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연스레 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 와인전문숍의 와인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마트의 경우 최근 2주간 와인 매출이 15.5% 증가했고 롯데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와인 매출이 전년 대비 12%나 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소비자들은 명절을 앞두고 선물세트 구매 시 가장 선호하는 추가 구매품으로 와인을 꼽았다.
더 의미심장한 것은 1만원 미만의 저가 와인보다는 좀더 나은 품질과 높은 가격대의 와인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국내 대표 와인수입사 나라셀라의 와인 매출만 살펴봐도 그렇다. 세계 각국의 프리미엄 와인과 미국 나파 밸리 와인에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춘 나라셀라의 경우,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와인 매출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가성비로 어필하는 저가 와인과는 달리, 중간 가격대 이상의 와인은 소비자 개인의 특정 요구에 맞아떨어지는 속성을 갖추어야 한다. 와인수입사의 홍보 마케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홍보 마케팅 담당자는 사전에 와인의 여러 가지 속성을 파악하고 이를 적시적기에 노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나라셀라는 홍보 마케팅 부서를 별도로 운영하는 몇 안되는 와인수입사다. 나라셀라의 홍보 마케팅 부서는 와인의 속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여 영업 부문과 브랜드 관리 부문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역할은 매출과 직결되진 않더라도 매출을 일으키는 마중물로써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어지는 내용은, 지난 십여 년간 나라셀라의 홍보 마케팅 부문을 진두지휘해 온 신성호 이사가 들려준 ‘홍보 마케팅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신성호 이사는 나라셀라 마케팅팀이 창설된 이후 12년간 수장을 맡았고, 2015년부터 지금까지 홍보, 교육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 <와인 천재가 된 홍대리>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와인 전문가와 소비자들 사이의 정보 격차를 줄여주는, 자칭타칭 ‘와인 이퀄라이저 Wine Equalizer’다. 실제로, 와인에 대한 정보를 수요자(소매업자, 소믈리에, 와인애호가 그리고 일반 소비자)에게 가공해서 전달하는 방면에서 그의 재능을 따라올 사람은 없다.
<위 사진(왼쪽)은, 2008년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 Jr.)가 방한했을 때 진행되었던 ‘인시그니아Insignia 버티컬 테이스팅’ 당시 통역을 맡았던 모습이다. 같은 해, Wine Spectator의 명칼럼니스트 매트 크레이머(Matt Kramer)가 방한했을 때에도 모든 행사에서 신성호 이사가 통역을 맡았다(위 사진 오른쪽).>
“홍보 마케팅의 역할은 와인에 대한 긍정적인 첫인상을 만들어주는 것”
와인은 용도에 따른 대체제가 많다. 그래서 우리 회사 와인이 다른 와인들 사이에서 눈에 잘 띄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와인에 대한 긍정적인 첫인상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바로 홍보 마케팅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여기에 후속 조치(시음회나 와인교육 등)가 뒤따른다면 그 와인은 좋은 첫인상에 이어 아름다운 여운까지 남길 수 있다. 특히 양질의 와인을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요즘 교육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홍보 마케팅과 교육, 이 두 가지를 꾸준히 병행하면 결국 브랜드의 자산으로 남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정확한 타겟팅과 전달력이 중요”
(품질이 평균 이하인 와인은 논외로 하고) 평균 이상의 품질을 갖춘 와인의 경우 홍보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비교적 큰 영향을 미친다. 스토리텔링 요소가 분명한 와인이라면 그 영향은 더욱 크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선물할 귀한 와인을 찾는 소비자에게 나파의 컬트 와인은 아주 적절한 선택지다. 컬트 와인의 상징성, 희귀성, 독보성 그리고 미디어의 높은 평가 등이 그 와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핵심적인 스토리텔링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웨딩 와인 역시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레이블에 그려진 한 쌍의 오리(a pair of ducks)와 와인 이름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패러독스(Paraduxx)’, 그리고 장동건, 고소영 커플의 결혼식 때 쓰였던 ‘파 니엔테(Far Niente)’는 결혼, 커플, 화합 등의 스토리텔링 요소를 가진 좋은 사례다. 홍보 마케팅의 역할은, 와인의 이러한 속성들을 세련되게 가공하여 적절한 때에 적절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가성비는 소비자가 판단하는 것”
와인의 경우 가성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또한 일반 소비자들이 와인의 품질에 대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결국 가성비는 와인을 마셔본 소비자들의 평가와 추천으로 판가름나는 것 같다. 2만원대 '롱반(Long Barn)' 브랜드는 성공한 가성비 와인의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출시 당시 브랜드 인지도가 0이었던 롱반은 지금 연 매출 15억짜리 효자 상품이 되었다. 출시 이벤트도, 이후 어떤 프로모션도 하지 않았지만 소비자들로부터 미친 가성비 와인이라는 평가를 얻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을 탄 것이다. 단, 와인의 가격이 대략 5만원대를 넘어가면 가성비라는 가치는 희미해진다. 와인의 가격이 비싸질 수록 소비자들은 스토리텔링 요소에 더 민감해진다.
“온라인 활용도 전폭적으로 늘려야”
지금의 소비자들은 온전히 온라인과 모바일 상으로 정보를 습득한다. 나라셀라는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인스타그램(아래 사진),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와인이 가져다 주는 로맨틱하고 유쾌한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둔다.
소셜 미디어는 소비자들에게 와인 교육의 기회도 제공한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와글와글" 서포터즈 모집은 예상을 뛰어넘는 참여율을 보여주었다. 서포터즈에 선발된 사람들은, 지난 3년간 놀라운 매출 성장을 기록한 ‘케이머스Caymus’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클래스(치즈&쿠킹 클래스, 플라워박스 클래스, 나만의 조향 클라스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익한 컨텐츠를 제작하고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요즘 시대에 필수적인 홍보 마케팅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