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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보르도와 함께 프랑스 와인산업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곳이 자타가 공인하는 부르고뉴 와인산지이다. 약 25,000ha 에서 1,000,000hl 이상의 고급와인을 생산한다. 로마 정복기 이래의 오랜 양조전통이 지역의 고유한 식도락 전통과 어울려 다채로운 활동과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 호에 다룬 보르도의 꼬망드리(Commandrie)가 국제적 명성과 실력을 가진 보르도의 대표적 꽁프레리라면, 이 부르고뉴의 대표적 꽁프레리는 "따스트뱅 기사단" 이다.

이 따스드뱅 기사단의 활동과 더불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Beaune의 Hospices de Beaune에 대해 알아보자.


Confrerie des Chevaliers du Tastevin.

"꽁프레리 데 슈발리에 뒤 따스트뱅".

"슈발리에(Chevalier)"라면, 중세 유럽에 등장했던 이른바 "기사" 작위다. 군사력과 리더쉽을 가지고 독립된 영지를 통치했으며, 주군에 충성을 다했다.

현대에 와서는, 프랑스 정부에서 수여하는 공훈장 Legion d'Honneur의 5등급 지위를 일컫는다. 또한 상징적으로,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에 봉사하는 사람들을 수준높게 부르는 명칭이기도 하다.

포도주 꽁프레리에서 이 명칭을 사용함은 아무래도 상징성이 크다. 자연과 농군들의 노력의 산물인 포도주를 숭상하며 그 포도주의 특성을 보존하고 장점을 홍보하려는 원로들의 모임, 수호자들의 모임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

<인디아나 존스>의 대모험 제3탄에서 "최후의 성작"을 2000년 동안이나 대대로 지킨 노기사를 떠올려보자. 물론, 너무 노쇠하셔서 정작 침입자가 들어갔을 때에는 칼을 들 힘조차 없으셨지만... 쯧쯧

지난 번의 보르도 기사단은 꼬망드리(Commandrie)라고 불렸는데, 이처럼 각각의 꽁프레리는 여러 타입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먼저 만들어진 부르고뉴의 꽁프레리가 "슈발리에"라는 호칭을 사용하니깐, 후발 주자인 보르도의 꽁프레리는 호칭상으로 상위 개념인 "꼬망되르(Commandeur)"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후발주자로서 세를 만회하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고, 서로 자웅을 겨루는 두 포도주 산지의 경쟁을 보는 듯하여 재미있다.

그러면, 이 부르고뉴의 따스트뱅 기사단에 대해 자세히 살펴 보자.

프랑스 최고의 꽁프레리

가장 오래된 역사와 실질적 활동을 하고 있는, 프랑스 Confrerie의 정상에 있는 단체가 이 "따스트뱅 기사단" 이다.

1930 년대의 연이은 악재와 최악의 빈티지로 부르고뉴 와인산업이 힘들었을 때, Camille Rodier와 Georges Faiveley를 중심으로 부르고뉴 와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하여 이 단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1934년 11월 16일 한 지하 꺄브에서 조촐한 첫 모임을 가진 이래, 지금은 전 세계 각지에 지부를 둔 세계적 Confrerie로 발전하며 부르고뉴 와인을 선전하고 있다. 본부는 유명한 그랑크뤼 포도밭이 있는 Chateau du Clos du Vougeot이다. 여기서 매년 20 여회의 행사를 벌이고 있다.

Chateau de Vougeot는 잘 아시다시피 시토교단의 수도원으로서 16세기에 건립되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옛 유물들을 보관하고 있으며, 부르고뉴 와인산업의 상징적 건물이 되었다.

기사단의 모든 회원1 들은 화사한 전통 복장을 입는다. 부르고뉴 와인을 상징하는 선명한 루비 칼라와 황금색 수견, 그리고 순백색 카라가 수려함과 동시에 깔끔함을 연출한다. 목에 거는 금색줄에 달린 은색 타스트뱅(Tastevin)은 이 Confrerie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따스트뱅은 와인시음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다. 분주하게 다니며 작업을 하는 와인메이커들이 와인을 시음하기위해 매번 깨지기 쉬운 유리잔을 가지고 다닐 수 가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따스트뱅이고 유리잔이 보편화된 지금도 이것을 애용하는 와인메이커도 적지 않다.

