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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I. 프롤로그 : 뉴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전통적 포도 축제의 하나인 생 벵쌍 순례 축제가 1월 27일-28일 양일간에 걸쳐서 올해에는 뫼르쏘(Meursault) 에서 개최되었다.
생 벵쌍 순례 축제는 1938년 따스트뱅 기사단Confrerie des Chevaliers du Tastevin 에 의해 제안되었다. 오래 전부터 각 마을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포도주의 수호성인인 생 벵쌍 을 기념하고 있었는데, 이들을 하나로 통합함과 동시에 부르고뉴 포도주의 프로모션 효과까지 누리자는 의도에서였다.

디종 (Dijon)의 대주교가 집전하는 장엄미사로 시작하는 이 축제는 Confrerie des Chevaliers du Tastevin 는 물론 부르고뉴 각 고을의 70여 상조회가 모두 모였다.
또한 전세계의 와인애호가들도 이 축제를 관람하려고 찾아들었다. 참고로, 즈브레 샹베르탱 (Gevrey-Chambertin) 에서 개최된 작년 생 벵쌍 순례 축제 때는 십만 여명의 방문객이 찾아 들었다고 한다.

마을은 온통 축제의 분위기로 꾸며졌으며, 방문객들은 손에 손에 잔 하나씩을 들고 이 멋진 거리 예술들을 감상했다. 40F짜리 축제의 잔 하나만 사면 이 마을의 30여 저장고를 돌며 마음껏 시음할 수 있다.

생산자들이 각기 자기 와인을 가지고 와 모두 모아 종합적인 '뫼르쏘 스타일'을 만드는 이벤트도 감행했다. 1996년, 1997년 그리고 1999년 이렇게 3 뀌베(Cuvee) 가 만들어졌는데 이벤트성 성격이 강하다. 또한 매년 이 모임을 상징적으로 주관하는 유명인을 모시는데, 올해의 명예 초대자는 세계적인 성악가 Barbara Hendricks 로서 각 프로그램마다 그 환한 함박웃음을 선사했다 한다.

그럼 여기서 베스트 와인의 파리 특파원이 묘사한 행사의 정경을 살펴 보자.

II. Body : 생 벵쌍의 독백

토요일 아침 일찍, 서리가 내려 아직은 싸늘한 겨울의 한 복판. 약간 습하긴 하지만 그나마 비가 오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부르고뉴의 겨울은 다 그렇지.

어휴, 오늘은 또 얼마나 사람들이 몰려들까. 먼저 있던 마을에서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하고… 마침 옆동네 같으면 그냥 곧바로 걸어가겠지만, 오늘은 뫼르쏘까지 가야하니, 줄잡아 삼십리길, 예쁘게 단장을 한 트럭을 타고 동네 입구까지 간다. 거기서부터는 가마를 타고 각 포도밭 이랑 사이사이로 그렇게 주-욱 한바퀴 돌 것이다.
이 뫼르소에는 그랑크뤼 포도밭이 없는 것이 좀 아쉽지만 빼어난 프르미에 크뤼들이 있지 않은가. 와인애호가들이라면 누구나 반할 매력적인 Les Charmes 를 비롯해서 세계적인 화이트 와인들이 생산되는 뫼르쏘가 아닌가 말이다. 참, 그러고보니 작년에는 레드와인의 아성인 즈브레 샹베르탱에 있었는데… 재미있네!

어-쿠!! 조심조심! 나를 맨 한 쪽 사람이 그만 미끄러져 포도밭으로 밀려날 뻔 했쟎아. 휴- 이렇게 해서 2시간에 걸친 포도밭 축복 순례는 끝나고, 이제 내가 제일 지겨워하는 (?) 미사 시간이다. 1시간 동안 삐까뻔쩍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한 마디'를 듣노라면, 매년 그 소리라 하품-.

그래도 이 시간까지가 좋았다는 것을 난 매년 느끼곤 해. 이 때 까지는 사람들이 내가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모두 내 둘레에만 있고, 테레비 카메라로 스포트를 받지 않겠어? 그런데 일단 지하 꺄브의 오픈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우루루 기다렸다는 듯이 포도주 맛보러 떠나지, 썰물처럼… Helas!! 마치 주인에게 버려진 Toy Story의 주인공 "우디" 처럼….

