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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새로운 고품질 와인의 출현은 항상 많은 관심과 축하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늘 있는 일이 아니라 와인 애호가들에게 안타까움을 선사한다.

우수한 양조학자의 마술 같은 능력으로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와인이 생산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새로운 고품질 와인이 "생성"되는 경우는 기존의 소유주의 죽음으로 그의 소유권이 새로운 사람에게 넘어가 새로운 소유주의 재배지에 병합 흡수되면서 가능하게 된 블랜딩의 효과로 생긴다. 이 경우 와인의 이름에는 변화가 없지만 그 품질은 월등히 좋아진 와인이 생산되며 새 소유주는 더 높은 가격에 더 많은 와인을 팔 수 있게 된다.


르팡(Le Pin)의 경우도 그러하다. 지금부터 약 20년 전 뽀메롤에 "새로운" 와인, 르팡(Le Pin)이 등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품질에 놀라워 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 와인의 소유주가 비유사또 쎄르탕(Vieux Chateau Certan)의 소유주인 티앙퐁(Thienponts) 가문으로 밝혀지면서 또 한번 놀란다.

그 이유인즉 티앙퐁 가문은 대단히 큰 가문이며 샤또 쎄르탕을 천재적인 능력으로 키워 온 알랙싼더(Alexandre)의 명성 또한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르팡의 새 소유주는 비유샤또 쎄르탕의 소유주와는 다른 티앙퐁 가문의 분가이며, 르팡의 명성은 이 사실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어서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티앙퐁 가문은 본래 에틱호브(Etichov) 태생으로 벨기에 출신이다. 벨기에에서 티앙퐁 가문은 와인 도매상으로서 주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죠지 티앙퐁은 1920년대에 프랑스로 건너와 비유 샤또 쎄르탕을 구입하게 된다. 그는 다복하여 조지 II(Geroges II), 제랄드(Gerard), 마르셀(Marcel) 그리고 레옹(Leon)외 3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그의 관심을 쫓아 와인 업계에서 활동하였다.

둘째 아들 제랄드는 벨기에에서 가족사업을 경영하고 있으며 첫째 죠지II는 현재 꼬뜨 드 프랑(Cotes de Franc)에서 샤또 퓌게레오(Puy Guereaud)를 운영한다. 1985년 사망한 레옹(Leon)은 비유 쎄르탕을 운영하였으나 현재 그의 아들 알랙산더와 조카(조지의 아들) 니콜라스(Nicolas)가 이를 상속하여 운영하고 있다.

마르셀은 훌레미쉬(Flemish) 신용은행의 회장이며 그의 많은 자녀들 중 뤽(Luc)은 현재 마고 지역에 있는 샤또 라베이고르스-제이데이(Labegorce-Zede)를 운영하고 있다. 마르셀의 아들인 다른 자크(Jacques)가 바로 오늘 우리가 얘기하고자 하는 르팡의 책임자다.

르팡의 역사는 1924년 마담 루비(Lubie)가 현재 르팡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조그마한 포도 농원을 취득하면서 시작한다. 그녀가 사망한 1979년 3월까지 이 곳에서는 뽀메롤의 저급 와인(Generic wine)이 생산되었으며 마르셀과 제랄드는 이를 백만 프랑에 인수할 수 있었다.

농원 구입시 농원 규모는 1헥타르 6아르1 로 약 2.6에이커였지만 1985년 티앙퐁 가문은 그 지역 대장장이로부터 귀중한 1핵타르 농원을 더 구입할 수 있었다. 이 새로 구입한 필지의 절반은 새로운 포도나무로 다시 심어야 하는 상태 였지만 나머지 절반은 수령이 다소 오래된 까베르네 프랑 약간과 평균 수령이 30년 이상 된 메를로 포도나무였다. 따라서 르팡은 샤또 페트뤼스(Ch. Petrus)와 똑같이 본질적으로 100퍼센트 메를로 와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르팡의 포도원들은 뽀메롤 고원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동쪽에는 쁘띠 빌라지(Petit- Village), 북쪽에는 라 비오레트(La Violette)와 트로타놔(Trotanoy) 그리고 동남쪽에는 비유 샤또 쎄르탕(Vieux Chateau Certan)으로 둘러싸여 있다. 토양은 자갈과 모래가 조금 섞인 점토질이다. 르팡의 점토질 토양은 비유 샤또 쎄르탕에서 발견할 수 있는 2.5미터 깊이의 것보다 더 깊고 더 넓게 분포되어 있어 르팡 와인에 깊은 맛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밖에도 르팡을 특2등급(super - second)의 자리에 올려 놓을 수 있었던 것을 르팡 포도원의 척박함이었다. 마담 루비가 농원에 시비(施肥)를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티앙퐁 가문 이전부터 이곳 토양은 척박하였다.

