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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Berlin Wine Trophy, Asian Wine Trophy, Selezione Del Sincaco,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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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가 가장 충격을 받는 때는 언제일까. 수 개월간 공생하던 가지에서 분리되어 나와 파쇄되고 압착되는 순간이다. 포도가 생물 상태를 마감하는 그 찰나에 와이너리는 유효 인력, 에너지, 기술을 총동원해서, 단절에서 오는 포도의 스트레스 수위를  낮추려 한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옷 맵시가 제대로 사는 것처럼, 알코올 발효 탱크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포도의 온도관리가 와인의 맛을 좌우한다.


포도 온도를 잡는데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크리오 기술이라 하는데 수확, 제경 및 파쇄, 알코올 발효 전 침용 등 초기 양조 단계에서 온도를 끌어내리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를 고압으로 압축해 놓은 드라이아이스는 실온에 두면 기체로 승화하면서 주변의 공기를 급속 냉각시킨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압축해 놓은 액체 이산화탄소를 노즐 장치로 분산하면 산소는 밖으로 밀려나고 빈틈을 탄산가스로 채워 세균과 곰팡이가 근접할 수 없게 한다.


이 글에서는 크리오 기술과 와인이 만나 콜드체인을 만들어가며 서로 윈윈하는 현장을 여러분에게 소개하도록 한다.
  

 


저온  포도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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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최신 기상 데이터에 따르면 이탈리아 평균기온이 3~4도 높아졌다. 알프스 연봉과 맞대고 있는 북이탈리아 지방을 중심으로 그 변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대 끝자리가 홀수였던 해에는 수확 날짜가 앞당겨지고 수확 후 다른 품종 수확 대기 기간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평상시라면 9월 초 양조장에 막 도착한 포도의 온도는 20도 내외인 게 정상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17년에는 8월 마지막 주로 수확이 앞당겨졌고 온도는 30도로 상승했다. 


나무에서 분리된 포도는 20도 이상이면 아로마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산화 속도는  빨라진다.


양조장과 수확 현장이 근거리이며 밭 면적이 20헥타르 미만인 중소규모 와이너리라면 앞의 상황은 강 건너 불구경일 수 있다. 완숙한 순서대로 추수한 포도를 18kg 전용 플라스틱 박스에 차곡차곡 담아 실어 보내기만 하면 된다. 


거리가 멀거나 수확일이 겹치는 경우는 드라이아이스 팰렛을 이용하면 신속하게 온도제어를 할 수 있다. 팰렛 한 개의 직경은 3mm 미만으로 커피 그래뉼 입자 크기와 비슷해 포도에 살포하는 순간 온도가 급강하하고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재빠르게 일어난다. 보통 100kg의 포도 체온을 1도 낮추는데 800~1000g의 드라이아이스가 필요하다.


흔히 쌓여 있는 포도를 산소 블랙홀로 비유한다. 운반차에 실린 포도더미가 산소를 빨아들이는 속도를 비유한 건데 드라이아이스 펠렛으로 처리한 포도 더미는 탄산가스 담요를 덮어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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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 국립 대학교 양조학과 빈첸조 제르비(Vincenzo Gerbi)주임 교수>

 

 

 

저온 제경 및 파쇄

 

 

예전에는 파쇄하고 압착한 다음 포도즙의 온도를 낮추었다. 요즘은 제경기나 파쇄기 안에서 해결한다. 드라이아이스 팰렛을 파쇄기에 살포하거나 오토메이션 기술과 연계한 액체 이산화탄소가 그 예다.


