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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와 미식 그리고 와인으로 유명한 부르고뉴의 소도시 본Beaune은 2년에 한 번씩 활기로 들썩인다.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들을 시음할 수 있는 대규모 와인 엑스포, <레 그랑 주르 드 부르고뉴Les Grands Jours de Bourgogne>가 열리기 때문이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찾아온 와인 산업 종사자들은 정상급의 부르고뉴 와인을 시음하기 위해 체면불고하고 인파 속에서 생산자의 눈을 맞추며 와인 잔을 내미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1992년 3월에 시작하여 올해로 14번째를 맞은 레 그랑 주르 드 부르고뉴는 지난 3월 12일부터 5일 동안 본을 포함해 부르고뉴 각지에서 열렸다. 주최측에 따르면, 사전 등록자 수가 지난 2016년 2,322명에서 올해에는 2,500명으로 늘었으며 이 중 1,060명이 첫 방문자이다. 이처럼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부르고뉴 와인의 현재 

부르고뉴 와인 협회(B.I.V.B)의 통계에 따르면, 부르고뉴 지역의 연평균 와인 생산량은 134만 헥토리터로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AOC(원산지) 와인의 6%, 전체 프랑스 와인의 2.8%에 불과하다. 포도밭 면적은 29,067헥타르로 프랑스의 전체 포도밭 면적의 3.7%를 차지한다. 과거의 평균 생산량, 약 150만 헥토리터에 비해 낮은 수치로 부르고뉴 와인은 해마다 늘어가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여러모로 완벽한 빈티지로 평가 받은 2015년의 경우, 지난 5년 동안의 평균 생산량보다 7%나 증가하면서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2016 빈티지는 정반대였다. 심각한 봄 서리와 폭우의 피해로 인해 지난 10년의 평균 생산량보다 20%나 줄어들어 생산자와 부르고뉴 와인 애호가 모두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실제로 레 그랑 주르 드 부르고뉴에서 2016 빈티지 와인을 선보인 생산자들이 재고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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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그랑 주르 드 부르고뉴에는 2015, 2016 빈티지가 주로 선보였다.>

 


지난 해, 부르고뉴 와인 생산량의 49%가 해외에 수출되었고(물량 0.7%, 금액 10.7% 증가) 51%가 프랑스 내(레스토랑 29%, 소매점 22%)에서 소비되었다. 수출된 와인을 살펴보면 그랑 크뤼, 빌라주 프르미에 크뤼 와인의 경우 2014, 2015 빈티지 위주이며 샤블리와 프티 샤블리 같은 일부 AOC 화이트 와인들만 2016 빈티지이다. 


섣부른 감이 없지 않지만 2017 빈티지는 부르고뉴 와인 산업의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해로 뛰어난 품질과 함께 시장이 만족할만한 생산량까지 확보했기 때문이다. 부르고뉴 와인 협회는 올해부터 출시될 2017 빈티지가 부분적인 손실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르고뉴 와인의 주요 수출국은 미국, 영국, 일본, 벨기에, 캐나다이며 홍콩과 중국이 새로운 주요 고객으로 무섭게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젠시스 로빈슨은 중국의 부르고뉴 고급 와인에 대해 관심이 커지면서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부르고뉴 와인과 함께 한 일주일

1,000명의 생산자들이 1,000개 이상의 와인을 출품한 레 그랑 주르 드 부르고뉴는 철저하게 와인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행사다. 와인 수입업자, 와인샵, 와인 유통업, 소믈리에, 레스토랑, 기자를 대상으로 하며 신규 신청자라면 까다로운 신청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까다로운 만큼 맛있는 뷔페식 점심, 시음회 장소를 이어주는 셔틀버스, 정보 전달력을 높인 깔끔한 사이트, 안내 책자 등 정성스러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온전히 시음과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생산자들은 주로 2015, 2016 빈티지를 내놓았고 간간히 오크통에 잠자고 있는 2017 와인을 병입해서 소개하기도 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처럼 2016 빈티지는 극적이다. 비록 생산량은 추락하긴 했지만 와인의 품질은 흠잡을 데 없다. 젠시스 로빈슨은 “진심으로 맛있는 빈티지”라고 평했고 부르고뉴 와인의 가장 큰 고객인 영국의 와인 상들도 “순수하고 클래식하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매일 50개 이상의 와인을 테이스팅하며 거슬리는 맛 없이 편안했다는 게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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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가 좋은 2016 빈티지와 엄지 척을 하며 흡족해 한 2017 빈티지>

 