이는 1핵타르당 30핵토리터라는 극히 적은 수확량을 내게 했고 이는 역설적으로 포도나무로 하여금 맛을 응축시킬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여 더 좋은 와인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르팡의 와인은 포도 품종과 주위 온도 상태에 따라 1 - 2주동안 스탠레스 통에서 발효한다. 이 일차 발효와 침용 기간이 끝나면 와인은 새로운 오크 캐스크 통으로 옮겨지며 여기서 감산 발효(사과산에서 젖산으로)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이 끝난 다음 입병 전까지 18 - 24개월간 저장되며, 별도의 여과 과정은 생략된다.

비록 1979년과 1980년에 르팡이 소량 양조되긴 하였지만 이 "새" 와인은 실질적으로 1981년 빈티지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1981년부터 르팡은 "Super - second" 와인으로 인정 받았으며 품질면에서도 훌륭하다는 평을 듣게 된다. 이 와인의 높은 명성은 와인 값이 고가라는 것 외에, 1,500병밖에 안 되는 연간 생산량의 3/4이 영국에 판매되는 등 높은 수요를 자랑하는 희귀한 와인이라는 점에서 기인하다.

1995년 르팡은 다시 한번 그 품질을 인정 받게 되는데 그 계기는 뽀메롤 와인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샤또 페트뤼스와의 비교 시음의 결과에서 기인한다.

가히 거인들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와인의 시음은 1995년 9월 독일의 두쎌도르프(Dusseldorf) 근교의 미쉬린(Michelin) 2스타 투스르 트라우버(Zur traube) 레스토랑에서 독일의 포도 재배자이자 수집가이면서 와인 저널리스트인 아민 다이엘(Armin Diel)과 싱가폴 외과 의사이며 와인 수집가인 엔 케이 용(N.K Yong)에 의해서 블라인드 테이스팅2 으로 이루어진다.

이 두 사람은 뽀메롤의 두 최고급 와인의 품질 비교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이 세계 최고 와인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제의한다. 따라서 1979년 빈티지부터(1991년 빈티지를 제외한) 1992년 빈티지까지 두 와인의 같은 빈티지를 13회에 걸쳐 실시한 후 매회 점수의 평균을 내 뽀메롤 와인의 1등을 가리는 중요한 콘테스트를 준비하게 된다.

1965년부터 리부르네(Libourne)의 와인 거상으로 자리를 잡고 있던 제이 피 모예(J.P Moueix)와 릴리 라코스트(Lily Lacoste)가 주식의 50% 씩을 소유하고 있던 샤또 페트뤼스는 보르도의 가장 비싼 수집 대상 레드 와인으로 28에이커의 면적에서 년 평균 4,000케이스만이 생산된다.

비공식이긴 하나 포메롤의 일등급 와인으로서 국제적 명성이 있는 샤또 페트뤼스는 새롭게 명성을 얻기 시작한 르팡의 쉽지 않은 경쟁 상대임은 분명했다.

