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S

은광표

와인 교육의 일선에 있는 입장으로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아무래도 이 "주석산과 그 결정체"에 대한 질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와인을 오래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자기가 큰 돈을 주고 산 와인 속에 이상한 결정체가 들어있다는 사실에 맘이 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대체 주석산은 무엇이고, 왜 결정화하는가. 몸에 해로운 것인가 아니면 이로운 것인가?

I. 주석산 (Tartaric acid)

주석산은 포도와 포도주에 존재하는 주요 산 중의 하나이다.

과실이나 가지 등 식물질에 함유된 산 중에서는 가장 희귀한 산에 속한다. 그런데 이것이 유독 포도에는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이다.

주석산은 포도주의 맛과 품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시큼한 산도를 줌으로써 포도주의 생기를 북돋워주고 입맛을 돋구워 주며, 포도주의 균형과 장기보관에 기여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드라이 와인서부터 스위트 와인에 이르기까지 산의 양과 품질은 포도주의 전체적 품질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 그런데 이 긴요한 주석산이 왜 천덕꾸러기 같은 대접을 받는가?

글쎄~ 포도주스에는 잘 녹아 있던 이 주석산이 '포도주 같은 알코올 용액' (포도주같이 알코올과 수분이 섞여있는 용액) 에는 부분적으로만 녹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즉, 과포화 된 나머지는 일정한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결정화 (Tartrate) 된다.

▶주석산염 결정체 (확대사진)

- 포도 품종과 포도주에 따라 다르다고?

이 주석산의 함량은 포도품종과 포도주에 따라 차등이 있다. 어떤 품종은 주석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어떤 품종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양조용 포도는 식용포도보다 더 많은 주석산을 함유하고 있다. 1

예컨대 Jerez 를 만드는 Palomino 품종은 주석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비해, Pinot noir 나 Malbec 같은 품종은 비교적 적은 양을 함유할 뿐이다.

또한 포도 자체에 함유되어 있는 산의 양이, 만들어진 포도주의 스타일에 따라 그 양과 비율이 다르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주석산은 칼륨결정체로 침강하면서 사라지고, 사과산은 유산변화과정에서 없어진다. 때문에, 유산변화를 거친 포도주는 주석산이 더 많고, 유산변화를 거치지 않은 포도주는 사과산이 더 많다.

- 기후도 한 몫을 한다고?

알다시피, 서늘한 기후 하에서는 산의 양이 높아지며, 포도껍질의 칼륨의 함량은 적어진다. 또한 여름의 태양을 받고 포도가 익어가면서, 포도의 산은 감소하는데, 그 상황은 산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사과산은 주석산보다 더 잘 분해되며, 주석산은 포도의 완숙기를 통하여 안정적으로 그 함량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이렇게 기후적인 요인을 놓고 볼 때, 주석산염의 침강이 독일 산 포도주에 보다 자주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서늘한 지역에서 생산되었기 때문에 주석산을 보다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완숙과정에서의 산의 분해도 약하기 때문이다.

II. 주석산염

발효가 끝나 가면서 발효조의 통 바닥에는 주석산염과 함께 죽은 효모의 잔해, 포도 껍질 부스러기, 포도씨, 과육질 잔해 등이 두텁게 쌓이게 된다. 또한 통 벽에도 주석산염이 형성된다.

옛날에 식초가 귀했을 때, 음식의 맛을 내는 산의 유일한 출처는 포도주였다. 그 때는 주석산염이 귀한 보물이었지 싶다. 농부들은 주석산염의 생성위치에 따라 그 순도와 품질을 구분해 사용하곤 했다. 주석산염의 농도와 순도는 당연히 통 바닥보다는 통 벽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 더구나 통 바닥의 두터운 침전물 속에서 주석산염을 분리하는 작업은 시간도 많이 걸리며 비 경제적이다.

칼륨 주석 염은 신선한 포도주에서 많이 생기는데, 이는 순수한 물이나 주스에서 보다는 알코올과 물이 적당히 섞여진 물 (즉, 포도주 같은 것) 에서 잘 녹지 않기 때문이다. 그 수치는 포도 품종과 지역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대충 어림잡자면, 대강 포도주스에 녹아 있던 주석산염의 절반 정도가 알코올이 형성되면서 침전하는 것으로 통계가 나와 있다. 여하간 문제는, 주석산염은 고농도로 포도주안에 녹아 있는 상태이고, 이것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침강한다는데 있다.

적포도주에 함유된 주석산염은 자연스레 색소를 머금어 적갈색을 띄게 된다. 이런 이유로 대개 적포도주의 주석산염은 침전물로 여겨져 '면죄부'를 받게 된다. 그러나 백포도주의 경우엔 무색 크리스탈의 결정체나 사카린 모양을 띄게 되어, 초심자들에게 걱정을 끼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오늘날 대부분의 양조자들은 포도주의 병입 직전에 '안정화 과정' (Stabilization)을 거치게 된다.

포도주를 시판하기에 앞서 상품에 적합하도록 "깔끔하고 깨끗한"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병입 직전에 거치는 과정으로, 부유물질, 이상 침전물, 탄산가스 등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다. 신선한 와인은 다량의 주석산을 함유하고 있어, 낮은 온도에서의 필터 정제로 주석산염의 농도를 희석 시켜야 후에 병안에서 크리스탈 결정이 생기지 않는다.

