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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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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노 와이너리는   포이리노타 병을 재현해서  3세기 전의  잉글리쉬 보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와인 병이 처음 등장한 때는 1652년 영국에서다. 그전에도 유리병은 존재했으나 음료나 액체를 담는 용기에 불과했다. 순수한 와인 전용병은 케넬름 딕비(Sir Kenelm Dighy) 경이 발명했다. 9년 뒤 그의 와인 병은 존 콜넷(John Colnett) 장교에 의해  특허로 등록된다.


딕비 경의 발명은, 기원전 1 세기 때 시리아 장인들이 대롱 끝에 녹인 유리에 입김을 불어넣어 유리공예를 만드는 블로잉 기법을 터득한 것과 비견될 만큼 대단한 발견이었다. 블로잉 기법은 장인이 자유자재로 모양을 성형할 수 있게 했고 신분의 귀천과는 상관없이 유리가 생활속에 자리 잡게 된다. 


와인 병은 오크통, 가죽부대, 토기에 머물던 보관 용기의 경계선을 허물었다. 용기에서 스며 나온 불쾌한 냄새가 와인에 배어들지 않게 되었다. 그뿐이랴. 한 번 쓴 병을 씻어서 다시 채워 쓰던, 병 따로 와인 따로의 불편함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한마디로 병에 든 와인을 판매하는 시대가 열린거다.


와인병 발명국이 왜 하필이면 전통 와인 생산국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이 아니라 영국일까. 이는 17세기 영국에서만 일어날 수 있었던 독특한 상황 때문이다. 유리는, 끓는 용해로에 넣고 가열해서 점성질로 변한 모래에서 이산화규소(SiO2)를 걸러내 만든다. 녹는점이라 알려진, 모래가 액체로 변하는 온도는 유리제조의 핵심기술로 보통 1천5백도가 넘는다. 


17세기 초까지만 해도 연료는 나무에서 얻었고 이는 무분별한 벌목을 야기했다. 이에 제임스 1세 영국 왕은 벌목 금지령을 내린다. 대신 화력이 세고 열의 온도가 높아 녹는점을 가뿐히 넘는 석탄이 대체연료로 각광받기 시작한다. 


1675년 조지 레이븐즈크로프트는 유리가 흐물거릴 때 산화납을 넣으면 더욱 견고한 유리를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소량의 납은 빛의 굴절률을 증가시켜 유리가 더 투명해지고 반짝거려 심미적 효과도 얻었다. 
 

세 번째 이유는 현실적이다. 영국인들의 주량은 술고래에 비견될 만큼 주당이다. 이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양조장을 지었다. 와인을 안전하게 본국에 이송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안했다. 대표적인 게  증류주를 첨가해알코올 도수를 높여 수송 도중 와인의 변질을 막은 포트, 쉐리, 마르살라 같은 주정강화 와인이다.

 

와인 무역에 관심이 많던 영국상인들이 와인병을 모른 체할 리가 없었다. 몸집이 큰 오크통이나 토기보다는 부피가 훨씬 줄어든 병 와인은 수송이 쉬웠고 무엇보다도 공간 점유율도 낮아  더 많은 와인을 상선에 채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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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제작된 잉글리쉬 보틀. 자료제공_반피 유리 박물관(Banfi Museo del Vetro)>

 


딕비 경이 고안한 와인병은 ‘잉글리쉬 보틀(English Bottle)’이라 불렸고 색은 어두웠고 두꺼웠다. 커다란 공 모양에 바닥이 불안정해 쓰러질 염려가 다분했는데, 병 바닥 중앙을 안으로 말아 넣어 이를 방지했다. 병 밀착력이 뛰어난 코르크 마개는 아직 보급되기 전이라 병마개가 자꾸 빠져나왔다. 이 문제는 병 입구와 멀지 않은 곳에 고리를 달고 여기에 끈을 묶어 마개와 연결해서 해결했다.


영국에서 탄생한 와인병은 샴페인과 얽히면서 오늘의 와인병과 근접하게 된다. 샹파뉴 지방의 오빌레 수도원 와인 창고는 봄이 오면 병이 터져 아수라장이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수도원 와인을 총괄하던 돔 페리뇽 수도사가 봄기운에 깨어난 효모가 일으킨 탄산가스의 짓임을 알아내기까지, 수도원의 와인 손실량은 매년 95%에 달했다고 한다. 이후 코르크 마개와 고압력을 견디는 병을 사용하면서 폭발 사고의 사슬을  끊을 수 있었다. 


샴페인의 원리는 와인 병의 견고성과 더불어 와인의 보존 기술을 증진시킨다. 이후 병의 지름이 줄고 날씬해졌으며 병입하기 좋게 입구가 동전 모양 크기로 진화된다.


샴페인 병을 선두로 세계 유명산지는 지역성이 가미된 병 모델을 우후죽순으로 내놓았다. 보르도 병, 보르고뉴 병, 알자스 병, 끼안티의 피아스코, 알바 지역의 알베이사 병, 마르케 주의 암포라병, 시칠리아의 마르살라 병을 들 수 있다. 