노심초사했던 2016년에 비해 2017년은 뛰어난 해였다. 포도는 건강하게 잘 익어 수확할 때까지 별 문제 없었다. 다만 봄 서리의 피해를 입은 몇몇 지역의 생산량은 감소했다. 2017 빈티지에 대해 볼네Volnay에 위치한 도멘 조셉 바이요Domaine Joseph Voillot의 조셉 바이요는 “2017년은 아주 좋았던 해로 예상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이 많다. 숙성 초기에도 마시기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2016년보다 수확량이 늘어서 다행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년도에 비해 늘어난 배럴의 숫자를 비롯해 배럴 테이스팅 후 “좋은 와인은 어릴 때도, 숙성이 되어도 맛있다”는 말이 머리에 맴돌며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레 그랑 주르 드 부르고뉴의 상세 프로그램 

부르고뉴의 관문인 북쪽 샤블리와 그랑 오세루아Grand Auxerrois부터 일주일 동안 열 군데에서 14개의 시음회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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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블리의 포도밭 @www.grands-jours-bourgonge.com>

 


샤블리 & 그랑 오세루아: 화이트 와인만 생산하는 샤블리는 부르고뉴에서 가장 큰 원산지(AOC)로 총 5,000헥타르에 이른다. 미네랄 풍미가 강한 샤르도네답게 날카로운 산미와 드라이한 느낌이 일품이다. 그랑 오세루아는 샤블리를 제외한 북쪽 지역으로 부르고뉴 시트리Bourgogne Chitry, 부르고뉴 베즐레Bourgogne Vézelay 등 부르고뉴 지방 명이 붙은 AOC가 많다. 두 지역의 생산량은 부르고뉴 와인 전체 생산량의 20%나 차지한다. 
 

 

005.JPG<미네랄 풍미가 풍부한 샤블리의 단짝 친구인 생굴을 즉석에서 까서 서비스한다.>

 

 

코트 드 본: 코르통 샤를르마뉴Corton-Charlemagne, 몽라셰Montrachet 등 화이트 와인만 생산하는 그랑 크뤼가 많은 지역이다. AOC가 다양해서 다섯 지역으로 나눠 동시에 진행되었다. 가장 많은 업체가 나왔기 때문에 시음을 서둘러야 했다. 코르통과 코르통 샤를마뉴 그랑 크뤼, 유서 깊은 포마르Pommard와 볼네Volnay 마을 와인, 떠오르는 샤비니 레 본Savigny-les-Beaune, 생 로망Saint-Romain 등을 묶은 코트 드 본의 북부 와인, 화이트 와인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생 토방Saint-Aubin, 샤샤뉴Chassagne와 퓔리니 몽라셰Puligny-Montrachet 등을 묶은 코트 드 본의 화이트 와인, 마지막으로 뫼르소Meursult 마을에서 단독으로 열린 뫼르소 시음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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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도멘 마크 콜랭 에 피스Marc Coilln et Fils의 부스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전통적인 스타일을 따르며 꼿꼿한 산미와 구조감, 신선한 과일 풍미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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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의 명 생산자, 도멘 데 콩트 라퐁Domaine des Comtes Lafon의 뫼르소 2015 와인들 역시 명불허전이다. 오전부터 많은 와인을 시음했어도 눈이 번쩍 떠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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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의 3월 날씨는 변덕이 심하고 춥다. 알록스 코르통으로 가던 길, 먹구름이 밀려오더니 결국 비가 내렸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46개 업체들이 나온 코르통과 코르통 샤를마뉴 시음회였다. 잘 알다시피 코르통은 뮈지니Musigny와 함께 레드, 화이트 와인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그랑 크뤼이다. 생산량이 더 많은 레드 와인은 숙성될수록 트뤼플, 가죽의 향이 나면서 풍부한 타닌에서 온 단단한 구조감과 부드러운 여운이 대조를 이룬다. 현장에서 만난 2016 빈티지는 잘 익은 과실의 집중도가 매우 뛰어나고 여운에서도 길게 뻗어나가는 힘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도 시음자가 줄어들지 않은 것만 봐도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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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과일 맛과 묵직하지만 거칠지 않은 타닌이 인상 깊은 도멘 샹동 드 브리아이예Domaine Chandon de Briai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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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통에서 높이 평가 받는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는 도멘 뒤 콩트 세나르Domaine du Comte Senard의 와인을 테이스팅하려면 근육부터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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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에서 갓 구워져 서비스되는 각종 파이들 덕분에 배가 허전할 틈이 없다.

 


<
"테루아의 심장에서 열리는 레 그랑 주르 드 부르고뉴를 가다 (2) 이어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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