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레즈에서 리베라 델 두에로로

헤레즈(Jerez)에서 쉐리와인의 강렬한 향에 흠뻑 취한 우리 일행은 다음날 아침 남부의 아름다운 도시 세비야(Sevilla)를 둘러 본 후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AVE를 타고 마드리드로 다시 돌아왔다. 스틸 와인에 목이 말라있던 일행들은 마드리드에 도착하자마자 시내 중심가의 유명한 식당(Taberna San Isidro)을 찾았고 먼저 상그리아(Sanggria)로 시원하게 목을 축였다. 우리는 스페인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음식인 양고기 아사도(Asado)를 수프, 버섯요리와 함께 주문하였다. 아사도는 이태리 피자를 굽는 화덕과 비슷한 곳에서 접시에 고기를 넣어놓고 뜨거운 열기로 익혀서 내오는 스페인 전통음식이다. 주문한 양고기 아사도는 화덕의 열기와 함께 기름기가 완전히 빠져서 마치 잘 튀겨진 닭고기와 같은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음식과 함께 먼저 주문한 와인은 'Marques de Riscal - Rueda 2000'. 스페인 유일의 DOC로 지정된 리오하(Rioja)지역에서 생산되는 이 와인은 현재의 스페인 와인산업의 기반을 이룩한 스페인 와인의 아버지라고 불릴 수 있는 그러한 와인이다. 일행들은 서울에서 쉽사리 마실 수 없는 유명 스페인 와인들이 빽빽히 리스트되어 있는 메뉴를 보고 모두들 흥분을 감추고 있는 듯 해보였다. 리오하의 화이트와 함께 주문한 와인은 곧 방문하게 되어 있는 지역인 'Rivera del Duero'의 'Pesquera - Reserva 1997(5,800 Pts)'와 Rioja의 'Marques de Murrieta : Ygay - Reserva 1996(4,200 Pts)'였다. 이 두 와인은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와인이며 와인관련 책자에 그 레이블이 자주 소개되는 아주 유명한 와인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무도 이 와인을 수입하고 있지 않아 가끔 와인 애호가들이 해외에서 사가지고 돌아와 자랑스럽게 코르크를 오픈하는 그러한 와인인 것이다.

3일을 함께 지낸 일행은 서로 서로에 대하여 더욱 더 친근함을 느껴가고 있었다.
십 수년 동안 와인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세계의 수 많은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생생한 경험과 심오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는 대한항공의 방진식팀장님은 그 특유한 웃음과 유머로 시종일관 일행을 즐겁게 해주시고 계셨다.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계시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계시는 이상황교수님은 세비야에서 이미 해박한 건축학적 지식을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었기에 일행들은 모두 이번 여행이 예사롭지 않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다음 날에는 마드리드를 떠나 스페인 중부에 있는 도시 톨레도(Toledo)와 세고비아(Segovia)를 관광하는 부담 없는 일정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스페인 최고의 와인에 취한 우리들은 호텔에 들어가 방에서 헤레즈에서 선물로 받은 쉐리와인을 새벽까지 모두 비웠다.

벽돌색으로 가득한 톨레도(Toledo)를 구경하고 아름다운 도시 세고비아(Segovia)에서 하루 밤을 보낸 일행은 스페인 중북부 지역의 '리베라 델 두에로(Rivera del Duero)'지역 '발두에로(Bodegas Valduero)'로 향하였다. 이 지역은 DO등급을 받았지만 스페인에서 유일하게 DOC등급을 가지고 있는 Rioja지역과 쌍벽을 이루는 지역이다. 많은 와인 애호가들은 Rioja 지역의 와인보다 더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라고 말하는 그런 곳이다. 발두에로의 와인은 이미 ㈜한독와인에서 수입을 하고 있어 우리에게 아주 낮이 익었고 그래서 우리는 그 와인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 베스트와인 대표이사 은광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