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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Berlin Wine Trophy, Asian Wine Trophy, Selezione Del Sincaco,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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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올로 와인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바롤로 와인에 빗대어 훌륭하다고들 한다. "베이비 바롤로"나 "엔트리급 바롤로"는 익숙한 찬사라 할 수 있다. 한국에 출시되는 신상 와인에 예민한 애호가라면, 21세기 초엽에 "젊을 때 마시는바롤로"로 소개된 로에로 와인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다. 지역과 와인을 연결하는 고리가 없던 시절, 바롤로는 믿을 만한 추천서였다. 

 

이제 로에로는 테루아와 밀착한 와인으로 가장 로에로다운 것이 로에로의 고유성임을 보여주고 있다. 토질에 맞는 클론 개발, 숙성용기와 숙성기간의 상호반응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품질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대물림 농부였던 로에로인들은 전업 와인생산자로 전환했고, 다산다작 방식으로 경작하던 농장은 포도밭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로에로가 두각을 나타내는 여러 이유 중 첫 번째는 네비올로가 성숙한 풍미를 얻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동급의 네비올로 와인이 5년이 걸린다면 로에로는 1~2년 빠르다. 빈티지가 같다면 로에로가 맛이 부드럽고 타닌이 무난하면서 숙성력도 뒤지지 않는다.

 

포도밭의 프리미엄이나 브랜드 거품이 없어 가성비 또한 좋다. 다수의 와이너리가 평균 10헥타르 미만이며 연 생산량이 7~8만 병 정도인 가족 와이너리다. 2017년에는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완성한 크뤼 지도(MeGA)가 승인을 얻게 되면서 라벨에 크뤼 밭 명칭과 로에로가 나란히 등장하고 있다. 

 

로에로 와인은 현재 78개의 DOCG 와인 중 유일하게 화이트와 레드가 동반 등재되었고 대부분의 와인 라인업에는 두 와인이 올라와 있다. 본 칼럼에 이어지는 (2)부에서는 신생 와이너리 위주로 12종류의 와인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가장 로에로다운 로에로의 고유성은 무엇일까. 외부인이 로에로를 가장 빨리 인식하는 식별 코드가 있을까? 있다. 아래의 10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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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에로의 주소, 타나로 강 좌안아니면 랑게 북쪽

 

로에로 주소는 북서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쿠네오 현이다. 로에로는 예전에 이곳을 지배하던 귀족 가문의 성이며 이들이 점령했던 광활한 영토를 지칭하는 지명이기도 하다. 주도인 토리노에서 남동쪽 쿠네오 현 방향으로 50km 가다 보면 파다나 평원이 끝나고 아스티 언덕(Colline dell’Astigiano)에 접어든다. 이곳부터 직선거리로 14km 거리에 있는 알바(Alba) 시 관문까지 도로 좌우에 흩어져 있는 19군데 마을이다.

 

현지인들은 자신이 타나로 강 좌안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알바시를 기준으로 한 관점에서 오는데, 도시  북쪽을 가로지르는  타나로 강을 따라 두 지역이 대칭 구도를 이룬다. 강 좌안에 로에로가, 우안에는 랑게가 자리 잡고 있다.

 

 

2. 로에로는 피에몬테 와인의 축소판

 

로에로 지방의 품종 구성은 랑게와  비슷하다. 레드 품종은 네비올로, 돌체토, 바르베라가 재배되며 화이트로는 아르네이스, 파보리타(favorita)를 들 수 있다. 브라케토 다퀴로 이름이 나있는 디저트 와인의 브라케토 품종은 여기서는 비르벳(birbet)이라 불린다. 순한 알코올과 아로마가 여심을 훔친다고 해서 여자의 와인이라 하며, 밝은 분위기와 달콤한 맛은 축제와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로에로 와인은 크게 로에로 비앙코(Roero Bianco)와 로에로 로쏘(Roero Rosso)로 나뉘며 둘 다 DOCG 등급이다. 로에로 비앙코는 아르네이스가 주 품종인 화이트 와인으로 Roero Arneis와 Roero Arneis Riserva 그리고 Roero Arneis Spumante가 있다. 로에로 로쏘는 네비올로 와인이며 품종명을 따로 표시하지 않으며 Roero와 Roero Riserva 타입으로 나뉜다. 그밖에 랑게 지명과 품종명을 조합한 DOC 등급 와인이 있는데 랑게 돌체토, 랑게 네비올로, 랑게 로쏘와 네비올로 달바, 랑게 파보리타 등이  있다. 