III. 塞翁之馬 : 어쩌면 좋아~

역사적으로 본다면, 이 주석산염이 '문제시' 된 것은 19세기에 들어와서 이다. 19세기 전만해도 대개 포도주는 오크통에서 운반 보관되어졌고, 마시기 전에 술 병에 따라 졌기 때문에 주석산염은 오크통에 남아 있었고, 약간의 혼탁은 기본 이었다. 그러나 19세기 들어 포도주병의 사용이 광범위하게 퍼지게 되자, 주석산염의 '불안정성'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포도주를 곳간에 보관하였고, 영하 0도 근처의 긴 겨울을 나는 동안 주석산염이 대부분 침강되어서 큰 문제는 없었다. 오늘날에는 인위적으로 온도를 2~3주 동안 -5도 정도로 하강 시켜 주석 결정체의 형성을 유도하며 필터링 해서 제거한다. 약간의 숯가루나 벤토니트를 첨가해 결석을 도울 수도 있다. 최근에는 포도주에 주석산염 결정체를 첨가하고 온도를 하강 시켜 재빨리 여과하는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바로 바로 마시는 일상 와인들이 고급와인들보다 더욱 엄격한 안정화과정의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이 이미 고급와인에는 어느 정도의 침전물과 주석산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이런 침전물들이 와인의 숙성과 진화에 일익을 담당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와인 병에서 이 크리스탈이 발견되면 "용꿈을 꿔, 귀한 와인을 내가 얻었구나~!" 라고 생각하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아뭏든 굳이 주석산염의 침전물이 생겨 좋아할 것은 없지만서두… 문제시하며 걱정스럽게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겠다. 와인애호가로서의 연륜과 내공이 쌓여야 눈이 떠질 것을… [_마침표_]

- 중앙대 소믈리에과정 교수 손진호 -


1. 양조용 포도의 핵심적인 두 산은 주석산과 사과산 (Malic acid) 이다. [_본문으로_]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와인의 이상 징후, 그 진단과 처리...

    "크리스탈, 우와~ 병속에 크리스탈이 있어요?" Sediment의 종류에는 Crystals(크리스탈)과 앙금이 있다. Crystals(크리스탈)은 포도주 병의 아래부분이나 Cork(코르크) 마개의 바로 밑부분에 크리스탈 결정체가 보인다. 투명한 색으로 빛이 발한다. 크리스탈이...
    Date2003.11.21
    Read More
  2. 와인과 함께 하는 편안한 공간에서...

    { 프롤로그 } 1997년 7월. 따가운 여름햇살이 채 물러나지 않은 초저녁, 난 San Jose의 어느 작은 이태리 식당에 있었다. 서울 지사와 본사인원으로 새로운 팀이 꾸려지고 난 후의 첫 분기 결산을 마치고 자축회식이 벌어지던 날… 우린 쉴 새 없이 와인을 따랐...
    Date2003.11.21
    Read More
  3. 와인 샵 매니저로의 새로운 길에서...

    와인업계의 일원이 되기 전 필자는 알토맨이란 ID를 사용하며 천리안상의 와인 동호회인 "코르크 따개가 없는 마을"의 시삽을 하고 있었다. 매월 시음회를 준비하며 와인에 대해 나름대로 체계적인 접근을 할 수 있었고, 와인사랑을 키워나가던 소중한 시기였...
    Date2003.11.21
    Read More
  4. NEW ZEALAND와 와인 문화

    뉴질랜드는 하얀 구름과 "사람의 수 보다도 많은" 양들로 잘 알려져 있으며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며 아직 오염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하나이다. 이 나라의 원래의 주인은 "마오리" 라는 원주민이었으며 영국의 COOK선장에 의해 이곳이 발견되어 그들...
    Date2003.11.21
    Read More
  5. 와인 레이블을 이해하면 와인이 보인다!!

    연말연시가 되었다. 각급 호텔과 레스토랑에서는 와인 주제로 한 디너를 마련하고, 동호회별로 크고 작은 송년모임도 열리리라. 그러나 굳이 호텔행사가 아니더라도, 굳이 동호회가 없다 하더라도 가족과 연인과 와인을 사서 마시는 자리는 평범한 사람들도 ...
    Date2003.11.21
    Read More
  6. 보졸레 누보 (Beaujolais Nouveau) 신드롬

    매년 11월이 되면 몇 주 동안은 보졸레 누보가 전세계인의 입술을 적시며, 고대 이래 계속되어온 박카스 축제를 연상케 하는 축제가 펼쳐진다. 애호가들은 의식을 치르듯이 시계 바늘이 자정을 치기를 기다리며 즐거워하고, 포도주 제조자들은 만들자 마자 들...
    Date2003.11.21
    Read More
  7. 와인의 보석, 주석산과 주석산염

    와인 교육의 일선에 있는 입장으로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아무래도 이 "주석산과 그 결정체"에 대한 질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와인을 오래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자기가 큰 돈을 주고 산 와인 속에 이상한 결정체가 들어있다는 사실에 ...
    Date2003.11.21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0 101 102 103 104 ... 107 Next
/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