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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보르도(Bordeaux)의 `Big Eight Wines` 즉 샤또 마고(Margaux), 샤또 라피트 롯쉴드(Lafite Rothschild), 샤또 무통 롯쉴드(Mouton Rothschild), 샤또 라투르(Latour), 샤또 오 브리옹(Haut Brion), 샤또 오존(Ausone), 샤또 슈발 블랑(Cheval Blanc), 샤또 페트뤼스(Petrus) 중에서 어느 와인이 제일 좋은가 하는 단순하지만 꽤 어려운 질문을 가끔 받곤 하는데 마침 지난 7월 Financial Times에 이 `Vintage 1990 Big Eight의 수평 시음(Horizontal Tasting)`의 결과가 나왔기에 이를 필자의 의견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분명히 1990년의 모든 일등급(Premier Gran Cru Classe) 와인은 쎙테밀리옹(St. Emilion)의 샤또 슈발 블랑을 위시하여, 특히 샤또 오존은 대단히 잘 익어서 지금 당장 마셔도 되는 인상을 주었고 샤또 라피트나 샤또 라투르는 이들보다 훨씬 더 오래 보존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시음 와인 평가자들은 와인시음을 통해서 여덟 와인 중에서 가장 좋은 것과 가장 나쁜 것을 여느 때보다 분명히 판단할 수 있었는데 제일 낮게 평가되는 와인이 오존이었다는 것은 모든 시음자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오존은 다른 와인보다 빨리 더 많이 숙성된 전형적인 쎙테밀리옹의 와인으로 메독의 일등급보다 아래 수준이었다.

시음자 여섯 사람 중 한 사람만 제외하고 모두 오 브리옹에 제일 좋은 점수를 주었다. 오 브리옹은 윤택한 느낌과 생기 있게 톡톡 쏘는 듯한 향기와 균형이 잡힌 활력이 특히 잘 배합되어 시음자들을 매혹시켰다고 시음회를 주관한 로빈슨(Jancis Robinson, 영국의 유명한 여류 와인 전문가)은 기록하고 있다. 그녀는 또한 오 브리옹에 대한 총평에서 만점(Perfect)이라고 적었는데. 이는 본인도 밝혔다시피 매우 드문 일이다.

에드먼드 펜닝로쎌(Edmund Penning-Rowsell)은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에는 페트뤼스에 제일 좋은 점수를 주었으며 로빈슨은 오 브리옹 다음으로 페트뤼스에 좋은 점수를 준 반면 브로드벤트(Michael Broadbent)는 제일 나쁜 와인 순으로 두 번째로 평을 했으며 너무 무거운 감을 주는 무언가 석연치 않다고 페트뤼스를 평을 하였고 로빈슨은 페트뤼스를 아름답게 조화된 오 브리옹같은 상쾌한 와인은 아니지만 관능적인 와인으로 평가했다.

그 외에 다른 와인은 대부분이 거의 같다. 시음 와인에 대한 간략한 개별 평가를 보면…

『슈발 블랑』은 매혹적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보통보다 좀더 산화된 것 같다.
『라피트』는 `90년 빈티지 고유의 풍부한 향과 맛을 가진, 약간 떫은 듯한, 질이 좋은 와인 이었다.
『라투르』는 이 빈티지에 걸 맞는 명성의 와인처럼 라투르 자체에 중후한 맛이 있다. 다른 와인의 탄닌보다 두드러지게 많은 것 같고 통상 이러한 와인들을 틀림없이 보관 기간이 길 것이다.
『무통 롯쉴드』역시 탄닌이 많은 뒷맛이 있으며 뒷맛의 풍부함은 와인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마고』는 매우 유쾌한 향을 가진 매력적인 와인이나 어떤 다른 두드러지게 맛있는 와인과 같이 마시면 볼품이 없어보이는 와인이다.

여섯 시음자의 점수 표는 아래와 같다.

