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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네Mâconnais: 보졸레와 경계를 이루는 부르고뉴의 남단에 위치하고 총 포도밭 면적은 6,700헥타르이다. 가성비 좋은 화이트 와인 생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마콩Mâcon을 중심으로 가메 혹은 피노 누아를 가지고 고품질의 레드와 로제 와인도 생산한다. 푸이-휘세Pouilly-Fuissé가 익숙하지만 1999년에 AOC로 지정된 비레-클레셰Viré-Clessé의 화이트 와인은 과일 아로마가 강하면서 우아한 느낌을 주어 인상 깊었다. 더불어 크레망 드 부르고뉴, 오트 코트 드 뉘Hautes Côtes de Nuits, 오트 코트 드 본 Hautes Côtes de Beaune의 와인들도 시음자들을 맞이했다.
비레-클레셰 AOC의 와인들은 하나같이 흙 속의 보석 같았다. Domaine André Bonhomme의 다양한 비레-클레셰는 과일 아로마의 집중력이 뛰어나고 산미가 과하거나 약하지 않아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반면에 Meurgey-Croses의 비레-클레셰는 향긋한 과일의 아로마가 잘 드러나면서도 단정하게 정돈되어 편안했다.
<메르퀴레 포도밭과 마을 전경>
코트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 코트 드 본과 마코네 사이에 위치한 산지로 부즈롱Bouzeron, 메르퀴레Mercurey, 룰리Rully, 지브리Givry, 몽타니Montagny 마을이 속한다. 레지오날에서 프르미에 크뤼 등급에 이르는 와인을 생산한다. 국내에서는 메르퀴레가 잘 알려져 있지만 룰리와 지브리 와인들이 돋보였다. 특히 룰리의 레드와 화이트 와인은 식사와 편안하게 잘 어울리며 다시 한번 음식과의 매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François Raquillet의 와인들은 메르퀴레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다. 화이트 와인은 향기롭고 여성스러웠으며, 레드 와인은 순수한 과일 맛과 부드럽고 섬세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코트 드 뉘: 마지막 날에 열린 시음회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수많은 인파에 떠밀려 다니며 시음을 했다. 그만큼 이날을 기대했다는 의미다. 코트 드 뉘는 부르고뉴 와인을 논할 때 바로 떠올리는 마을, 즈브레 샹베르탕Gevrey-Chambertin, 본 로마네Vosne-Romanée,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 뉘 생 조르쥬Nuits-Saint-Georges 등이 위치한 지역이다. 부르고뉴 와인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수많은 인파로 가득한 코트 드 뉘 시음회의 현장>
코트 드 뉘는 레드 와인만 생산하는 AOC가 많은 편이다. 부르고뉴 와인 생산량 중 화이트 와인 61%, 레드 와인 28%, 스파클링 와인(크레망) 11%로 레드 와인의 입지는 생각보다 적다. 부르고뉴 와인의 간판 스타인 코트 드 뉘의 생산량은 전체 생산량 중 5%에 불과하다. 이는 코트 샬로네즈와 같은 비율이며 코트 드 본(10%)보다도 적다. 전세계의 수요를 따라가기 힘든 생산량 때문에 일부 코트 드 뉘 와인은 가격과 희소가치가 모두 높은, 소위 넘사벽 와인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이제 안 그로Anne Gros의 와인은 비교불허하며 독자적인 세계라는 것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클로 부조는 놀랍고 흥분된다.
클로 드 부조 포도밭 한복판에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 샤토 뒤 클로 드 부조Chateau du Clos de Vougeot에서 진행된 본 로마네와 클로 드 부조, 에세죠Echezeaux 등의 시음회는 여러모로 상징하는 바가 많았다. 부르고뉴 와인의 역사성과 우수성 그리고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기 때문이다. 마을마다 특색 있고 생산자의 개성이 담긴 코트 드 뉘의 와인들을 시음하기에 하루는 너무 짧다. 모든 참석자들도 공감했을 것이다.
각 시음장마다 푸짐한 뷔페 음식과 와인들이 넘친다. 클로 드 부조 성에서도 전통적인 부르고뉴 요리와 잘 어울리는 와인들이 준비되었다.
본 로마네의 유명한 그로 가문의 장자, 미쉘 그로Michel Gros와 단독 포도밭이자 도멘을 대표하는 프르미에 크뤼 와인, 클로 드 레아Clos de Rea.
아주 특별한 와인과의 조우
레 그랑 주르 드 부르고뉴는 주요 시음회 외에도 참석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시음회를 다양하게 준비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유기농 와인 시음회와 쥐라Jura 와인 시음회였다.