 

로에로 와인 타입과 타입 별 숙성기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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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숫자로 알아보는 로에로 와인

 

아래 지도에 표시된 19군데 마을만이 로에로 와인 생산 자격을 갖는다. 지명들 중에는 종종 알바(d’Alba)가 따라오는데 로에로 영주가 다스리던 지역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알바의 영향력도 컸음을 짐작케 한다. 포도밭 면적이 1158헥타르에 아르네이스가 889헥타르, 네비올로가 269헥타르를  차지한다. 로에로 와인 컨소시엄에 따르면 와이너리는 147개, 포도재배 농가는 86군데다. 연 7백만 병 실적을 보이며 60%는 해외로 수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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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로 와인은 타나로강 좌안 19군데 마을에서만 나온다.]
 

                                                  
4. 네비올로가 피에몬테 와인 역사

 

피에몬테주에 첫 와인 생산 흔적은 기원전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트루리아 거주지에서 와인을 보관하던 암포라와 포도씨 화석이 발견되었다. 로마인이 점령하던 시절에 와인 양조는 전성기를 맞이하다가 게르만 족의 이탈리아 남하가 심해질 무렵 와인산업은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 와인 양조 목적의 포도재배는 수도원으로 넘어가고 그 외의 포도재배는 과일 생산 목적으로만 허용되었다.

 

사보이 왕가의 권력이 확고해지는 16~17세기에 포도밭 경계를 표시한 규정이 도입되었고 와인 생산 목적의 전용 포도밭이 지정된다. 네비올로는 이보다 훨씬 앞선 13세기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18세기 문서에는 네비올로 와인을 드라이(secco), 스위트(dolce), 숙성된(vecchio), 세미 드라이(amabile)로 구분해 놨다. 

 

네비올로는 포도 생장기간이 긴 만생종이다. 꽃샘추위가 심한 5월에 개화하고 가을 우기에 접어드는 10월에 완숙한다. 정남과 정동을 바라보는 언덕이 적합하지만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4백 미터를 넘는  상층부는 피해야 한다. 가장 많이 재배되는 종은  람피아, 미케, 로제이며 최근에는 포도송이가 작아 농축미가 뛰어나고 딸기, 체리, 장미의 아로마가 풍부한 람피아로 교체되는 추세다. 

 

 

5. 로에로 성공의 견인차, 네비올로 와인

 

개인적으로 로에로 와인을 다른 와인과 비교한다면 바롤로보다는 바르바레스코 와인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의무 숙성기간이 비슷한 로에로와 근접하기 때문인데, 여기서 리제르바 타입은 고려하지 않았다(바르바레스코는 최소 숙성기간이 26개월에 오크 숙성은 최소 9개월, 로에로는 20개월 중 오크숙성기간이 6개월).

 

올해 초에 바르바레스코와 로에로가 2018년 빈티지를 동시에 출시했다. 전자가 레드 베리 계열 과일, 제비꽃, 장미 봉우리의 풋풋한 향을 피운다면 후자는 여기에 타바코, 정향, 감초 같은 원숙한 향이 곁들여진다. 로에로는 스파이시한 개성도 가지고 있어 향기 층이 두텁다. 두 와인의 개성은 타닌에서 두드러지는데 로에로 타닌은 떫은 맛이 덜하고 결이 매끈하다. 차이의 관점을 오크의 영향보다는 모래 땅과 연관을 지어야 한다고 생산자들은 주장한다.

