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두에로의 양조장에서
정통 스페인 시골풍의 음식과 함께 잊지 못할 와인을 즐긴 일행은 모두 포도밭으로 향하였다. 거의 포도 수확이 끝나가는 10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따가운 햇살이 내리 쬐었고 밭에서는 마지막 남은 포도를 수확하는 일꾼들을 볼 수 있었다. 대신 포도 송이가 붙어 있는 나무를 보기는 쉽지가 않았다. 토양은 아주 부드럽고 붉은 고동색의 흙(clay)으로 구성되어 있고 포도나무 가지는 양쪽 두 갈래로 갈라지는 방법(Double Guyot System)을 택하고 있었다. 일행은 포도밭에 남아있는 포도알을 으깨어 포도즙을 떨어뜨려 당분의 양을 측정하는 계측기(Refractometer)를 이용하여 실제로 당도를 측정해 보는 귀중한 경험도 하였고 바로 수확된 포도송이가 디스테머(destemmer)에 들어가 포도줄기가 제거되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수확이 끝난 포도밭에서 혹시나 남아있는 포도송이를 찾느라 모두들 열심인 사이에 케롤리나 사장님과 알베르토씨가 우리에게 보여줄 곳이 있다며 한 쪽을 가리켰다. 가리키는 곳을 보니 마치 탄광이나 연탄공장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흙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거대한 인공 산과 같은 것이 있었다. 그렇다. 그 곳은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와인양조장과 저장소였던 것이다. 발두에로는 수 백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천연 동굴의 와인저장소와 함께 현대식 와인생산을 위한 양조장을 짓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놓았던 것이다.
양조장 안에서는 이제 막 수확을 끝낸 포도송이의 원액이 1차 발효를 하기 위한 탱크로 옮겨지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역시 대형의 스테인레스 숙성통을 사용하고 있었고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오크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와인을 수입하는 한독와인에서도 이정도 규모의 와이너리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전에 보았던 고풍 찬연한 지하동굴의 와인 저장소를 가지고 있는 일종의 소규모 부띠크 와이너리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엄청난 규모의 저장소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역시 와이너리를 직접 보고 나서야 '발두에로'의 와인이 왜 그렇게 좋은 맛을 내고 있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발두에로의 와인의 특징은 생산되는 모든 와인이 Tinto Fino라는 품종을 사용하며 다른 포도품종은 일체 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Tinto Fino라는 품종은 스페인 와인의 대표품종인 Tempranillo의 다른 이름이며 이 곳 Rivera del Duero에서는 Tinto Fino라고 불리운다. 특히 Gran Reserva급의 와인은 50년 이상의 포도나무에서 열리는 포도로만 생산이 된다고 한다.
발두에로(Bodegas Valduero)에서는 Crianza, Reserva, Reserva Especial Primium, Gran Reserva, Gran Reserva Especial 등 모두 5가지의 레드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는 Gran Reserva Especial만 빼고 나머지 4종류가 수입이 되고 있다. 물론 각각의 와인들이 수확되는 포도밭과 제조되는 방법이 모두 다르지만 오크 통 숙성의 확연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즉, Crianza는 12개월의 오크통 숙성와 4개월의 병 숙성 기간을 거치고 Reserva는 20개월의 오크통 숙성과 16개월의 병 숙성 기간을, Gran Reserva는 42개월 동안의 병숙성 후 출시가 된다고 한다. 또한 Gran Reserva Especial은 특별히 기후가 좋은 해에만 소량 생산을 하고(1990년 빈티지의 경우 불과 15,000병만 생산됨) 무려 45개월의 오크통 숙성기간을 거친 후 병입(1990년 빈티지의 경우 1995년에 병입 됨)이 된다고 한다.
일행은 양조장안에서 각각의 와인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듣고 자세한 생산과정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견학을 하였다. 또한 병 숙성을 하기 위한 나무 케이스가 아주 눈에 띄었는데 이 나무케이스에서 이루어 지는 병 숙성의 의미를 많이 부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번에 방문을 한 Bodegas LAN에서는 이 나무로 만든 병숙성 케이스를 쓰지 않고 스테인레스로 된 케이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LAN의 주장과는 약간의 상충 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어쨌든 겉으로 보기에는 이 조그마한 동내인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스페인 최고의 와인들이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발두에로라는 와이너리에서도 이렇게 큰 양조장에서 과학적인 양조기법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으며 천연으로 완벽한 대규모의 지하 저장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모두들 놀라고 있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와인 붐이 불어 모두들 이름 값을 하는 와인들을 비싼 비용을 들여가면서 마셔보려고 하고 있는 사실을 볼 때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우수한 와인들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일행들은 스페인 와인의 최대산지이며 유일하게 DOC등급을 받은 리오하(Rioja)지역으로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여야만 하였다. 고풍 창연한 지하저장고의 이미지가 머리 속에서 맴도는 가운데 엄청난 규모의 와이너리에 비하여 정말 수수한 발두에로의 캐롤리나사장님과 와인메이커인 욜란다씨, 그리고 젊은 대머리 총각 알베르토의 환송을 받으면서 우리는 발두에로를 떠났다. 아마 아쉬움이 더욱 더 했던 사람은 욜란다씨와 자매결연을 맺었던 방진식선생님이지 않았을까?
- 베스트와인 대표이사 은광표 -
1. 헤레즈에서 리베라 델 두에로로
2. 리베라 델 두에로에 도착하다
3. 발두에로의 양조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