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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로마시대의 오크통
프랑스에 포도재배법을 가르쳐 준 것은 이탈리아이지만, 오크(참나무)통 사용법을 가르쳐 준 것은 프랑스의 골(Gaul)족 이었다. 그전까지는 방수처리를 한 가죽부대나 큰 토기 (Amphora)에 포도주를 보관하였는데, 점차 오크통이 보관과 운송에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죽부대는 비위생적이었고, 토기는 너무 무거웠고 깨지기 쉬었다.

그로부터 17세기에 유리 와인병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오크통은 주로 포도주의 운송 용기로써 사용되었다. 운송과 보관 모두에 편리한 유리병의 발명으로 지하창고에 들어앉게 된 오크통이 오늘날 이처럼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오크가 주는 여러 혜택이 속속 발견되면서부터 이다.

그렇다면 오크통은 포도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오크의 혜택

먼저 오크나무의 통기성이라는 특성을 들 수 있다. 포도주는 숙성과정에서 일정한 양의 산소가 필요한데, 이 산소는 아주 미세한 분량이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나무의 자연 조직은 바로 이 미세한 산소 공급을 가능케 해서 포도주가 안정적으로 숙성할 수 있도록 하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안에 있는 포도주는 산소와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기계를 이용하여 산소를 공급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단시간에 너무 많은 산소가 공급될 수 있으며,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포도주에 무리가 따른다. 부드러운게 좋다.

또한 오크통은 오랜 숙성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부께 (Bouquet : 잘 숙성된 와인에서 느껴지는 묵은향)의 복잡 미묘함을 더해 준다. 오크 나무 조직에 함유되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은 무려 60여 가지나 되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닐린(Vanillin)이며, 탄닌(Tannins)이다.

이 중, 바닐린은 직접적으로 부께의 형성에 관여 한다. 오래 숙성된 고급 와인의 은은하면서도 향긋한 나무 냄새는 바로 이 오크의 바닐린 성분이 포도주의 알콜 성분에 의해 추출되 산소와의 미세한 산화 작용을 거쳐 나타난다.

나무의 고급 탄닌 성분 (Ellagic tannins)은 포도주의 보디(Body)를 강화시켜 탄탄한 몸체를 형성(Structure)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주로 장기 숙성용 고급 와인에 오크통을 사용하는 것이다.

나무의 탄닌은 포도껍질에 있는 탄닌과 그 질이 다르다. 더 수렴성이 강하며 거칠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에서다. 포도 껍질의 탄닌이 포도주의 "미감"을 개선시켜 준다면, 나무의 탄닌은 와인의 "구조structure" 를 강화시켜 준다.

오크통의 제조

1930-40년대의 시멘트조의 건설붐과 20세기 중반 포도주 산업의 위기, 그리고 온도통제가 가능한 스테인레스조의 개발 등으로 인해 위축되어온 오크통 제조산업은 최근 전성기를 맞고 있다.

더욱 나은 양질의 포도주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포도주 산업의 전반적 호황으로 인해서 발효와 숙성과정에 필요한 오크통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프랑스에서만도 연간 20만개 이상의 오크통이 제조되고 있다.

보통, 나무가 성장을 멈추고 휴지기에 들어가는 11월에서 2월 사이의 기간을 이용해 벌목한다. 품질등급과 원산지 별로 분류해 자연건조시키는데 2년반이 걸린다.

주문한 통의 크기에 맞게 널판을 자르고, 강철밴드안에 차곡차곡 끼워 기본 폼을 만든다. 참나무 조각으로 불을 피워, 그 열기로 널판을 유연하게 해서 구부러지게 한다. 다시 여러겹의 강철밴드로 조이고 아래 위 통판을 덮으면 오크통이 탄생한다.

오크와 포도주의 밀월

오크통을 만드는 작업은 대단히 복잡하며 체계적인 작업이다. 숲에서 나무를 선정, 벌목, 건조시키고, 공장에서 수많은 장인들이 각자의 몫을 분업으로 하는 과정은 '전통'과 '과학'이 결합된 예술이다. 또한 재목도 귀하고, 기술도 귀하고, 버리는 것도 많은 '돈드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최고의 품질을 가진 포도주가 이 속에서 잘 여물어 나무가 주는 모든 혜택을 소화하며 '그랑크뤼'로 태어나는 날, 이 모든 시간과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겠다.

여기에는, 오크통에 대한 이해와 효율적 사용이 적극 요구된다.

잘 아시겠지만, 오크통이 줄 수 있는 효험은 한계적이다. 1년차에 가장 좋고, 2-3년까지 쓸 수 있으나, 4년이 지나면 '나무의 통기성' 이라는 효과만 얻을 수 있고, 너무 오래되면, 오히려 나쁜 냄새를 포도주에 전해 줄 수 있다.

또한 만들고자 하는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 새 오크통과 헌 오크통의 비율을 적당히 조절해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사용법이다. 풀바디 레드와인이 원하는 오크 배양 정도와 라이트 와인의 경우가 다르지 않겠는가.

각각의 오크는 각각의 포도주와 브랜디의 특성에 맞추어 주어야 한다. 그랬을 때만이 오크와 포도주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포텐셜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오크통 유감

LIGHT TOAST MEDIUM TOAST HEAVY TOAST

최근에는 일종의 유행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오크통을 사용해 포도주를 숙성시키는데 이에는 보다 세심한 배려와 주의가 따라야 한다. 위에서 설명한 오크통의 유익한 효과는 그 속에 들어 가는 포도주가 품질 좋은 포도로 만들었을 경우의 이야기다.

오크 나무는 상당히 자체 향이 강한 나무인데다 오크통 제조 과정에서 다시 불에 내부를 그을려 스모키한 향을 강조한다. 따라서 오크통은 장기 숙성용 고급 레드 와인에게 특히 권할 만하며, 특정 지방의 샤르도네나 쎄미용 같은 화이트 와인도 오크통 숙성을 통해 혜택을 입기도 한다.

간혹, 원료인 포도의 품질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오크통에만 넣으면 좋은 줄 알고 '포도향이 나는 오크주'를 만드는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본다. 오크는 '제대로 사용되었을 경우', 포도주에 복합미를 더해 주며, 고급 포도주의 특성과 개성을 살려 준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_마침표_]

- 중앙대 소믈리에과정 교수 손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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