1995년 당시 르팡은 짧은 기간 동안 너무도 급속한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다이엘과 용을 비롯한 여러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시음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독일 나어(Nahe) 지방의 와인 재배업자인 아민 다이엘(Armin Diel)의 "모든 빈티지의 르팡을 구입하였기에 르팡을 시험할 때"라는 생각과 시음회의 공동 개최자인 엔 케이 용(N.K Yong)의 "페트뤼스를 수집하였으니 당장 르팡과 페트뤼스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개최하자"라는 제의가 맞아 떨어지면서 이 시음회가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되는 점은 역사적이라 할 수 있는 이 비교 시음회는 와인을 재배하는 당사자들만이 개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회는 와인 애호가, 수집가, 비평가들의 제 삼자적 입장에서만 개최할 수 있는 것이며, 다이엘과 용과 같이 모든 조건과 견해가 맞는 경우가 전무후무 함으로, 와인의 우열을 가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회에서 다이엘과 용은 독일의 수집가, 요리점 경영자, 호텔 지배인, 와인 재배자들을 초청하여 각 빈티지의 시음이 끝나는 즉시 시음결과를 투표 하게 하였다. 르팡이 이 콘테스트의 빈티지 중 9개 빈티지 (1979, 1981, 1983, 1984, 1985, 1986, 1987, 1988, 1992)에서 총 91표를 얻어 승리하였고 페트뤼스는 4개 빈티지(1980, 1982, 1989, 1990)에서 총 53표의 득표하는 데 만족하여야 했다.

다시 말해서 이 시음의 결과로 페트뤼스는 가혹한 타격을 입었고 르팡은 승리자였다. 그러나 와인 스펙테이터의 100점 평가 기준으로 르팡이 90.4, 페트뤼스가 88.6을 얻었다고 해서 이 한 대회만으로 르팡과 페트뤼스의 품질을 논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보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여러 다른 견해들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음의 결과로 르팡이 페트뤼스보다 호적수가 된 것은 사실이다. 르팡의 진한 향기, 검붉은 과일 향, 매콤한 향, 바닐라 향 등은 보르도에서 양조한 가장 매력적이고 쾌락적인 와인이라는 평을 받게 된다.

1986년과 1990년 같이 강한 탄닌 맛을 갖는 훌륭한 빈티지일지라도 입에서 느낌은 벨벳과 같이 유연함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1984년과 1987년 같이 작황이 좀 떨어지는 빈티지에서도 르팡의 와인 향과 맛은 현저한 농도와 깊이가 있다.

반면 포메롤의 일반적인 특성인 부드럽고 풍요로운 맛과 달리 페트뤼스 와인의 대부분은 견고한 탄닌과 매우 신맛을 지닌다.

이 시음회가 제시했듯이 1979년 1989년 사이 10년간의 빈티지에서 1982년 1985년 그리고 1986년 빈티지만이 적절한 와인 맛의 구조와 과일 향, 부케향, 알코올 그리고 모든 추출물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룸을 알 수 있다.

시음 참석자들은 우수한 와인이라고 평가하였지만 여전히 페트뤼스의 전설적 명성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1988년부터는 와인 스타일에 변화가 생겨 와인이 좀더 힘차고 농도가 더 강해 진 것이 뚜렷하지만, 1984년 1981년 그리고 1983년과 같은 빈티지 조차도 뒷맛에서 탄닌과 신맛이 없어 이미 오래된 와인 맛을 띠기 시작함을 또한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 대회로 보다 검증된 르팡의 품질에도 불구하고 르팡이 페트뤼스보다 우수하다고 말하는 데는 다소 섣부른 감이 있지않나 생각된다. 르팡의 1989년과 1990년 빈티지가 최우수 와인이라고 하지만 페트뤼스의 1945년과 1961년 페트뤼스 와인과 비교한다면 조금 모자라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용(Yong)이 이 시음회의 끝에 "패트뤼스를 매년 구입한 것처럼 르팡을 구입해야 되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오랜 역사 속에 일정한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최상급 와인을 만드는 요소로 작용함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르팡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 명성을 유지하기를 바라고 미래의 와인 애호가들의 수퍼 스타 르팡을 기대하며 유명한 와인 전문가인 클라이브 꼬트(Clive Coates)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이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르팡은 확실히 품위와 균형과 매력이 있는 와인이다. 르팡은 특히 와인 초기에 대단히 마음을 끄는 와인으로 확실히 뽀메롤의 최정상의 와인이다. 이 와인은 분명 세심한 주의와 조심성으로 만들어졌다. 르팡 와인은 확실한 스타임이 분명하지만, 아직 슈퍼스타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_이석기_]


1. 아르 : 100평방미터.

2. 와인을 시음하는 이들에게 시음 와인에 대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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