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모처럼 모인 가족과 식사를 마치고 와인 한 병을 꺼냈다. 식사 전에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터라, 와인의 온도는 마시기 딱 좋을만큼 차가웠다. 마개를 열자 쌉사름한 아몬드의 향이 먼저 튕겨 나왔고, 뒤이어 알싸한 알코올의 기운이 코를 찔렀다. 올리브, 쿠키, 말린 과일을 안주 삼아 와인을 나누었던 그날 밤 거실에는 마치 모닥불을 지핀 듯 훈훈한 온기가 가득 퍼졌다.
포트 와인의 매력을 알게 된 이후부터 가족과의 식사 후에는 종종 포트 와인을 꺼낸다. 와인의 달콤쌉사름한 풍미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포트 와인을 둘러싼 이야기에는 누구나 귀를 기울인다. 포트 와인 한 잔은, 오붓한 대화를 시작하게 만드는 제법 괜찮은 수단이다.
Port는 포르투갈의 주정강화 와인(알콜 함량을 17~21%로 높인 와인)으로 특히 영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포르투갈 제 2의 항구인 오포르뚜(Oporto, 영어로 Port)에서 와인을 실어 날랐기 때문에 포트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역사적으로는 영국과 프랑스 간 100년 전쟁의 발발로 영국은 프랑스 와인 수입을 전면 중단했고 대신 포르투갈로부터 많은 와인을 수입했다. 그런데 운송 중 와인이 변질되는 문제가 빈번하여 이를 해결하고자 와인에 브랜디를 넣어 보존성을 높였던 것이 포트가 탄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다.
참고로, 포트 와인은 발효 중인 와인에 포도 증류주(알코올 농도 77%의 브랜디)를 첨가해서 만든다. 즉, 발효가 절반쯤 진행되어 포도의 당분이 절반 가량 알코올로 변환되었을 때 브랜디를 첨가하면 와인이 발효를 멈추고, 그 결과 알코올 도수가 20%까지 강화되고 잔여 당분이 10% 정도 남아 있는 스위트 와인을 얻게 된다. 달콤하고 강력한 포트 와인은 포르투갈 최고의 와인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맛있는 디저트 와인으로 꼽힌다.
포트 와인을 흥미롭게 만드는 또다른 요소는 라가르(Lagares)라는 전통 양조 방식이다. 지금이야 자동화된 기계로 포도를 으깨지만, 과거에는 얕은 석조 탱크에 사람들이 들어가 어깨동무한 채 포도를 발로 밟아 으깼다(위 사진).
포트 와인 최고의 장인을 꼽으라면 바로 시밍튼 가문(Symington Family)이다. 스코틀랜드 태생인 앤드류 제임스 시밍튼(위 사진)은 18세가 되던 1882년에 포르투갈로 떠났다. 스코틀랜드의 그라함 가문이 운영하던 포트 회사 Grahams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몇 년 후 오랜 명성의 영국계 포트 회사 Warre & Co에 합류했고, 1961년에는 Warre & Co가 소유하고 있던 Dow’s(이하, 다우) 포트 하우스가 시밍튼 가문의 소유가 된다.
1798년에 설립되어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다우는 오늘날 전 세계 프리미엄 포트 와인 시장의 30%를 차지한다. 2014년에는 세계적인 권위의 와인 매체 Wine Spectator가 선정한 “올해의 Top 100”에서 2011 빈티지의 다우 빈티지 포트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07 빈티지의 다우 빈티지 포트 역시 Wine Spectator로부터 100점 만점을 받은 전력이 있다.
국내에는 수입사 나라셀라를 통해 다우가 생산하는 여러 종류의 포트 와인이 수입, 유통되고 있다. 그 중 '다우 파인 화이트 포트(DOW Fine White Port, 위 사진)'는 식전주, 디저트, 또는 칵테일로도 즐길 수 있는 팔방미인 포트다.
다우의 기본급 화이트 포트는 3년 동안 숙성을 거치는데, 대부분의 와인은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그리고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숙성시킨 일부는 와인에 신선한 과일 풍미를 부여한다. 이렇게 완성된 와인은 신선한 과일의 캐릭터와 밸런스있고 부드러운 목넘김 그리고 훌륭한 산도와 드라이한 여운을 선사한다. 충분한 오크 숙성을 거친 후에 병입 되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 숙성이나 디켄팅 없이, 구입 즉시 즐길 수 있다.
다우 파인 화이트 포트는 13~16의 낮은 온도로 보관했다가 마실 것을 권하며 블루 치즈, 말린 과일, 견과류 또는 견과류 파이 같은 디저트를 곁들이면 좋다. 화이트 포트는 칵테일 재료로도 쓰이는데, 실제로 포르투갈에서는 화이트 포트에 토닉을 섞은 porto tónico 칵테일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다.
참고로, 포트는 아래 사진과 같은 코르크로 마감되어 있다. 일반 와인과 달리 세워 보관해도 무방하고, 마개를 오픈한 후에도 최장 한달까지 보관이 가능해 소량씩 즐길 수 있다.
수입 _ 나라셀라 (02 405 4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