1등 : Ch. Haut-Brion (7점)
2등 : Ch. Petrus(24점)
3등 : Ch. Cheval Blanc(25점)
4등 : Ch. Lafite-Rothschild(26점)
5등 : Ch. Latour(26점)
6등 : Ch. Mouton-Rothschild(29점)
7등 : Ch. Margaux(31점)
8등 : Ch. Ausone(48점)
※참고 : 제일 좋은 와인에 각자가 1점을 주고 제일 나쁜 와인에 각자가 8점을 주는 방식

위와 같이 보르도의 Big Eight Wine을 한꺼번에 같이 수평시음(Horizontal tasting)을 함으로 각 와인과의 비교가 매우 쉬우며 또한 각 와인의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이클 브로드벤트는 이 수평 시음과 수직시음(Vertical Tasting)을 같이 함께 반반 병행하는 것이 와인시음을 배우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위의 시음결과가 뜻하듯이 와인은 포도농장의 토양에 따라 와인의 개성과 특성이 다르며, 포도 품종과 빈티지에 따라 와인이 다르며, 사람의 개성과 기호에 따라 와인 맛이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와인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않은 방법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독자께서는 혹 샤또 오 브리옹이 보르도의 Big Eight에 첫 번째로 선정된 것이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면 샤또 오 브리옹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풀어본다.

오 브리옹은 메독 지역의 와인이 아니면서 그 유명한 1855년 보르도 와인 등급 분류에 일등급 와인으로 지정된 첫 번째 와인으로 유일한 Grave 지역의 와인이며 역사적으로 특별한 명성을 가진 와인이다.

오늘날에도 모든 일등급 와인인 중에서 제일로 꼽힌다. 또한 보르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 재배지이며 가장 먼저 설립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일등급 와인 보다 일세기 이상 더 비싼 가격에 판매 되었다.

Samuel Pepys의 1663년 4월 10일의 일기에서 `Ho Bryan`이라 불리는 순한 프랑스산 와인을 마셨는데 그 와인은 "처음 마셔 보는 것으로도 아주 향과 맛이 대단하였고 상당히 특이 했었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1787년 보르도를 방문한 Thomas Jefferson(나중에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음) 또한 이 오 브리옹을 극찬했다. 오 브리옹은 1550년대 Pontac家의 소유로부터 여러 소유주를 거처 1935년 미국인 은행가 Clarence Dillon의 소유가 됐고 1979년부터는 그의 손녀인 Joan이 소유주이다.

오 브리옹의 사또 자체는 1550년 건축 되었고 1740년에 증축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으며 오 브리용 와인병의 라벨에서 누구나 친숙하게 볼 수 있는 장원이다. 또한 이 샤또는 세계 2차 대전 중 프랑스군의 병원으로 제공되기도 했던 역사적인 건물이다.

포도 농원은 보르도의 중심부에서 약 5 Km 떨어진 뻬싹에 위치하며 대부분 해발 약 27m의 얕은 언덕에 있고 지질은 깊이 18m 까지 자갈이 많은 사력층으로 되어있고 또한 일부는 양질의 점토로 되어있다. 년 평균 생산량은 1976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Second Wine 인 Ch. Bahans-Haut-Brion을 포함해서 13,000 Cases 이고, 2.5 ha 에서는 쎄미용 50%, 소비뇽 블랑 50% 비율로 드라이 화이트 와인인 Haut-Brion Blanc을 생산한다.

1983년에는 La Mission-Haut-Brion과 이 와인의 Second Red 와인인 Ch. Latour-Haut-Brion과 화이트 와인인 Ch. Laville-Haut-Brion 까지 오 브리옹에 귀속 되었다. 오 브리옹은 지난 30여년간 상주관리자 델마스(Delmas)의 지도하에 샤또의 다방면에 걸쳐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여 1959년에는 포도주 창고를 대대적으로 증축하였고 2년 후에는 나무 발효 통을 스테인레스통으로 바꾸는 등 보르도 지역의 일등급 샤또 중에서 양조 장치를 처음으로 현대화 했다.

