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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연말연시가 되었다.

각급 호텔과 레스토랑에서는 와인 주제로 한 디너를 마련하고, 동호회별로 크고 작은 송년모임도 열리리라. 그러나 굳이 호텔행사가 아니더라도, 굳이 동호회가 없다 하더라도 가족과 연인과 와인을 사서 마시는 자리는 평범한 사람들도 모두 가질 수 있는 기쁨이다.

아니면 하다못해 선물을 하더라도… 와인을 구입하거나 주문할 기회가 많아지는 때가 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도 초보 입문자나 일반인에게는 와인 구입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

왜냐하면…

"레이블이 복잡해서요~~~"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까다로운 술로 알고 있는 배경에는 와인 병에 붙은 레이블의 난해함도 한 몫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사실, 일단 어떤 와인을 살지 그 '색깔' 을 결정하고 난 후에도 불어, 영어 등 세계 각국 언어로 쓰여진 레이블을 보며 난감해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렇다고 여러분의 외국어 실력을 탓할 필요는 없다.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이라도 와인에 관한 초보자라면 그 앞에서 땀 흘리기는 마찬가지 일테니깐.

그럼 오늘은 스테판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하나 레이블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역사… 누가 전공 아니랄까봐… ㅋㅋ *~

최근 거의 모든 와인 병에서 볼 수 있는 종이 레이블(비닐포함)의 역사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7세기 후반부터 유리병이 보관을 위한 도구로서 널리 보급되면서 레이블을 부착하는 것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레이블 없이 와인이 판매되었고, 지하의 오크 통에 보관되었다가 접대할 때 넙적한 유리병에 담아 제공되었던 것이다. 지하실 저장소에서는 벽돌이나 나무판에 와인에 대한 정보를 적어 구분하였고, 유리병에는 꼬리표를 달아 표시했다.

레이블의 종류

레이블은 와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주레이블(Main label)과 생산년도와 생산회사를 표시하는 병목 레이블(Neck label), 그리고 사용된 포도품종, 양조법, 빈티지의 특성, 대략의 당도, 와인서빙 방법 등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후면레이블(Back label) 등 대략 세 가지이다.

그렇다고 모든 와인 병에 이 세 종류가 다 붙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와인생산지역의 전통에 따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당연히 주레이블은 세계 모든 와인에 사용된다. 그러나 병목레이블은 프랑스 보르도나 신세계 와인에는 사용되지 않고, 프랑스의 부르고뉴, 론, 루아르, 알자스 지역과 기타 유럽국가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된다. 후면레이블은 최근에 등장한 것으로 상품마케팅의 일환으로 소비자들에게 보다 자세한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이다. 주로 신세계와인(New World Wine)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레이블의 정보

와인의 레이블은 와인의 이력서다. 때문에, 서구의 와인 생산 국가들은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기 위하여 관련규정을 만들고 이를 엄격히 실행하고 있다.

와인의 카테고리, 알코올 도수, 용량, 생산자명과 주소 등이 의무적으로 표시되며, 포도의 품종과 양조 타입, 등급과 수확년도 등이 부가적으로 표시된다. 놀라운 것은 와인의 이름이 의무표시조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프랑스에서 만큼은… @.@ 종말~~??

아! 한가지 더!!

때로는 수상경력과 메달의 샘플이 붙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런 와인을 살 때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세계 각국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포도주의 콩쿠르가 벌어지며, 전문가들의 시음 평가 결과에 따라 상이 주어진다.

그런데, 이미 역사와 명성이 있는 포도원들이거나, 이미 확실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포도원들은 굳이 콩쿠르에 와인을 출품할 필요가 없다. 잘해야 본전이고, 잘못하면 망신이니까 말이다.

따라서, 대개 '보통 수준의 포도원'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시장의 인정을 받기 위해 와인을 출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인지상정이라고 때로는 '격려'의 의미로 상이 주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 수상 와인들이 좋은 와인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최고의 와인은 아닌 것이다. 금메달, 은메달 현란히 붙어 있는 딱지에 현혹되지 말라는 얘기다.

그러면 이제 와인 레이블의 정보 중에서 가장 특이하며 중요한 두 가지 개념에 대해 살펴보자. 그 첫째가 빈티지 즉 포도생산년도 이며, 둘 째는 생산지역에 관한 내용이다.

빈티지 (포도 생산 년도)

먼저 생산년도에 대해 알아보자. 불어로는 밀레짐(Millesime)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빈티지(Vintage)라고 한다.

이 생산년도가 중요한 이유는 첫째 각 포도주별로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와인은 포도품종과 제조방법에 따라 그 보존기간이 다르다. 까베르네 쏘비뇽 (Cabernet-Sauvignon) 같은 품종으로 만든 포도주는 상대적으로 오래 보관할 수 있으나, 갸메 (Gamay)로 만든 포도주는 그렇지 못한 편이다.