 

 


베르사노 와이너리와 잉글리쉬 보틀의 인연


영국 밖에서 잉글리쉬 보틀은 뜻밖에도 이탈리아 피에몬테주에서 튕겨 나온다. 그것도 영국 상인들의 자본에서 왔다. 최초의 영-이 합작 와인병은 베르사노 와이너리가 선보이는 포이리노타 컬랙션 세트로 복고되었다.


17세기 말, 영국 상인들은 와인 공급지 모색 차 피에몬테주에 온다. 포(Po)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던 이들은 포이리노(Poirino) 마을에 도착하자 뇌에 섬광이 번쩍한다. 강가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은 순도 높고 질 좋은 모래가 지천이라 유리병 제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곳에서 나온 병에다 피에몬테 레드 와인을 담아 고국에 보내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피에몬테 귀족들의 해외무역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에 영국인들의 꿈은 무산된다. 이들이 떠나버린 유리병 공방은 현지인의 손에 맡겨졌고 포이리노타(Poirinotta) 병을 낳기에 이른다. 포이리노 마을에서 제조되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베르사노 와이너리가 잉글리쉬 보틀과 인연이 닿게 된 사연은 이렇다. 2007년도에 창립 1백 주년을 맞은 와이너리를 중견 규모로 키운 아르투로 베르사노는 와인 병 수집에 열광했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와인병을 수집해서 베르사노 박물관을 설립했다. 수집에 그치지 않고 앤티크 병을 재현한 와인을 출시해 복고풍을 유행시켰다. 병 디자인에도 일가견 있던 그는 1960년대에 포이리노토 병 모양에 착안해  ‘메조 리트로 피에몬테제(mezzo litro piemontese)’ 병을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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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바닥에 돋을새김돼 있는 특허마크 BERSANO DEPOSITATO>

 


5백 리터 짜리인 이 병은 특허도 받았는데 병 바닥에 BERSANO DEPOSITATO (BERSANO 특허출원) 마크가 돋을새김돼 있다. 베르사노는 4종류의 토착품종을 한 세트로 묶어 콜랙터스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뇰리노 다스티 , 돌체토 달바, 바르베라 다스티,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등 9종류의 피에몬테 프리미엄 레드 와인을 모아놨다. 빈티지 감성이 묻어나는 메조 리트로 피에몬테제병과 일일이 손으로 쓴 듯한 필체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370년의 세월을 간직한 잉글리쉬 보틀과 피에몬테 토착 품종이 결합한 전통 맛은 어떨까.

 


그리뇰리노 다스티 DOC

Grignolino d’Asti DOC

(2019 빈티지, 알코올 도수 12.5도)


순수한 그리뇰리노 품종 와인이다. 포도씨란 어원을 지닌 이 품종은 씨가 많기로 유명하다. 레드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로제 와인의 산호빛을 띤다. 딸기, 체리, 핑크 장미, 제라늄 향이 풋풋하다. 매콤한 백후추 향이 풍미를 높인다. 산미가 적당하고 타닌이 가벼워 식전주로 적당하다.

 


돌체토 달바 DOC

Dolcetto d’Alba DOC

(2019 빈티지, 알코올 도수 13.5도)
 

돌체토는 피에몬테 민중와인이다. 숨김없는 향기와 무겁지 않은 느낌이 편안하며 산미도 적당해 식탁의 감초 노릇을 해왔다. 중앙에 검붉은 색이돌며 주변은 보라색을 띤다. 자두, 블랙베리, 라즈베리의 상큼함과 달콤한 체리 시럽, 말린 꽃 봉오리의 원숙함이 만났다. 적당히 떫은 타닌과 여기에 곁들여진 바디감은 몰입도를 높인다. 쌉쌀한 여운은 개운함을 준다.

 


바르베라 다스티 DOCG

Barbera d’Asti  DOCG

(2017빈티지, 알코올 도수 14도)


짙은 루비색이 매력적이며 개봉 직후에 가죽, 흙 냄새가 피어난다. 앞의 향기가 걷히면서 체리, 자두, 블랙베리,감초, 장미, 이리스 향이 뒤따른다. 오크와 후추향이 잔잔하게 물결친다. 알코올에서 오는 매끈한 결, 산도의 경쾌함은 팽팽한 긴장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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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baresco DOCG
바르바레스코 Barbaresco DOCG

(2015 빈티지, 알코올 도수 14도, 위 사진)


짙은 루비색 사이로 오렌지빛 섬광이 반짝거린다. 감초, 정향, 말린 오렌지 껍질, 삼나무 향을 흩뿌린다. 커피, 타르, 말린 꽃, 매콤한 향이 주변을 물들인다. 짠맛, 산도가 어우러져 감칠맛을 낸다. 벨벳 결의 타닌, 풀보디의 단단함, 섬세한 구조는 차분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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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olo DOCG
바롤로 DOCG

(2014 빈티지, 알코올 도수 14도)


연한 루비색을 띠나 따뜻한 오렌지색에 가깝다. 말린 꽃, 감초, 향나무, 유칼립투스, 버터 캔디 향이 은은하다. 매콤한 후추와 감초, 체리의 감미로움과 타르, 타바코의 세련된 향기가 곁들여 진다. 산미는 경쾌하며 풍미를 살려준다. 짠맛과 쌉쌀함이 균형을 이루며 타닌은 아직 어려 단단한 인상을 준다. 바디는 중후하며 깊은 맛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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