 

 

6. 한때 화이트 네비올로라 알려졌던 아르네이스

 

14세기에 아르네이스 와인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로에로에 깊은 뿌리를 내린 토착품종이다. 어원은 레네시움(Reneysium) 또는 오르네시움(Ornesium)에서 유래한다. 오르메시오(ormesio), 아르네시오(arnesio)를 거쳐 18세기에 아르네이스로 정착했다. 레네시움은 카날레(Canale) 마을에 있는 포도밭인데 아르네이스가 심어져 있었다고 한다. 레네시오는 2017년 부로 크뤼 밭으로 승급했고 프리미엄 와인에 이 명칭이 자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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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이스  품종]

 

아르네이스는 '까다롭다'는 뜻을 지닌 로에로 방언이며 화이트 네비올로란 별명도 갖고 있다. 당도가 높고 네비올로 보다 완숙이 빠르다는 점에 착안해 농부들이 새를 쫓는 방편으로 이용했다. 네비올로 밭 가장자리나 네비올로 포도나무 열마다 아르네이스를 심어놓으면 아르네이스의 단맛에 홀린 새들이 네비올로를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당도가 높아 모스카토 만큼 귀한 와인으로 여겨졌으며 쑥향을 내는 버무쓰의 원료 와인으로도 인기를 독점했다.

 

1970년대에 아르네이스 밭 면적이 10여 헥타르로 줄어드는 바람에 지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드라이한 맛으로 개선된 후 선방하고 있다. 로에로 포도밭(1158헥타르)의 77%가 아르네이스(889헥타르) 밭일 정도로 아르네이스 비중이 높아졌다. 보통 6월 중순에 개화하며  9월 중순이면 완숙한다. 해발 200~250m 높이에 남동쪽을 향한 서늘한 언덕에서 재배된다.

 

 

7. 친절한 아르네이스 와인

 

아르네이스 와인은 친절하다.  향기가 단순하고 직선적이라 와인초보자도 향기를 쉽게 구별해낼 수 있다. 맛은 비교적 묵직하나 무겁지 않으며 산도는 신맛이 적당하다. 짠맛과 신맛이 잘 어우러져 있어 "맛있다!"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오크 숙성은 자제하는 편이며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효모 숙성을 몇 개월 한 후 복합미와 숙성력을 얻는다.

 

알코올 농도는 최소 12도에 차가운 느낌의 옅은 노란색부터 강렬한 레몬 껍질 색까지 다양한 노란색 톤을 지닌다. 흰꽃, 잔디, 청사과, 자몽, 레몬 향이 주된 향기이나 늦수확하거나 효모 숙성을 하면 파파야, 멜론, 미모사, 샤프론, 재스민, 견과류 향이 더해진다.

 

 

8. 로에로 와인의 비밀, 알고 보니 토양

 

피에몬테(이탈리아 포함) 토양은 지중해 극서에 자리 잡고 있는 지브롤터 해협이 열리고 닫히는 지각변동과 관련이 깊다. 약 1천 2백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이 유럽 대륙을 밀어붙이는 힘은 해저에 잠겨있던 랑게 지역을 들어 올린다. 530만 년 전에는 지브롤터 해협이 열리면서  해수가 쏟아져 들어와 피에몬테는 다시 해수에 잠긴다. 이때 랑게 북쪽에 자리 잡고 있던 로에로는 수심이 낮은 바다나 해변이었다. 그러다  2백~3백만 년 전에 융기해 육지로 변한다.

