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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깨나 한다는 이들 사이에서 ‘503레시피’란 이름은 익숙하다. 이곳은 10년 넘게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유럽의 식문화를 몸에 익힌 임주연 대표가 지난 해 5월 서래마을에 오픈한 쿠킹 스튜디오다. 같은 날, 임 대표는 인근에 ‘503테이블’이란 이름으로 유러피안 레스토랑도 동시에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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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테이블은 층고가 높고, 넓고 탁 트인 창 너머로 테라스까지 갖춘 여유롭고 고급스런 공간이다. 여유 있게 담소를 나누며 와인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다면 이곳이 적격이다. 미적 감각이 있다면, 단아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식기와 절제된 모던함을 갖춘 실내 인테리어에도 시선을 한참 빼앗길 것이다. 종종 유럽으로 미식 여행을 떠나는 임 대표는 현지에서 맘에 드는 식기를 직접 사서 들여오며 가구를 비롯한 인테리어에도 그의 유럽풍 취향이 잔뜩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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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테이블을 찾는 고객은 30대 후반부터 60대 장년층까지 다양하다. 이렇듯 다양한 연령대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식재료 본연의 풍미를 잘 보여주는 음식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503테이블의 온유민 셰프는 최대한 간을 담백하게 맞추고 양념이 식재료의 맛을 덮어버리지 않게끔 주의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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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 스테이크는 양파 스프, 라구 파스타, 뿔뽀(Pulpo) 같은 몇 가지 요리와 함께 온 셰프가 추천하는 503테이블의 시그니처 메뉴다. 3일 간 숙성시킨 광어를 센 불에 한 차례 굽고 잔열로 천천히 익힌 후 칼리플라워 퓨레, 모시조개, 세모가사리, 애호박, 래디시, 식용꽃 등으로 치장한다. 생선 아래 옅게 깔린 호박색 소스는 맛이 고소하면서도 새콤달콤한데 모시조개 육수에 버터, 셰리 비니거, 꿀을 넣고 조려서 만든다. 이렇게 해서 테이블에 놓인 광어 스테이크는 503테이블의 갤러리 같은 분위기와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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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테이블의 요리는 와인을 곁들일 때 완성도가 더욱 높아진다.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고객이 와인을 주문하는 순간은,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척척 골라주는 소믈리에의 기술이 빛을 발하는 시점이다. 요리처럼 와인도 종류마다 풍미와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소믈리에는 요리와 와인의 조합을 끼워 맞추는데 능숙해야 한다.


위 세 가지 와인은 503테이블의 소믈리에가 요리에 추천했을 때 고객 만족도가 높은 와인들이다. 왼쪽부터 ‘니꼴라 졸리 끌로 드 라 베르쥬리 Nicolas Joly Clos de la Bergerie’, ‘도멘 샤르뱅 샤또네프 뒤 파프 Domaine Charvin Chateauneuf du Pape’ 그리고 ‘도멘 마샤 드 그라몽 쥬브레 샹베르땅 "프레소니에" Domaine Machard de Gramont Gevrey Chambertin "Pressonnier". 


먼저, 도멘 샤르뱅은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Robert Parker가 “이곳을 알게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극찬한 와인생산자다. 또한 그가 “섬세함과 우아함을 갖춘 샤또네프 뒤 파프를 찾는다면 도멘 샤르뱅의 와인을 마셔보라”고 할 만큼 세련되고 정교한 와인을 생산한다. 다음으로, 도멘 마샤 드 그라몽은 규모는 작지만 부르고뉴에서 최고로 꼽히는 와인 저장고를 갖추고 있다. 이곳의 와인은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과일 풍미가 풍부하며 부르고뉴 와인의 롤모델이라 할 만큼 우아하고 밸런스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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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니꼴라 졸리는 와인 교과서가 있다면 한 챕터를 온전히 할애해도 모자랄 만큼 역사적인 인물이다. 니꼴라 졸리는 비오디나미 와인의 창시자로서 1984년부터 이 원칙을 지켜왔다. 부르고뉴의 정상급 와인메이커인 르호와(Leroy) 여사가 니꼴라 졸리의 와이너리를 방문한 후 영감을 얻어 비오디나미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후 니꼴라 졸리는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르호와 Leroy, 르플레브Leflaive 등)과 함께 Renaissance des Appellation이라는 그룹을 창설했다. 현재 이 그룹에는 Trapet, Domaine de la Pinte, Leon Barral, Il Paradiso di Manfredi를 비롯한 16개국의 유기농 와인 생산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그룹에 포함되려면 포도재배는 물론 와인 양조 전 과정에 있어 일체의 화학 약품 사용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와인은 과일 통조림이 아니다. 와인은 병 속에서 살아 숨쉬는 생명체기 때문에 매순간 변화하고 진화한다. 와인의 맛이 마실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니꼴라 졸리의 화이트 와인은 탄성이 나올 만큼 훌륭하다. 실제로 그의 와인은 독창적인 스타일과 절대 우위의 품질을 인정 받으며 세계 정상급 화이트 와인으로 꼽힌다. 슈냉 블랑 품종을 사용하는데, 풀보디하고 산도가 높아 적어도 7년은 숙성시켜야 최고의 맛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숙성시킨 니꼴라 졸리의 와인은 풍성한 풍미와 드라이한 특징이 어우러지면서, 벨벳같이 부드러운 동시에 대리석처럼 단단하게 느껴진다. 연간 생산량이 불과 6천 병에 그치는 ‘끌로 드 라 베르쥬리 Clos de la Bergerie’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에는 2016 빈티지의 끌로 드 라 베르쥬이가 유통되고 있는데, 숙성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바디감과 무게감, 매끈한 질감을 갖춰 지금 마개를 열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잔에 따르면 매혹적인 황금빛 컬러를 발산하며 풍성한 꽃 향과 과일 향은 오래도록 숨결을 타고 이어진다(단, 마시기 전에 한 차례 디캔팅할 것을 권한다). 또한 입안을 가득 채우는 부드러운 산미와 유질감 덕분에 요리에 곁들이기에도 좋은데, 실제로 503테이블의 광어 스테이크와 단짝처럼 잘 어울려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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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언급한 와인은 모두 수입사 비노쿠스를 통해 국내 유통 중이다. 비노쿠스는 와인을 뜻하는 비노vino와 특정 시대의 인류를 지칭할 때 쓰이는 쿠스cus의 합성어다. 비노쿠스의 최신덕 대표는 프랑스 부르고뉴 대학과 디종 에콜 드 코멕스 대학원에서 와인 마케팅을 전공했고, 귀국 후 지금까지 20년 이상 와인 수입, 마케팅 분야에 몸담아 왔다. 그는 한국 와인 시장의 대중화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부르고뉴 슈발리에 기사 작위를 받은 바 있다. 비노쿠스 와인의 특징은. 장인정신을 이어온 소규모 가족 경영 와인생산자들이 만들어 철학이 담겨 있고, 이러한 철학이 와인의 높은 품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비노쿠스가 수입하는 와인은 www.vinocus.co.kr 에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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