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 5 미각, 우마미 (旨味, umami)
오늘은 거창한 제목으로 여러분과의 대화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사람은 단 맛, 짠 맛, 신 맛, 그리고 쓴 맛의 4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음식의 맛은 이 네 가지 맛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죠. 그러나 ! 세상 모든 진리는 깨어지라고 존재하는 법 ! 이케다(Kikunae Ikeda)라는 일본의 한 과학자는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제 5 미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내고, 그 신비의 맛을 우마미(旨味, umami)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전까지 존재 여부조차 몰랐던 이 우마미의 등장에 사람들은 '맛있는, 고기 맛이 나는, 밋밋한, 자꾸 끌리는' 등의 수많은 형용사로 '제 5 원소, 아니 제 5 미각'을 정의하려 애썼습니다. 특히나, 서양 사람들은 더 했지요. 이케다 박사가 설명한 우마미는 그 때까지 자신들이 듣도 보도 못 했던 맛이었거든요.
'우마미는 일본의 육수에 자주 쓰이는 다시마에서 발견 된다. 생선류에도 많은 양이 포함되어 있으며, 나는 이 맛의 에센스가 다른 음식에도 같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다. 우마미는 정어리, 참치, 말린 시타케 버섯, 고등어, 간장 등에서도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이렇게 설명을 했으니, 서양 사람들이 그 맛이 뭔질 알겠어요 ? 그래서 그 사람들은 '우마미'란 '글루타민 산 (Glutamic Acid)을 포함하는 음식'이라고 나름대로 재해석을 내렸답니다. 그리고 우마미를 포함하는 서양 음식 버전을 찾아냈죠. 예를 들면, 치즈 (특히 Parmigiano-Reggiano) , 신선한 토마토 주스, 발효된 콩, 숙성된 고기.. 등등으로요.
[우마미가 들어간 음식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요 - 요즘은 서양에서도 '사시미'를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지요.- 이 우마미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혼란스러움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해요. WineQuest 의 회장이자 와인 마스터인 Mr. Hanni 는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12년 전에 일본인 소믈리에들을 모아놓고 와인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었죠. 그런데 한 소믈리에가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와인에서 아미노산 맛이 난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우마미 말입니다.> 도대체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죠.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거든요. 이 후 관련 서적을 100권 이상 찾아보고 나서야 우마미가 뭔지 알았습니다. 중국에서는 1,200년 전부터 우마미에 대해 논하고 있었더군요.'
오늘 이렇게 거창하게 우마미에 대해서 논하는 이유는요, 저희 사이트에 어느 님께서 올려주신 '회는 어떤 와인과 먹어야 하나요 ?' 라는 질문때문입니다.
어느 음식에 어떤 와인을 매치시키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자유지만, 그래도 대표적인 조합들은 있죠. 그럼에도, 회와 와인의 매치는 문서상으로는 찾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사견이지만, '회'라는 음식 자체가 서양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이 아닌데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몰캉하고 먹기 영~ 비린' 음식으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제가 알던 미슐랑 리스트에 오른 레스토랑의 프랑스인 쉐프는 '솔직히 말해, 나는 회 맛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 하겠다.'고 고백한 적이 있었거든요 !
[그럴 수가. 이 맛있는 것을...]
참치나 연어 같은 기름기 두둑한 생선회 말고도, 흰 살 생선회의 미묘한 맛 차이까지를 구별해 내는 것은 아직까지는 '제 5 미각'에 더 민감한 동양인들의 특권인 듯 싶습니다. 그러니, '미각적으로 좀 더 나은' 여러분들을 위해, 오늘은 <회에 곁들여 와인 마시기>에 도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
기다리세요, 와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