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가 찾던 샴페인이야!
테이스팅한 샴페인은 모두 세 종류로 Mercier Brut 와 Cuvee Eugene Mercier, Demi-Sec Rose 였다. Cuvee Eugene Mercier 는 오크통에서 5년 이상 숙성 시킨 스페셜 퀴베로 진한 금빛을 띄었고 잘 익은 배와 꿀이 잔뜩 들은 사과 향이 났지만 오크향이 짙어 샴페인 특유의 청량감을 살려주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Mercier Brut를 맛보는 순간은... "아, 내가 찾던 샴페인이야!"
나는 어려운 와인을 싫어한다. 단순 명료하고 개성이 강한 와인이 좋지 섬세하며 미묘하고 완벽한 밸런스로 도도함을 뽐내는 와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샴페인 역시 샴페인 특유의 개성을 살린 샴페인다운 샴페인을 좋아한다.
그런 내 관점에서 보았을 때 KRUG는 full body로 샴페인의 청량감을 살리지 못한 채 너무 무겁고 돔페리뇽은 톡톡 튀는 개성은 있으나 조금 날카로우며, 라 그랑 담은 마치 질 좋은 캐비어를 먹는 듯 입안에서 크리미하게 번지는 기포는 훌륭하나 산도가 너무 튄다.
그런데 Mercier Brut 는 그 모든 샴페인의 장점을 모은 듯 전형적인 샴페인 골드 색상과 사과와 파인애플의 적나라한 샴페인 향, 그리고 입안을 적당히 자극하는 부드럽고 섬세한 기포로 그야말로 '샴페인'다운 개성을 보여주었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술의 반입이 세관에 의해 금지되어 술을 사서는 안되지만 도저히 유혹을 이길 수 없어 Mercier Brut 반병을 하나 샀다. 설마 이 작은 것도 빼앗기지는 않겠지... 파리에 도착하여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포숑에 들러 캐비어도 작은 것으로 하나 구입하고 나니까 세상에서 가장 부자가 된 듯 뿌듯한 마음에 발걸음도 경쾌해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질 좋은 캐비어와 맛있는 샴페인 한 병. 세상에 그 어떤 것이 이보다 더 완벽한 기쁨을 줄까...
- 조 희 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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