준 나머지 두 블렌딩 품종의 개성이 통감자요리의 육질의 부드러움과 소스의 개성을 잘 살려 주었다.
이어서 나온 시뻘건 닭고기… 벌써? 웬 메인??
하지만 이것은 입맛을 돋구기 위해 나온 murgh tandoori 다. 비채식가를 위한 요리 중에서는 특히 kabab 에서는 왕이라 칭송될 만큼 대표적인 요리로서, 생 닭에 마늘, 생강, 요커트, 허브와 각종 스파이스를 넣어 밑간을 한 후, 요거트에 넣어 숙성 시킨 후, 탄두르에서 초벌, 재벌구이한 아주 대중적인 대표적 요리이다.
함께 한 와인은 역시 이에 맞게 강건한 Ribera del Duero 와인.
Spain, Ribera del Duero DO., Valduero Reserva, 1996.
모두가 잘 아는 Tempranillo 100%로 만들었다. 이 동네에선 Tinto Fino 라고 부른다. 그 만큼 섬세하기 때문이다. 잘 익은 포도의 넉넉함과 대륙의 강건함이 닭고기의 스파이시함과 잘 어울린다.
우린 모두 손으로 욜씸히 뜯어 먹었다…
아~ 조금 매운데… 할 때…
메인으로 나온 커리와 그 형제들이 너무 반가왔다.
Murgh makani! murgh 는 치킨이고, makani 는 버터이다. 즉, 버터 치킨 이라는 뜻이다. 인도 커리 음식의 대표적인 여왕이라 불리는 맛이 고소하고 매콤한 커리이다.
Vegetable korma! 한 마디로 korma 는 부드러운 커리를 가르켜 부르는 말이다. 여러 혼합 야채를 양파를 주로 한 화이트 그레비에 넣고 우유와 생크림을 더 넣어 고소한 맛을 살려낸 부드럽고 고소한 커리이다. 황실요리 중 가장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낸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제일 맛있어 했던… saffron rice!! 금보다 더 비싼 향신료인 사프란을 장미물에 우려내 천연색소를 넣어, 인도에서 제 일등급인 쌀인 basmati rice 를 익힌 후, 함께 볶아낸 무지무지하게 맛있는 쌀 요리. 사각사각…쫄깃쫄깃… 우와~…
더불어 두 가지의 빵 팬케익이 나와 뒷맛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 들 메인과 함께 한 와인은, 스페인의 간판스타… 리오하 !!
Spain, Rioja DOC, LAN reserva, 1996.
스페인의 대표적 적포도 품종 Tempranillo 가 주품종이다. 프랑스 양조기술의 영향으로 그윽한 바닐라 향이 일품이며 상큼한 베리 향 또한 뒷받침해 주어 향긋한 모듬커리와 사프란의 풍미를 잘 보듬을 수 있었다.
"김사장님~ 그런데… 와인소개가 좀~ 길었던 것 같애여~ " ^^
도산공원을 뒤로 하고...
사실 인도에서도 봄베이를 중심으로 와인이 생산되고는 있으나, 품질은 국제 시장에서 인정 받지 못한 편, 오히려 Piper-Heidsieck 과의 기술제휴로 스파클링 와인이 그나마 기억할만 하다.
그래서 궁합을 맞추어본 것이 스페인 와인, 한독와인의 김학균 사장님의 열강에 맛깔나는 와인은 좋은 하모니를 이루었다.
인도 대륙과 아베리아 대륙의 만남, 그 광활함과 영욕의 역사를 공유했던 공통성은 음식과 와인의 만남에서 해우를 풀었다고 할까....
- 중앙대 소믈리에과정 교수 손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