이 시간부터는 자유롭게 와인잔과 함께 받은 브로숴를 가지고 맘에 드는 곳을 골라다니며 뫼르쏘의 세계적 와인을 음미하지. 여기에 참석하려고 미국이나 독일에서부터 온 사람도 있더군. 그러고 보면 프랑스애들의 상업정신도 알아줄 만해? 별로 할 일거리도 없고 황량한 겨울의 한 복판에다 이런 축제를 만들어 놓고, 한 해의 와인칼렌더를 시작하는 분위기도 띄우고 프로모션도 하고… 보졸레를 세계적으로 힛트 시킬 때부터 알아 봤지.
어쨌든 행사는 대충 이렇게 진행이 되는데... 리얼하게 설명이 잘 됬남?

참, 이렇게 끝나라구 그랬지…

" 프랑스 뫼르쏘에서, 베스트와인뉴스 생 벵쌍 입니다." *^_^*

III. 에필로그 : 생 벵쌍 순례 축제의 의의.

생 벵쌍 순례 축제 La Saint Vincent Tournante는 부르고뉴 포도 농군의 삶과 전통을 표현하는 진솔한 축제이다. 이 축제는 부르고뉴의 전 포도 마을이 참여하는데, 마침 포도나무가 휴식을 취하는 시기라서 홀가분하게 서로를 만나러 모일 수 있게 한다. 이로써 부르고뉴 포도주 공동체의 단결을 과시하며 그 정체성을 확인한다.

또한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느슨했던 겨울 휴식기를 정리하고 지난 가을 포도 수확기의 긴장과 활력을 되새기며 지난 2000년 이상 계속되어 온 그 일을 다시 시작하는 각오를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그럼 생 벵쌍은 누구인가?
Saragosse 출신의 뱅쌍 성인은 가톨릭을 수호하다 4세기 초에 순교했다. 곧바로 이 성인에 대한 숭배가 시작되어 5세기 부터는 1월22일을 축일로 정해 놓고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의식을 거행하기 시작했다.
여러 직종의 수호성인이었던 생 뱅쌍 성인이 포도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약 16세기 부터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이 성인은 포도를 압착할 때 쓰던 프레스에 짓눌려 순교했다 한다. 이러한 일화를 근거로 전 프랑스에서 생 뱅쌍을 추모하며 포도 농군과 포도주의 수호 성인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여기에 필자가 프랑스에서 학위논문을 준비하던 중, 남부 마을의 한 학자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흥미로와서 소개한다. 사실 불어의 발음상 "뱅쌍 Vincent" 이라는 이름은 동음이의어인 "뱅 쌍 Vin saint"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뱅 쌍 Vin saint은 "성스런 포도주"라는 뜻인데, 이는 곧 "그리스도의 피", "붉은 포도주"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발음 상으로도 기가 막히게 그 의미가 일치하지 않는가!

처음에는 (19세기부터) 각 마을 단위로 이 신심예식이 이루어졌다. 매년 한 가정에서 뱅쌍 성인의 수호상을 모시게 되고, 그 집의 지하꺄브에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포도주를 시음했다. 이 때의 생 뱅쌍 축제는 다음 2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그 종교적인 측면이니, 한 해의 풍작과 양조를 포도주의 수호성인께 기원했던 것이다. 두번째는 사회적 측면으로, 상조회의 성격을 띄었으니, 다치거나 병이 난 동료의 포도밭일을 서로가 추렴하여 도와 주었던 것을 들 수 있다.

바로 이런 마을 단위의 행사가 1938년 따스트뱅 기사단Confrerie des Chevaliers du Tastevin 의 제안에 의해, 전 부르고뉴 지방의 축제로 확대된 것이다. 매년 한 마을에서 호스팅을 하여 1년동안 수호 성인인 생 벵쌍을 모시고 한 해의 풍작과 안녕을 기원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마시는 포도주는 진실로 자연과 신앙과 인간의 노력이 합쳐진 소나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38년 이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장기간의 중단 이외에는 계속되어 온 이 행사가 가뜩이나 그랑크뤼 포도주 위조파동으로 위축되어 있는 부르고뉴 와인생산자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_마침표_]

- 중앙대 소믈리에과정 교수 손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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