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와인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르다. 생산자, 지역, 빈티지 등등 있지만 가끔 수입사를 확인하고 판단할 때도 있다. 특히 생산지나 품종, 어떤 스타일만을 고집하는 전문 수입사의 경우 그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김창성 대표의 아이수마 또한 1999년 (주)아쿠아셀러를 전신으로 시작한 이탈리아 와인 전문 수입사이다. 오는 12월 1일(화) 아이수마의 시음회를 앞두고 자신도 역시 와인애호가인 김창성 대표와 이탈리아 와인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양성’이라는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
생각보다 자주 우연이 필연이 되기도 한다. 1999년의 김대표도 그랬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첫 번째 와인을 수입하게 되었는데 그 와인이 비욘디 산띠 Biondi Santi였습니다.” 호기롭게 수입했지만 “이걸 어찌 팔까”며 덜컥 겁이 났다. “모르면 못 팔겠다”는 생각 끝에 이탈리아로 날아가 생산자들은 직접 만나 하나씩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안보이고 양파껍질 까듯이 계속 또 다른 품종들과 지역들이 줄지어 등장하는 겁니다. 거기에 빠져서 오늘의 아이수마까지 오게 된 거죠.” 이탈리아인들의 와인 사랑이 그에게 전염되었는지 이탈리아 와인에 푹 빠진 것.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은 “한마디로 다양성”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지역과 문화, 기후대와 품종도 다양하고 사람들의 성향도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접근하기 쉽지 않고 공부해보려 해도 어렵게 느낄 수 있어요. 나도 그랬지만 마음을 열고 계속 접하다 보면 그 어려웠던 점들이 어느새 매력으로 바뀝니다.”
2009년,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김대표는 와인을 공부할 때 무엇보다 현장을 중요하게 여겼다.
“와인은 단순히 양조학의 산물이라기 보다 문화와 역사를 모르면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와인은 음식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에 더 그렇죠. 입으로 설명하기 보단 직접 보여주자고 생각했어요. 와인애호가, 소믈리에, 레스토랑 오너 등을 와인생산과 판매 현장으로 안내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우리가 수입하는 와인과 상관없이 시음회, 디너, 강의 등을 통해 이탈리아 와인을 소개했습니다. 어느 날 세어보니 십 년 동안 거의 이틀에 한번씩 이런 행사들을 했더라고요.”
이러한 노력과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에 김대표는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았다. “몰랐는데 주한이탈리아대사관이 제 활동을 이탈리아 정부에 보고했나 봐요. 사실 부친이 군인이어서 전학을 많이 했어요. 학교 때 개근상 하나도 못 받았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
생산자의 철학이 곧 아이수마의 선택기준
와인을 고르는 그만의 기준이 있듯이 수입사들도 엄격한 기준이 있다. 직접 현장을 방문하길 선호하는 김대표는 수입하기 전에 와이너리를 서너 번 방문한다.
“방문해서 그때 그 시기에 맞는 작업을 제대로 하는지, 오너와 양조자와 대화하면서 와인 생산에 대한 방향과 철학, 앞으로 계획을 알아봅니다. 무엇보다 와인을 깨끗하게 만들려는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해요. 빈티지의 편차가 있더라도 그 땅과 기후의 특성을 반영해야 합니다. 거기에 생산자의 철학과 정신이 녹아 들어야 좋은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정말 힘든 해를 보냈다. 아이수마의 한 해는 어땠을까?
“정말 힘들었어요. 위기감도 느꼈고요. 내년 또한 별반 다른 게 없겠지만 좀더 내실을 다지고 고객들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저를 반갑게 맞아주는 고객들이 있어서 감사할 뿐이에요. 2021년부턴 고객들을 직접 찾아 다니려고 합니다.”
전문인 대상 첫 공식 시음회를 앞두고
“2018년에 이탈리아에서 돌아와 현지 와이너리 일을 병행하면서 다시 아이수마를 시작했습니다. 오는 12월 1일에 와인북까페(논현동 소재)에서 첫 시음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아이수마가 수입하는 와인은 모두 이탈리아산입니다. 바롤로의 역사에서 빛나는 숨겨진 보물 쟈꼬모 마렝고 Giacomo Marengo, 시칠리아를 넘어 이미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떼누따 델레 떼레네레 Tenuta della Terre Nere 그리고 남부 뿔리아 와인이며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산타루치아 Santa Lucia 모두 나옵니다. 보통 시음회에 오면 비싼 와인부터 맛보려고 하잖아요. 이번 시음회에선 무조건 값비싼 와인부터 맛보세요(웃음). 동나기 전에 일찍 오셔야 합니다.”
아쿠아셀러에 이어 아이수마의 김창성 대표는 이탈리아 와인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열정을 가득 채워 다시 출발선에 섰다. 앞으로 고객과 거리를 좁히며 어떤 성적표를 받을 지 기대해본다.
아이수마 대표번호 : 031-79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