목에 걸거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필요할 때 언제든지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 색상을 잘 반사하기 위해 대개 밝은 색 금속재질로 만들어졌으며, 내부 아랫부분이 올록볼록 요철처리가 되어 있다. 소믈리에의 상징처럼 여겨져서 국내에서도 이를 목에 걸고 있는 소믈리에들을 곧잘 볼 수 있다.

가장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는 따스트뱅 기사단의 행사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La Saint-Vincent Tournante" 와 "Tastevinage", 그리고 "Les Trois Glorieuses" 이다.


La Saint-Vincent Tournante

"생 뱅쌍 순례" 는 이미 지난 전문가 칼럼을 통해 소개한 바 있듯이, 포도 농군의 수호성인을 모시고 매년 각 고을을 돌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고 부르고뉴 포도주를 선전하는 행사이다. 한 해의 농사력을 시작하기 직전 가장 한가한 때인 1월말에 열린다.2
위에 이 행사 사진이 예쁘게 나와있죠?


Tastevinage

일년에 두 번, Confrerie des Chevaliers du Tastevin 에서는 출품와인을 심사해 "영광스러운" 따스트뱅 딱지를 붙여 인증해 준다. 이것을 "Tastevinage(따스트뱅 품질인증 레이블)" 이라고 한다.

봄에는 전 부르고뉴의 레드와인, 가을에는 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과 보졸레 와인이 출품할 수 있다. 대부분의 생산자들은 자기들의 최고 와인을 심사 받으며, 이 중에 50% 정도가 합격한다.

물론 고급와인들은 출품을 하지 않는다. 잘해야 본전이기 때문일까? 솔직히 평가 하자면, 중하급 AOC의 와인중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와인이 어떤 것인가 하는 정도의 정보를 알아내는데에 만족하면 되겠다.
(이렇게 글을 쓴 이상, 난 이 기사단의 명예회원 될 가능성은 도망가버린거죠? 에잉~)


Les Trois Glorieuses

"영광스러운 3일"이라는 뜻인데... 무엇이 그렇게 영광스러울까? 이 행사는 따스트뱅 기사단의 후원아래, Beaune 의 Hospices de Beaune의 포도주 경매행사를 중심으로 한 3일간의 부르고뉴의 와인축제 라고 보면 된다.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을 돌보아 준다는 그리스도교의 숭고한 종교적 목적으로 설립된 Hospices de Beaune(자선구호원), 그곳에 기증된 포도원에서 만든 포도주를 경매하는 행사, 매년 11월 셋째주 토,일,월 한 해의 농사를 모두 마감하고 그 기쁨을 서로 나누는 축제의 분위기...그래서 영광스럽다는 것이다.

Beaune는 Bourgogne 포도 재배의 중심지이다. 지리적 요충지이며, 역사적 문화적 재산의 보고이다. 부르고뉴 공국은 15세기에 그 영토가 멀리 플랑드르 지방까지 이를 정도로 그 영광이 대단했다. 1451년 그 영광의 절정에 Hospices de Beaune를 건립했다. 소위 15세기 "불꽃 고딕 양식"의 걸작이라 평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 자선구호원에는 수많은 포도밭 기증과 기부가 이어져서, 오늘날 약 55ha 정도의 포도밭이 이 구호원 소속이다. 대부분 그랑크뤼와 프르미에 크뤼급 포도밭이다.

1859년부터 여기서 만든 포도주를 경매에 붙이는 전통을 세웠고3 , 여기서 나온 수익금으로 구호원을 운영했다.