액화탄산가스 탱크 상부에 연결된 기화장치를 열면 액체는 압축을 풀고 탄산가스를 분사한다. 방향 조절 장치가 달려있어 온도조절이 필요한 곳에 응급조치는 물론 가스 분사 속도와 퍼짐이 균일하다는 이점이 있다. 액화탄산가스는 이동이 수월해 수확현장에서 사용하면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토리노 대학교 양조학과 빈첸조 제르비(Vincenzo Gerbi) 주임교수는 드라이아이스는 필요한 양만큼 주문하지만 배달이 늦어질 경우 낭패를 볼 수 있고 빨리 사용하지 않으면 오그라 드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액화탄산가스의 경우 탱크는 구입하고 가스를  충전하기 때문에 초기 구입비용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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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로세코 와인 생산자의 포도 검수장에 설치된 Kryos 탱크. 포도주스  유입을 감지한 센서는  탱크 안을 탄산 스노우로 채운다.>

 

 

5년 전 SIAD사가 선보인 Kryos 탱크는 이를 시범 사용한 몇 군데 와이너리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어 액화탄산가스의 엣지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Kryos탱크는 뒤에 나오는 저온 침용 기술과 연계하면 양조 초기단계에서 콜드체인을 체질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뒤집어 놓은 원추 모양의 탱크 하부로 유입, 배출 파이프가 지나가고 내부에는 포도즙 유입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있다. 파쇄기와 연결시킨 유입 파이프를 통해 포도즙이 탱크 내부로 흘러들어오면 순식간에 영하 80도의 탄산 스노우로 채워진다. 기체인 가스와 액체인 탄산 방울이 섞인 혼합물은 지체 없이 저온, 무산소 환경으로 바꾸어 놓는다. 급격한 열 쇼크를 일으키지 않아 포도가 동상을 입지 않고 항산화제인 이산화항 첨가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저온 침용 기술

 

 

싱그런 과일향과 방금 딴 과일을 깨물 때의 아삭한 맛을 내는 와인. 이산화탄소와 저온 침용이 만나면 훨씬 수월하다.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와 각종 효소는 온도에 따라 반응속도와 활동 폭이 다르다. 10도 이하에서는 느려지고 5도 이하면 거의 정지한다. 그러나 포도껍질 세포에 몰려 있는 아로마나 방향물질 추출은 빨라진다.  이걸 선택적 저온 침용이라 하는데 포도껍질 세포가 급랭, 팽창, 파괴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선순환을 이용한 것이다.


또한 에탄올이 없는 환경에서 침용을 하기 때문에 알코올 발효 전 침용(Macerazione Prefermentativa al Freddo, 줄여서  MPF)이라고도 한다. 저온일 때 항산화 성분인 글루타티온, 이산화항이 용해되며 산화의 원인인 구리와 카테킨 침출은 제한된다. 즉, 아로마는 진해지고 화이트 와인은 청아한 노란색을 띠게 되며, 레드 와인의 보라색과 붉은 색은 선명해진다.


보통 파쇄기가 작동할 때 드라이아이스 팰렛을 분포, 액체탄산가스를 분사하거나 탄산가스를 포화시킨 전용 탱크에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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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몬키에로(Marco Monchiero) 팀장>

 

 

30년 넘게 몬키에로 카르보네(Monchiero Carbone) 와이너리의  양조팀을 이끌고 있는 마르코 몬키에로 팀장을 인터뷰했다. 신기술인 저온침용(MPF)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해서였다. 그의 답변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저온 침용은 장점이 많지만 와인 보관기관과 스타일을 고려하지 않으면 뜻밖의 복병을 만날 수 있다. 청포도를 MPF하면 타닌이 녹아 나와  쓴 맛이 날 수 있고 산화에 민감한 성분이 유출될 수 있다. 적포도에 MPF 처리하면 푸르티(fruity)하고 질감이 부드러워져 단기간 내 소비되는 와인에 알맞다. 또한 알코올 발효 때 일어나는 상온 침용 기간이 줄어들어 알코올 발효 기간이 단축된다. 장기 보관해야 진정한 맛을 내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에는 적합하지 않다.“

 

크리오 기술의 미래는 와이너리 규모나 신념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포도밭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다 수확 시기와 프로세싱의 고삐를 완전히 쥐고 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는 가급적 크리오 기술을 멀리하려고 한다. 물론 양조 현장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사람 능력 밖인 불가항력이 일어나는 때는 제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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