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S

은광표

"2002 세계 와인 페스티발"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와인산업계에 있는 전문인으로서 적어도 난 그렇게 평가하고 싶다. 지난 6월21부터 22일 양일간에 걸쳐 인터넷 베스트와인(Bestwine.co.kr)과 경향신문이 공동으로 주최한 대규모 행사였다. 한국에서는 전례없었던 대규모 기획행사로서 "와인" 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치루어진 복합적 문화행사 라는 특성을 가졌다고 본다. 그러기에 와인산업의 한 구성원으로서 필자가 바라본 본 행사의 의의에 대하여 살펴보고 간략히 그 감회를 적고자 한다.


"경향신문" 과 "BestWine" 의 파트너쉽!!

이번 행사를 주관한 두 업체는 경향신문과 인터넷 베스트 와인 이다. 경향신문은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의 대표 일간지 중의 하나이다. 군사독재정권의 서슬이 시퍼럴 때도 그 예봉을 죽이지 않고 할 말을 다했던 신문으로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제는 종업원 모두가 주인인 신문사로서 그 조직면에서도 다른 여타 신문사와는 다른 자유분방함을 가지고 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자신있게 하느냐 하면, 대회 마지막날 모두가 떠나가고 세미나룸에서 쫑파티를 하고 있을 때, 현장에 남아 바닦을 정리하던 문화사업국의 장석준 국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신문사 국장이면 꽤 높은 양반이다. 꼬끝이 찡~하던 순간이었다.

나는 무엇보다 신문 이름이 좋다. "경향" 이 있다는 말, "경향" 이 있다는 것이 좋다. 경향이 있다는 것은 색깔이 있다는 것이고, 개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왜 와인을 좋아하는가? 와인이 다른 주종과 다른 특질은 무엇인가? 우리는 와인에서 무엇을 찾고자 하는가? 자기만의 개성이 아닌가! 그 품종만의, 그 Terroir 만의 "개성"을 담보한 와인을 느끼려 하지 않는가! 그러기에 어찌보면 경향신문이 "와인"을 만난 것은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하하, 너무 억지로 갖다 붙였나?? ^^*~"

경향신문이 이 행사를 주관한다는 것이 세간에 알려지자 필자는 이런 말을 종종 들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중앙일보도 아니고… ㅈㅈㅈ ". 이 사람들은 2000년 4월에 "조선일보사"에서 <와인핸드북>을 낸 사실을 잊고 있었던가 보다.

경향신문에서 이 대규모 행사를 위해 일꾼으로 내보낸 이가 백용하 부장과 이양범 부장이다. 백용하 부장은 '불도저' 이다. 밀어부치는 추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그의 밀어부치기는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밀땐 밀고 당길 땐 당기면서' 밀어부치기에… 통한다. 이게 예술이다. 뭐든지 할 것 같고, 그래서인지 뭐든지 OK다. 그래서 이번 행사도 OK 된 것이다. 여기에 비해 이양범 부장은 사려가 깊다. 하나하나 두드려 보고 하나하나 체크를 했다. 행사 기획시기부터 한쪽 다리를 다쳐, 다리를 절면서도 협력업체를 찾아다니던 그의 모습에서 난 이 행사의 성공을 예감했다.

인터넷 와인 포탈사이트인 베스트와인은 2000년 12월에 오픈한 신생사이트이다. 정확한 와인 정보와 진지한 이벤트 그리고 무엇보다 내용있는 콘텐츠를 주 무기로 삼고 있는 베스트와인은, 이미 "보르도 그랑크뤼 특급와인 테이스팅" 등 국내 최초의 행사들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와인사이트의 새로운 비젼을 제시해 왔다.

이 회사의 은광표 사장은 IT 정보맨 답게 무리수없이 차근차근 치밀하게 사이트를 운영해 왔다. 이제는 30년 몸담았던 IT업계를 떠나 전격적으로 와인업계로 뛰어든 그가, 조직력을 필요로 하는 이런 대규모 행사를 공동주관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물고기가 제물을 만난 격" 이었다.

전시 홍보 문화의 새로운 차원을 열다.

1999년 말 귀국한 이후, 내가 보아온 와인관련행사 중 시음회에서는 그냥 책상 몇 개 붙여 놓고 와인을 시음하는 '간이성 시음회' 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테이블 전면에 몇 명만 붙어 있어도 와인을 요청하기 힘들었고, 관련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기 용이치 않았다. 규모가 작다 보니, Booth 의 개념도 없고, 장식도 없고, 또 거의 대부분 무료 참가였다.