 

그로부터 25만 년 전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돌발하기까지 랑게와 로에로는 수많은 언덕으로 이루어진 고원지대였다. 서쪽에는 타나로 강이 흐르고 있었으며  어느 날  알바 근처에서 강은 수로를  갑자기 동쪽으로 바꾼다. 마침 알바 반대편에서 흘러든 강 줄기와 합류하면서 이전보다 물살이 더 세진 강은 로에로를 침범한다. 물길은 가는 곳마다 모래 땅을 깊게 침식했고 결국 로에로는 랑게에서 분리되었고 물살에 파여 드러난 땅 속은 로케(Rocche)란 독특한 로에로 경관을 이룬다. 타나로 강이 지금의 물길을 갖추게 될 때까지 7만 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타나로 강의 돌발적인 수로 변경은 로에로와 랑게를 분리했고 모래 땅 깊숙이 침식했다.

영상 출처: retemusealeroeromonferrato.it ]

 

 

로에로 토양은 태고적 바다였을 때의 흔적인 석회석, 사암 기반에 육지로 솟아오른 후 점토와 자갈이 추가되거나 따로 층으로 굳어진 일종의 토양 요지경이다. 석회석, 점토, 모래가 다양한 비율로 섞여 있으며 대체로 모래 비율이 높다. 석회석 토양은 영양분이 희소하고 미네랄염(mineral salts)이 풍부하다. 모래는 토질을 부드럽게 하고 결합력을 헐겁게 해 투수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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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뤼밭 지도. 로에로는 토질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된다. 현재 크뤼에 등록된 밭은 135개이며 크뤼마다 고유의 색을 갖고 있다.]

 

 

검은색 테두리는 로에로 북서쪽이며 평균 해발고도 350m, 모래와 석회석 비율은 80대 5다. 토질이 가볍고 결합력이 느슨한 충적토로 이루어져 있으며 로에로 포도밭의 5%가 해당된다. 적색 테두리는 로에로 남동쪽이며 타나로 강에 인접해 있다. 바롤로에 나타나는 산타가타(Sant'Agata) 토양이 발견되며 회색 또는 녹색이 돌며 토질에서 석회석과 점토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황색 테두리는 플리오세(약 533만 년 전부터 258만 년 전) 지질시대 때 형성된 토양으로 석회석과 점토 함량이 비교적 높다. 로에로 중부에서 자주 발견되며 포도밭의 상당수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두 개의 화살표가 가로지르는 축에 놓여있는 토양은 주변보다 석회석이 적게는 10%, 많게는 50%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점성도와 밀도가 높다.

 

 

9. 알프스와 평원 기후가 만나는 곳

 

연강수량이 650~720mm를 보이는 반건조 기후대이나 가끔 450~500mm 내리는  해도 있다. 보습력이 떨어져 밭 곳곳에 비를 저장하는 물탱크나 대수층에서 퍼올린 우물이 보인다. 우기는 10월에서 다음 해 1월까지인데 이때 내린 강수량이 건기인 5월~6월의  포도농사를 좌우한다. 파다노 평원의 영향으로 기온이 습하고 포근하지만, 멀지 않은 몬비조(Monviso) 알프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일교차를 심하게 벌려 놓는다. 가끔 우박과 폭우로 인한 피해도 발생한다.

 

 

10. 이탈리아 세 번째로 크뤼 밭 지도 완성(5번 지도 참고)

 

로에로 생산자들은 8년 간 지형과 토질 조사를 한 후 2017년 토질에 따른 포도밭 구획화를 완성했다. 바르바레스코, 바롤로에 이어 이탈리아 세 번째로 MeGA 지도(크뤼)를 보유하게 되었다. 현재는 135군데 포도밭이 크뤼에 등재되었으며 대부분 동부와 중앙에 몰려있다. 북서와 남서 벨트는 토질조사가 진행 중이며 크뤼 수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라벨에 크뤼 밭 명칭을 표기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①라벨에 표시된 밭과 실제 주소가 일치, ②포도가 식재된 밭 면적이 최소 10헥타르 이상, ③로에로 와인을 만드는 실명 생산자가 3명 이상이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 "가장 로에로다운  게 우뚝 선 비결-로에로 와인 식별 코드 10가지 (2)"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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