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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라투르(Latour)는 1855년 보르도 메독(Medoc) 등급분류에서 라피트(Lafite), 마고(Margaux), 오 브리옹(Haut-Brion)과 함께 1등급을 획득한 와인으로서 보르도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훌륭한 레드 와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1

라투르는 보르도 와인 중에서 가장 견실한 와인이다. 라피트 롯실드, 마고, 무통 롯실드 등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괄목할만한 발전은 하였지만 중후하고 견고한 면에서는 라투르의 비교 대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단, 오 브리옹만은 라투르의 역사보다 긴 역사를 가졌고 일련의 어려운 시대를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견실함을 추구한 와인으로 특정한 해에는 라투르 보다 좋은 맛을 내기도 한다.

대서양에 인접해 있는 메독 지역은 대체로 해양성 기후다. 이는 지롱드(Gironde)강이 극심한 기후의 변화 특히 과도한 추위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겨울은 때에 따라서는 추울 때도 있지만 대체로 온화하다. 초봄은 싸늘하지만 중반부터는 온화해지면서 종종 비가 내리며 여름은 습기와 더불어 적당히 덥고 7월 중순이 되면 습기가 없어지고 9월 10일부터 10월 20일 사이엔 적당한 햇볕과 기온으로 수확에 많은 도움을 준다.

상쾌한 봄날 아침 일진의 돌풍이 지롱드 강을 건너 자갈이 많은 언덕에 심은 옹이가 울퉁불퉁한 오래된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나무에 불어온다. 이 포도원을 랑끌로(L`Enclos)라고 부르니 보르도의 전설적인 와인 재배지 Château Latour의 중심부이다.

지롱드 강의 영향으로 데워진 미풍은 찬 날씨를 쾌적한 날씨로 변화시킨다. 이는 포도원의 극소 기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명하는 것이다. 골프공만한 화강암 자갈로 가득한 진한 갈색 흙은 밝은 햇볕을 쬐어 오전 중간 쯤이면 벌써 따듯해져있다. 바로 이런 것이 라투르를 그렇게 위대하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토양과 극소 기후의 결합이 이루어진다.

이는 지리학과 지질학의 결합인 것이다. 라투르는 지롱드 강의 바로 옆에 있다. 그래서 라투르는 메독 대부분의 다른 포도원 보다 4일 내지 7일 더 빨리 수확한다. 또한 강에 가까이 위치한 포도원들이 Latour의 포도원을 보호한다. 예를 들면 1991년 추위에 메독의 내륙 언덕 지역에 있는 포도원들의 포도나무의 85%가 추운 봄에 얼어버렸지만 Latour의 포도원에서 손실된 포도는 단 15%밖에 되지 않았다.

불어로 떼르와(Terroir)는 토양(Soil), 방향(Exposure), 극소 기후 (Microclimate)의 결합어로 각각의 포도원에 다른 지역의 포도원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성격을 더한다. 즉 라투르의 특성과 질을 결정하는 요소도 바로 이 떼르와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예외적으로 떼르와(Terroir)와 강에 접한 위치로 좋은 해에는 항상 좋은 와인은 물론이고 나쁜 해에도 특히 성공적으로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Château Latour의 많은 이야기가 대부분 전설 또는 증빙할 기록이 없거나 분명한 증거가 불충분하여 확인할 수 없는 추측으로서만 남아있다.(Clive Coates) 그래서 신빙성 있는 사실들을 모으면 다음과 같은 샤또 라투르의 역사를 엮어 볼 수가 있다.

거의 300년 동안 세귀르(Se`gur family)家의 후손이 소유하고 있던 주식에 변동이 생기는 1962년부터 Latour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한다. 영국의 피어슨 그룹(Pearson Group)이 53.5% 브리스톨의 하베이즈(Harvey`s)가 25.2%의 주식을 인수함으로 소유권이 불란서에서 영국으로 이전되었다. 영국이 지불한 약 79%의 주식대금은 달러로 2백70만불이었다2. 1989년, 거대 음료회사인 Allied Lyons는 하베이사를 통해 피어슨 구룹의 주와 개인주까지 인수하여 대주주가 되었고 1993년 Allied Lyons는 회사의 주식을 머시오 프랑스와 피노氏 (Monsieur Francois Pinault)에게 양도함으로써 라투르의 30년 이상의 영국인 소유권이 다시 불란서인에게 돌아갔다.

보르도 근방 브르통(Breton)에서 태어난 실업가 피노는 수 년 동안 보르도 인근의 포도농원을 구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물색하던 중 Château Latour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지 8일 만에 1억 2천 6백 만불을 지불하고 이를 구입하였다. Wine Spectator의 Senior Editors인 James Suckling과의 인터뷰에서 `참으로 오랫동안 포도원 소유를 갈망한 꿈이 이루어져 무한히 행복하지만 또한 많은 책임과 의무를 느낀다` 라는 말을 남겼다. (Francois Pinault)

Château Latour가 소유하고 있는 전체 면적은 65 ha.이나 47ha.만이 라투르 양조장을 감싸고 있는 랑끌로(L`Enclos)라고 부르는 포도밭이며 여기서 재배한 포도로 Château Latour의 Grand Vin(그랑 뱅)을 양조한다. 나머지 18ha.의 포도밭은 "Comtesse de Laland", "Petit Batailley" 그리고 "Saint Anne"(지도참조)라고 부르며 각기 다른 지역에 분산되어 있다.