그러나 이번 세계 와인 페스티발에서는 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일단 참가업체들의 숫적인 면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50 여개의 참가업체가 90 여개의 부스를 점유하며 힐튼의 컨벤션 센터를 가득 메웠다. 더욱이 서울 지역 수입상에 국한 되었던 기존의 지역 한도에서 벗어나, 프랑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 와인생산국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특히 기존의 수입와인 일변도의 차림에서 벗어나 국내에서 와인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들이 참가하여 우리의 '자존심(^^)'을 살려주었다. 충북 영동의 "샤또마니", 전북 무주의 "산머루주", 선운산 전통주 등은 관람자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외국인들의 호기심어린 미소를 보았던 아이템이었다.

이번 행사는 "모양"을 갖춘 전시회였다. 모양을 갖추자니 돈이 필요했고, 각 참가업체는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하여, 십시일반 한국와인산업의 Up-grade 를 기원했다. 이처럼 예산이 뒷받침되어 국내 최대규모의 호텔 컨벤션 센터를 임대할 수 있었고, 멋진 부스를 설치할 수 있었다. 아~ 겉모습도 중요하다. 보기좋은 떡이 맛도 좋고, 옷이 날개라 하지 않는가?

그리고 각 부스를 임대한 업체들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부스를 디자인하고, 차별화하여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자 하는 것이다. 외국의 와인행사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런 재미있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스 디자인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그만큼 우리의 전시문화가 이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단순히 흰색 테이블보에 주욱~ 늘어선 병만을 보아왔던 우리 애호가들은 이제 각 업체들의 부스를 방문하면서 눈요기도 실컷 할 수 있었다.

또한 각 부스마다 실질적인 각종 정보가 가득했다. 각 와인 브랜드에 대한 상세한 안내 팜플렛에서부터 해당 국가의 전반적 와인산지를 소개하는 대형 포스터까지, 원하는 관람자들에게 제공되었다. 어떤 곳에서는 와인을 따를 때 드롭을 방지하는 원형 알루미늄 디스크도 선물로 나누어 주는 것을 보았다. 종종 포도주가 병주둥이에서 흘러 와인잔과 테이블보를 적시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선물은 참 유용한 것이었다. 더구나 아주 작고 얇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구입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던 경험이 있었던 터였다. 아마 많은 애호가들이 반겼을 것이다. 바로 이런 센스와 제스춰가 중요하다. 수입회사나 와인업계에서 실제로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공감대와 피드백이 절실한 지금이다.

와인만 나왔나요??

이번 와인페스티발의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는 '와인'을 화두로 주변 악세서리와 관련 식품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이다. 리델글라스를 위시한 명품 글라스웨어와 여러 상표의 전문 와인셀러들도 상당 수 전시되었다. 그만큼 와인애호가 층이 두터워졌으며, 각 가정에서 일정량 이상의 와인을 좋은 조건으로 비축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행사에서는 와인만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와인을 둘러싼 고급 식음문화를 리더하는 테마들이 함께 전시되었다. 치즈도 나왔고, 햄과 소시지도 나왔다. 커피의 구수한 향이 역시 전문 애호가들의 발길을 끌었고, 프랑스에서 직수입된 시원한 띠리에 아이스크림도 와인의 새큼한 신맛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다양한 이벤트와 학술 프로그램

이번 페스티발의 품격을 높여준 것은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참가자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있었던 이벤트성 행사와 지적 욕구를 만족시켜줄 세미나 등 학술 프로그램들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참가자들이 객체가 아니고 주체로서 직접 참여했던 프로그램들이 다수 계발되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하여 자기의 테이스팅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와인 경매 이벤트를 통하여 새로운 방법의 와인구매 패턴도 연습할 수 있었다.

자칫 이벤트 위주의 행사로 끝 날 수 있는 본 페스티발의 비중을 무겁게 잡아준 것은 대회 기간동안 준비된 2건의 컨퍼런스였다. 미국 와인 세미나는 유명한 UC Davis 대학의 양조학 교수가 직접 건너와 강연을 하여 주었고, '한국와인생산의 현주소' 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포럼은 국내 최초로 와인 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관련 전문가들이 의견을 개진했던 자리였다. 물론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청중들이나 참가 패널들이 호흡을 잘 맞추지 못한 미숙함은 있었지만, 이러한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모임이었다.

2003 세계 와인 페스티발을 기대하며…

나는 와인산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가능하면 우리가 힘겹게 일구어낸 이 행사의 긍정적인 면을 발췌해 스스로 어깨를 두드려 보기를 원했기에 대부분 좋은 얘기들을 많이 썼으나, 이제는 몇가지 개선할 점과 차기 행사에 바라는 점을 당부하는 말로 글을 맺고자 한다.