총 66명의 유기농, 바이오다이나믹 그리고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이 모인 시음회는 다른 시음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소리 없이 꾸준하게 발전해 온 유기농 와인은 ‘건강과 환경의 지속 가능성’이란 시대의 명제와 맞닿으며 세간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일찍부터 부르고뉴에서는 마르셀 라피에르Marcel Lapierre, 랄루 비즈-르루아Lalou Bize-Leroy, 안느 클로드 르플레이브Anne-Claude Leflaive 등 정상급 와인 생산자들을 중심으로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이 활발이 시행되었다. 부르고뉴 유기농 협회의 2015-2016년 통계에 따르면, 총 생산량 중 유기농 와인의 비중은 8%가 넘었고 인증 받은 포도원 또한 310개로 이전보다 5%나 늘었다. 실제로 인증 없이 유기농을 실천하는 생산업자들도 많다.
유기농이라는 큰 틀 안에서도 이산화황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는데, 샤블리에서 오랫동안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해온 도멘 장 마크 브로카르Domaine Jean-Marc Brocard의 줄리안 브로카르는 “건강한 포도는 이산화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포도밭에서 일하는 강도와 노동량, 시간이 엄청나다. 가지치기, 선별 등을 통해 건강한 포도만을 취하기 때문에 생산량은 적을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일반와인보다 가격도 높고 흔하지도 않다. 생산량이 저조한 2016 빈티지보다 2015, 2017 등 다른 빈티지 와인을 가져온 생산자들도 많았다.
줄리안 브로카르Julien Brocard의 이름으로 생산되는 2017 샤블리 와인들. 산뜻하고 깔끔한 스타일로 풍부한 향부터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Domaine Henri et Gilles Buisson의 와인들은 산뜻하고 맑은 시냇물 같았다.
매끄러운 타닌과 풍부한 향이 돋보인 Clos du Moulin Aux Moines의 와인들은 2014, 2013 빈티지로 준비되었다.
Eric de Suremain의 Rully 1er Cru blanc Agneux 2015는 꽃, 사과, 레몬의 향이 향기롭게 나면서 깨끗하게 마무리된다.
Guillemot-Roussille은 포도로 만드는 증류주, 마르크 드 부르고뉴Marc de Bourgogne를 소개했다. 화려한 황금색을 띠지만 35% 이상의 알코올 때문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산으로 둘러싸인 쥐라의 한 마을 @www.visitfrenchwine.com>
23개 업체가 나온 쥐라 와인 시음회 또한 흥미로웠다. 새롭고 독특한 와인에 대한 열정은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부르고뉴와 스위스 국경 사이에 위치한 쥐라는 프랑스에서도 작고 매우 색다른 와인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옐로우 와인으로 알려진 뱅존Vins Jaunes과 포도를 말려 천연 당도를 높여서 만드는 뱅 드 빠이으Vins de Paille가 유명하다. 이외에도 크레망, 샤르도네와 사바냥Savagnin으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 토착 품종인 트루소Trousseau 혹은 풀사르Poulsard로 만든 레드 와인이 있다. 포도밭 면적은 2,000헥타르, 쥐라의 생산량은 프랑스 전체 생산량의 0.2% 밖에 되지 않는다.
<쥐라에서 가장 유명한 AOC, 샤토 살롱Chateau Chalon의 포도밭>
쥐라 지역의 전통 양조방법인 ‘수 브왈sous voile’ 방식으로, 미세하게 산소와 접촉시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은 매우 파워풀하고 인상적이다. 스페인의 셰리를 연상시키지만 여운에서 산미가 있어 음식과 잘 어울린다. 세계 3대 명품 화이트 와인 중 하나인 뱅존은 최소 50년에서 100년까지 보관할 수 있다. 호두,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훈제향, 빵, 커피 등의 향이 복합적으로 나고 깊이가 남다르다.
쥐라 와인은 미국, 일본 같은 주요 시장에서 소믈리에, 와인 전문가 사이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높은 희소가치와 독특한 개성, 낯섦을 그 이유로 꼽는데 뜨거운 분위기의 시음회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쥐라의 유명한 콩테치즈도 선보였는데, 치즈와 여러 가지 쥐라 와인을 함께 시음한 참석자들은 매우 흡족한 모습이었다.
유명한 쥐라의 와이너리 Domaine Berthet-Bondet는 크레망부터 뱅존까지 다양하게 소개했다.
고전적인 레이블의 Domaine Jacques Tissot 와인들. 날카로운 산미가 드러나는 샤르도네와 뱅존의 인기가 높았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후보에 올라 있는 부르고뉴의 포도밭Climats du Vignoble Bourgogne은 북에서 남으로 남동쪽을 향해 그림처럼 펼쳐진다. 미식의 중심, 디종과 본에서 경험하는 와인과 음식은 ‘현지’라는 프리미엄 덕분에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부르고뉴 와인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테루아의 현장에서 5일 동안 극기훈련마냥 이어졌던 시음회는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 2년 뒤 더 활기차고 우아한 부르고뉴 와인을 만날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