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밸리 와이너리 기행[8] - 엔비 와이너리>
Envy Winery
글ㅣ사진 _ 손홍석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 지역은 나파 밸리(Napa Valley)이다. 나파 밸리는 좁은 골짜기를 따라 수백 헥타르(ha)의 포도밭이 50km 이상 길게 펼쳐져 있는 형태이며 특히 프리미엄 와인을 많이 생산하기로 유명하다. 나파 밸리 와인의 역사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예전에는 와인의 품질이 좋지 못했고, 금주법(prohibition)과 대공황, 필록세라 병충해에 의한 피해를 받으면서 그리 큰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품질이 우수한 와인들이 많이 생산되기 시작하였고, 1976년 우리에게는 “파리의 심판”으로 알려진 시음회를 통해 나파 밸리의 와인이 주목을 받게 된다. 이 사건을 통해 유럽과 같이 좋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와인 산업이 부흥하게 된다.
나파 밸리는 지중해성 기후를 기본으로 하지만 지리 조건에 따라 다양한 기후를 보인다. 남쪽의 평평한 지역은 San Pablo 만에 의한 영향으로 비교적 서늘하며 북쪽으로 갈수록 따뜻하다. 또한 폭풍을 동반한 겨울 날씨가 주로 서쪽 지역의 골짜기에 비를 뿌리기 때문에 동쪽 지역이 보다 건조한 기후를 보인다. 현재 나파 밸리는 16개의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 미국의 와인 원산지 명칭)으로 나누어지며, 약 450여개의 와이너리가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피노 누아, 메를로, 진판델을 비롯한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든다. 나파 밸리는 현재 연간 약 오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도멘 카네로스를 처음 본 소감은 그저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프랑스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는 작고 노란 이 와이너리는 동화에 나올법한 성처럼 언덕 위에 아름답게 위치하고 있다. 긴 계단을 걸어올라 와이너리의 테라스에 다다르면 삼삼오오 앉아서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평화롭고 보는 사람도 기분 좋게 만든다. 내려다보이는 포도밭을 바라보며 나파 밸리의 따스한 햇살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한 잔의 스파클링 와인을 마실 수 있는 테라스는 어떤 좋은 레스토랑과도 비교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29번 고속도로를 타고 칼리스토가 지역에 다다르면 인적이 드물고 와이너리들이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다. 엔비 와이너리는 그 독특한 이름으로 관심을 끄는데, 다른 연도에 생산된 와인들을 블렌딩하는 NV(Non Vintage)라는 약자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나파 밸리의 자유롭고 부러운(envious) 생활을 표현하는 이름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이 와이너리는 모든 긴장을 한 번에 풀어지게 만든다. 저멀리 높은 산들이 보이고 뒤로는 시내물이 흐르고, 포도밭을 바라보며 야외에서 좋은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있자니, 세상의 모든 시름과 걱정이 모두 날아가 버리는 기분이다. 조그맣고 한적한 와이너리이기 때문에 테이스팅 룸이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지나가다 우연히 들르는 사람들이기보다는 일부러 먼 길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으며, 대개 이곳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품질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와이너리의 소유주인 마크 카터는 원래 레스토랑과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사업가였다. 와인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그는, 훌륭한 와인 메이커인 닐스 벤지를 만나 와인 생산을 시작한다. 닐스 벤지는 많은 경험과 능력을 보유한 훌륭한 와인 메이커로, 1985년도에 생산한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로버트 파커는 와인 메이커인 그가 훌륭한 재능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엔비 와이너리가 품질이 우수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주된 이유는 바로 이렇게 훌륭한 와인 메이커가 있기 때문이다.
1998년 마크 카터와 닐스 벤지는 함께 나파 밸리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칼리스토가 지역의 포도밭을 구입하고 와이너리를 인수하여 지금의 엔비 와이너리를 소유하게 되었다. 엔비 와이너리는 생산량이 많지는 않지만 포도를 모두 손으로 수확하는 등 장인정신을 가지고 좋은 와인을 만든다. 카베르네 소비뇽, 프티 시라, 메를로, 소비뇽 블랑 와인을 주로 생산하며 모든 와인이'와인 인수지애스트’와'와인 스펙테이터’紙 등으로부터 90점 이상을 받는 등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특히 세 개의 다른 포도밭에서 생산한 프티 시라 와인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은 흥미롭다.
글쓴이 _ 손홍석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학사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박사
UC Davis Genome center 박사후연구원
고려대학교 와인연구소 연구교수
현) 동신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