먼저 점점 수준이 높아져 가는 와인애호가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전문 프로그램이 더욱 계발되어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그램은 필요하다면 유료로도 만들었으면 싶다. 이와 더불어 일반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미있는 이벤트성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통하여 많은 관람자들이 긴 시간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페스티발' 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각 부스에서 무료로 제공된 와인들은 대개 중저가인 경우가 일반적이었는데, 특별 쿠폰 같은 것을 만들어 일반 관람자들도 고급와인을 한번쯤은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런 프로그램은 전체 행사로도 할 수 있고, 각 수입회사별로 각 부스별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

끝으로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월드컵 중계를 빼놓을 수 없지욧!!

사실 월드컵은 이 행사를 처음 기획할 당시부터 주최측을 짓눌렀던 과제였을 것이다. 월드컵이 악제로 작용할 것이냐 호재로 작용할 것이냐?? 결정적으로는, 한국대표팀의 8강 진출이 확정되던 순간, 22일로 예정된 와인페스티발의 마지막날이 "썰렁~~~" 해질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안봐도 짐작이 간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한국의 와인산업을 도와 주었다. 예상을 깨고 많이 나와준 관람자들과 참가업체 관계자들은 모두가 하나되어 붉은 깃발아래 응원을 하였다.

" 대~한 민국!!! 짝짝~짝~짝.짝!!!"
" 오~ 미스 코리~아~~!! ^^" 앗! 누구얏?? Oh, No!! 그게 아니짓!
" 오~ 필승, 코리~아~~ 오 오레~오레~ 에! 에! 에!"

이 보다 더 멋진 피날레를 어떻게 연출할 수 있겠는가??
수입와인과 한국와인이 한 동무가 되고, 와인글라스와 와인셀라가 어깨를 나란히, 치즈와 커피, 햄과 소시지, 샌드위치가 블랜딩이 되고, 각종 이벤트와 컨퍼런스가 톡톡튀는 개성을 연출한 이번 2002년 세계 와인 페스티발은 한국의 와인 소비 역사 50여년만의 가장 크고 중요한 자리매김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와인애호가, 우린 당신을 믿어요!!" [_마침표_]

- 중앙대 소믈리에과정 교수 손진호 -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와인선물시장(En Primeur)

    "EN PRIMEUR" 란 한국에서 일반소비자나 판매상에서는 아직 까지는 낯선 WINE 거래 용어 중의 하나입니다. 뜻은 병입(Bottling) 하기 전에 판매한다는 의미로 "Bordeaux En Primeur" 의 전 과정을 2000년 가을에 수확한 포도로 빚은 2000년 Vintage Bordeaux G...
    Date2003.11.24
    Read More
  2. 와인과 국적

    최근 Blind Tasting을 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와인이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Chile의 Almaviva 나 Montes Alpha "M", 등 유명 양조자의 컨설팅과 합작에 의한 기술이전으로 점점 그 나라의 특징, 지역의 특징 ...
    Date2003.11.24
    Read More
  3. 배워보자! 100% 와인 즐기는 비법!! [2]

    『 지난 달에 이어 계속해서 CASA del VINO의 이종화 지배인님을 만나 뵙고 초보자들을 위한 '100% 와인 즐기는 비법'을 알아 볼까 합니다. 이번에는 와인을 직접 구입하여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비법입니다! 』 베스트 와인* 안녕하세요. 지난 주에는 식당에서...
    Date2003.11.21
    Read More
  4. 배워보자! 100% 와인 즐기는 비법!! [1]

    『 청담동의 와인바 "CASA del VINO"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계시는 이 종화 지배인님을 만나 뵙고 소믈리에란 무엇이며 식당에서 와인을 마실 때는 어떠한 예절이 필요한 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 베스트 와인* 안녕하세요. 근래 와인 수요가 증가하면...
    Date2003.11.21
    Read More
  5. 인터넷 와인 동호회 근황에 대해 인터뷰

    『 저희 베스트 와인에서는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일반인들의 와인에 대한 관심과 그로 인하여 활성화 되고 있는 인터넷 와인 동호회에 대해서 알아 보고자 합니다. 해서 현재 인터넷 와인동호회로서는 가장 많은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프리첼 와인 동호회 ...
    Date2003.11.21
    Read More
  6. 2002 세계 와인 페스티발 세미나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그 양조학에 관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높이 평가 받고 있는 UC Davis의 교수인 James Lapsley씨의 "2002 세계 와인 페스티발" 컨퍼런스 자료이다. 다양한 사진 및 통계 자료를 통해서 미국 와인이 전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이...
    Date2003.11.21
    Read More
  7. 2002 세계 와인 페스티발을 참관하고…

    "2002 세계 와인 페스티발"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와인산업계에 있는 전문인으로서 적어도 난 그렇게 평가하고 싶다. 지난 6월21부터 22일 양일간에 걸쳐 인터넷 베스트와인(Bestwine.co.kr)과 경향신문이 공동으로 주최한 대규모 행사였다. 한국에서는 전...
    Date2003.11.21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9 100 101 102 103 ... 107 Next
/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