오 브리옹은 비교적 높은 온도인 30℃∼33℃ 사이에서 약 2주간 포도즙을 포도 껍질과 함께 발효시킨다. 이러한 고온 발효 방법은 너무 많은 탄닌을 배제하고 포도껍질로부터 색깔과 향을 추출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델마스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자로 실로 550개의 각기 다른 개량종으로 심고 연구 발전 시킴으로써 빈약한 질의 클론과 빈약한 품종의 나무는 제거하고 오 브리옹 토양에 가장 적합하다고 인정된 포도나무로 바꾸어 심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 결과는 전체적인 수확률을 높이고 양질의 까베르네 프랑을 재배하게 되어 오 브리옹 와인의 복합성과 조화에 큰 기여를 했다.

오 브리옹은 뽀이약이나 쎙 쥘리앙의 훌륭한 와인보다 대체적으로 좀 일찍 마실 수 있는 와인이나 또한 항상 균형과 훌륭함을 잃지 않는 와인이다. 대표적인 그 해 빈티지의 와인의 질보다 항상 오 브리옹의 질이 더 좋으며 약간 숙성이 덜된 빈티지도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와인이 덜 숙성 되었을 때는 맛은 독하나 향은 부드러운 과일향, 바이오렛향 송로향이 난다. 와인이 숙성되면서 색깔은 전형적인 적벽돌색이 되며 그라브의 특징인 흙내음이 난다.

마스터 와인(Master of Wine)인 클라이브 코우트스(Clive Coates)는 그의 저서 Grands Vins에서 샤또 오 브리옹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우아(elegant)하다고 표현하면서 한 마디만 더 첨가한다면 매력적이고(charming) 견실한(consistent) 와인이라고 평했다.

또 그는 이러한 훌륭한 와인이 라피트나 페트뤼스와 같이 인기가 없다든가 혹은 경매에서 라피트나 페트뤼스와 같이 높은 가격에 팔리지 않는다면 그 것은 `소비자의 죄`라고 하면서 이러한 무지는 되려 `우리의 행운` 이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와인 작가 Hugh Johnson은 그의 저서 Modern Encyclopedia of Wine에서 `무통에는 공명(resonance)이 있고 마고가 콜로라투라(Coloratura)라고 하다면 오 브리옹은 조화(harmony)롭다`고 표현하였으며 `황제와 같은 1989년산 오 브리옹의 맛은 결코 생애에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찬사를 하였다.

"코스모스 피는 이 가을 그윽한 꽃 향기가 맑은 병에서 모락모락 솟아나는 것이 아라비아 나이트의 신비스러운 요술 항아리를 떠올리게 하는구나"라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한번 드셔보시지요. 콜크를 따지 않고는 와인을 결코 알 수 없습니다."

[_이석기_]



■ Big Eight Horizontal Tasting Members
① 매스터 와인이며 집필가인 쟌시스 로빈슨
② 매스터 와인이며 런던 크리스티의 마이클 브로드벤트
③ 유명한 보르도 와인 전문가 애드먼드 페닝-로우셀과 그의 부인, 그리고 에드먼드 펜닝-로우셀의 2세

■ Horizontal Tasting : 빈티지가 같은 다른 와인을 시음하는 것

■ Vertical Tasting : 빈티지가 다른 같은 와인을 시음하는 것

■ Big Five : 보르도의 일등급으로 다섯 샤또의 와인을 칭함
① Ch. Lafite Rothschild
② Ch. Latour
③ Ch. Mouthon Rothschild
④ Ch. Margaux
⑤ Ch. Haut-Brion

■ Big Eight : Big Five에 다음 3 샤또의 와인을 추가 한 것이다.
① Ch. Ausone
② Ch. Cheval Blanc
③ Ch. Pet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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