이 경매를 통해 구입한 포도주 원액으로 만든 포도주에는 "Etiquette des Hospices de Beaune"(본 구호원의 포도주 레이블링) 을 붙일 수 있다. 이 레이블은, 1443년 이래 병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구호기관인 Hospices de Beaune 에 소속된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포도주라는 것을 입증해 준다.


축제와 흥겨움, 포도주 꽁프레리를 마치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면, 꽁프레리(Confrerie) 는 해당 지역의 원로들이 모여서 자기들의 농산품의 품질을 관리하고 한 해의 농사력에 따라 일정한 행사를 벌이며 힘든 농삿일 가운데 스스로를 격려하는 지혜로운 모임,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농산품을 선전하며 홍보하는 홍보성 모임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이런 류의 모임과 행사가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고 볼 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지역에서 특색있는 농산품을 개발하고 생산한다. 주변의 다른 관광상품과 연계된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함으로써, 특산품도 홍보하고 소득도 올릴 수 있는, 그리하여 농촌을 중심으로한 지역사회가 활기를 되찾는 대안이 되었으면 한다. [_마침표_]

- 중앙대 소믈리에과정 교수 손진호 -


1. Confrerie의 계급은 모두 4단계로 이루어졌다
기사(Chevalier), 영관(Commandeur),대영관(Commandeur-Major), 단장(Grand Officier).

2. 전문가 칼럼 《생 벵쌍 순례 축제》를 참고하기 바람.
3. 경매방법은 전통적으로 촛불을 이용해 진행된다.
간사의 손에 든 촛불중에서 3개의 초가 다 탈 때까지 가격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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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축제와 흥겨움, 포도주 꽁프레리(Confrerie)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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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0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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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축제와 흥겨움, 포도주 꽁프레리(Confrerie) I

    농업을 위주로 하는 사회일수록 사람 손이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예부터 대가족을 이루어 살아왔다. 그리고 그 가족을 뛰어넘는 모임을 만들어 때로는 경제적으로, 때로는 품팔이로 서로를 도와왔다. 우리 역사에서 보이는 품앗이, 상조회 등이 그 것...
    Date200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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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크(Oak)가 주는 혜택과 그 효율적 사용에 대하여

    ▶로마시대의 오크통프랑스에 포도재배법을 가르쳐 준 것은 이탈리아이지만, 오크(참나무)통 사용법을 가르쳐 준 것은 프랑스의 골(Gaul)족 이었다. 그전까지는 방수처리를 한 가죽부대나 큰 토기 (Amphora)에 포도주를 보관하였는데, 점차 오크통이 보관과 운...
    Date200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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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 와인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졌다. IMF 이전엔 막걸리 소주 놔두고 외국 술 마신다고 핀잔 받았고, IMF 이후엔 경제사정이 힘들어 와인소비가 많이 줄었다. 그런데 요즈음 신문이나 잡지를 펴들면 꼭 한 두 코너는 와인을 다루고 있다. TV 드라마에서도 가족이나 연인...
    Date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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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와인이 심장질환에 좋은 이유와 성분작용에 대하여

    ▶"60 minutes" 방송화면 병의 원인과 병의 예방을 연구하는 역학자와 과학자들의 대부분은 그동안 연구된 결과를 토대로 적정량의 알코올이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1991년 11월 미국 CBS "60 minutes" 텔레비전 뉴스 쇼에서 시청...
    Date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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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생 벵쌍 순례 축제

    I. 프롤로그 : 뉴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전통적 포도 축제의 하나인 생 벵쌍 순례 축제가 1월 27일-28일 양일간에 걸쳐서 올해에는 뫼르쏘(Meursault) 에서 개최되었다. 생 벵쌍 순례 축제는 1938년 따스트뱅 기사단Confrerie des Chevaliers du Tastevin ...
    Date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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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한국 와인 문화 꽃피우기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와인을 대할 때 마다 필자는 이 싯귀를 떠올리곤 한다. 이는 떨어지는 국화 꽃잎을 보면서 이른 봄부터 소쩍새가 울어대던 기억을 떠올리는 시인의 다감성이 와인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
    Date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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