또한 양조법상으로 볼 때도, 오랜 시간 껍질과 함께 담가서 충분한 보디(Body)를 형성한 와인이나 오크통 속에서 충분히 배양과정을 거친 와인과 그렇지 못한 와인과는 그 보관기간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무조건 오래 되었다고 좋은 것이 아니니 최적의 숙성시기에 마셔야 한다. 갓 숙성 되 신선하고 상큼한 맛으로 마시는 와인이 있고, 장기간 세월의 관록이 밴 묵직하고 그윽한 맛을 즐겨야 하는 와인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생산년도 표기가 필요하다.

생산년도가 중요한 둘째 이유는, 포도의 발육과 숙성을 좌우하는 매해의 기후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해, 아주 좋은 해, 예외적인 해 등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각 빈티지의 특성을 표현한다.

각 와인 샵이나 인터넷 와인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매 해의 점수를 매겨놓은 빈티지 차트가 있으니, 그것을 참조하여 와인을 구입하면 된다.

생산지역 표기와 품질 등급

지난 9월에 참 맛나게 포도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유달리 포도가 잘 익어 당도도 높은 것 같다. 그런데 이 포도도 각 생산지 마다 맛이 다르다. 입장포도 맛과 영동포도 맛이 다르고, 대부포도 맛과 청하포도 맛이 다르다.

포도주도 마찬가지다. 각 생산지에서는 자기들만의 고유한 포도 품종과 재배법, 수확량 등을 규정하여 그 고유의 특성과 개성을 지키며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원산지 통제 명칭' 쯤으로 번역되는 품질통제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대표적 포도주 품질등급이 A.O.C. 를 보자. 각 A.O.C.가 따라서 일반적으로 한 A.O.C.에 속한 와인들은 어느 정도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어느 지방의 와인은 견고하며 힘차고, 어느 지역의 와인은 부드럽고 순하고, 또 다른 지역의 와인은 섬세하며 우아하다. 어느 지역의 와인은 훨씬 강건한 남성적 와인인데 비해, 어느 지역의 와인은 훨씬 부드럽고 섬세한 여성적인 느낌을 받는다.

프랑스에만도 약 450여 개의 각기 다른 A.O.C.가 있으니 그만큼 다양한 맛의 와인이 생산된다고 보면 된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쬐~끔 공부를 해야 한다.

레이블 컬렉션

이렇듯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와인레이블은 컬렉션의 좋은 대상이기도 하다. 일차적으로는 내가 마신 와인에 대한 느낌과 당시의 분위기, 그 황홀한 맛 등을 연상시켜 준다. 또 와인레이블은 와인 외에도 각 나라의 역사와 사회, 문화, 예술을 보여주고, 와인

텍스트북이나 백과사전에서 얻을 수 없는 특별한 정보를 담고 있어 좋은 교육자료가 된다. 마치 우표수집과 같다.

와인 레이블의 수집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최근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신세대식 방법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레이블을 찍는 사람들도 있다. 레이블이 좀 둥그렇게 나와 흠이지만, 쉽게 찍을 수 있으며, 특히 종이 레이블 원본을 내가 소유할 수 없을 때 유용할 수 있다. 정 원본을 소유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Label-saver"를 사용하든지, 아니면 넒은 투명 박스테이프를 사용하든지 해서 겉 표피만 벗겨내면 된다.

내가 잘 아는 와인애호가 한 분은 와인레이블만 3000여장을 모으셨다고 하는데 그 분의 전통적 비법은 다음과 같다. 일단 오래된(?) 양은 양동이가 필요하다. 부식되어 허옇게 변했다면 더없이 좋다. 여기에 와인 병을 넣고 반드시 찬물로 와인 병의 목 부분까지 채운 뒤 약 12시간이 경과한 후, 도루코 면도날로 살살 긁어내면 레이블의 80-90%는 별로 어렵지 않게 떼어낼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아주 오래 된 와인, 예를 들어 와인 레이블과 병이 고물적 가치가 있는 50년 이상 된 레이블은 병과 같이 보관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 때론 레이블이 멋있어 땀을 뻘뻘 흘리며 떼었는데… 별로 멋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즉, 그 병과 함께 있을 때 멋있었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정보가 레이블에 나와 있으나, 때로는 상업상의 이유로 불필요한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소비자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다. 화려한 레이블 디자인이나 현란한 미사여구, 예쁘고 특이한 병 모양의 유혹을 물리치고 마침내 여러분이 선택한 와인에 기쁨과 만족을 느끼시길... [_마침표_]

- 중앙대 소믈리에과정 교수 손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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