이 세 포도원에서 재배된 포도는 주로 Château Latour의 Second Wine인 Les Forts de Latour의 양조에사용되나 때로는 품질이 표준에 미달되면 보통의 뽀이약("Pauillac")으로 판매한다. 포도품종의 재배는 여타 Medoc의 유명 재배지와 비슷해서 75%의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20%의 멜로(Merlot), 약 5%의 쁘띠 베르도(Petit Verdot)와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재배하는데 특이한 재배방법은 헥타르당 포도나무 1만 그루를 조밀하게 심어 포도송이의 양을 줄여 질을 응집시킨다. 포도나무가 죽는 경우 그때마다 새 포도나무로 바꾸어 심기 때문에 같은 소구획안에서도 나무의 수령이 각각 다르며 어떤 나무는 60년 70년 수령이 된 것도 있다. 또한 수령이 젊은 포도나무보다도 수령이 오래된 포도나무의 포도로 만든 와인의 질이 더 좋은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최고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정반대로 엄밀한 훈련의 일환으로 수령이 젊은 나무의 포도를 먼저 수확한다. 이러한 방법을 라투르만 사용한다. 물론 수령이 젊은 나무의 포도는 따로 저장한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부터 2차 수확한 포도만 모아 Château Latour의 Grand Vin 양조에 사용한다. Château Latour 와인의 세계적인 명성은 지리학적 지질학적 환경, 포도나무의 수령, 시음자의 기술등 세 가지 특징에 의해결정된다.

라투르의 Grand Vin은 뽀이약으로 향하는 중심 도로인 D2와 강 사이에 위치해 있고 이 샤또의 와인 양조장을 감싸고 있는 47헥타르의 주포도 농원(L`Enclos)에 있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의 포도로만 생산한다. 라투르는 작황에 따라서 20%내지 30%의 다른 포도 품종들을 배합해서 독특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든다. 이 와인은 또한 세계에서 가장 까베르네 소비뇽의 특성을 잘 표현한 와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별한 토양과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결합은 대단히 진한 루비 색과 탄닌이 비중있는 맛의 와인을 만든다.

라투르는 많은 인내가 필요한 와인이다. 평균적으로 10년에서 15년의 병 숙성을 거쳐야 부케(Bouquet)향이 생성되고 거친 맛이 없어진다. 육상선수에 비유한다면 단거리 선수가 아닌 장거리 선수인 것이다. 이것은 또한 와인의 생명력이 대단히 길다는 것을 뜻한다. 라투르 와인은 보통 20년에서 30년이 지나야만 마시기 좋은 상태가 된다. 때로는 수 십년이 지난 와인을 마실 때도 이 와인이 좀더 숙성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19세기말의 몇몇 빈티지, 특히 1863년과 1899년산 와인은 아직도 대단히 생명력이 있고 아직도 상당히 마실만하다. 이 사실을 입증할 좋은 예가 하나 있다.

2000년 4월 New York, Christies Auction House의 시음회에 초청된 한 와인 수집가는 1863년산 Château Latour를 시음하고 웃더니 큰 소리로 "내 생애에 많은 Latour를 구입한 것은 실수였어! 그 와인들이 아주 잘 숙성되어 마실 만한 날까지 내가 살수 있을까?" 라고 말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처럼 훌륭한 해의 라투르는 충분히 숙성이 될 때는 다른 와인과 비교 할 수 없는 진한 맛, 향기로움 그리고 굉장히 복합적인 멋을 지녔다. 그리고 입에는 놀라운 감동을 주고 맛은 오래오래 지속력이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라투르는 대단히 진한 맛과 긴 뒷맛을 지닌 와인이다. 물론 이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하겠지만.

Hugh Johnson이 그의 저서 Modern Encyclopedia of Wine에서 Chateau
Latour와 Chateau Lafite의 뚜렷한 차이를 묘사한 표현이 있어 이를 인용함으로 이 글을 마친다.

Lafite가 테너라면, Latour는 베이스고
Lafite가 서정시라면, Latour는 서사시이며
Lafite가 댄스라면, Latour는 퍼레이드다.

[_이석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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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통 롯실드(Mouton-Rothschild)는 1855년 등급분류 당시는 2등급이었으나 1973년 단 한번의 재등급 분류에서 무통 롯실드만이 1등급이 되었다.

2. 15년 후 이와 같은 상황이 Chateau Margaux에서도 발생했지만 불란서 정부는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외국인에게 매도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았다. 정부의 이러한 반대는 물론이고 드골 장군의 반대도 있었기에 피어슨 회사는 샤또 구입의사는 좌절되었다고 한다. 사실 샤또 마고는 개인 재산이기 이전에 프랑스의 자존심이며 문화유산이라고 보는 것이 프랑스 국민의 입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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