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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지난 6월 5일, ㈜한독와인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스페인 최대 와인생산자인 Torres사의 Sommelier, Mr. Christophe Brunet씨가 강남의 Intercontinental Hotel의 Vinotheque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그 동안 열렸던 와인관련 행사가 주로 자사의 와인을 홍보하는 Wine Maker's Dinner로 한정되었던 것에 비하여 그 내용면에 있어서 돋보이는 기획이었다.

Mr. Brunet씨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Tour d'Argent'과 같은 프랑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십 여년 동안 소믈리에로 일했고, 현재는 스페인의 Torres사의 Chief Sommelier 직을 맡고 있다.

(참고 : Tour d'Argent 레스토랑은 현재 미슐랑 리스트에 올라간 빠리의 최고급 레스토랑중에서도 와인에 대해 가장 전문적인 서빙을 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며 500,000병의 와인과 14명의 소믈리에를 갖추고 있다).

다음은 Mr. Christophe Brunet의 세미나 내용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소믈리에의 자격 및 역할

소믈리에라는 직업의 역사는 프랑스의 정통 레스토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고객이 와인을 선택할 때 조언을 해 주고, 와인을 서빙하던 단순 업무만을 담당했으나, 현재는 와인과 음식과의 조합, 와인 선택 및 구입, 와인리스트 개발 및 와인 재고 관리 등 와인에 관해 총체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전문가로 발전했다.

하지만 소믈리에가 지나친 권위의식을 갖고 고객에게 와인을 강압적으로 추천하거나 자신이 가진 와인 지식을 손님에게 가르치려 드는 모습 때문에 손님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은 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져 현재는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소믈리에 상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소믈리에의 대부분이 남성이었지만, 오늘 날에는 많은 여성 소믈리에가 탄생하여 여성들만이 가지고 있는 섬세하고 민감한 특징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소믈리에 전문학교를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와인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 탐구심을 갖고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와인 서빙에 대한 기술적 접근

: Mr. Brunet 은 기본적인 와인 서빙 방법에 대한 시범을 보였다.

1. 와인 리스트 기획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지역별, 빈티지별, 가격별 구분법에서 탈피하여 '부드럽고 섬세한 와인', '강하고 힘있는 와인', '달콤하며 새콤한 와인', '계절에 잘 어울리는 와인' 등등으로 다양한 와인리스트를 개발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분류도 있는데 그것은 스타일과 미각에 따른 것이다.

2. 와인 리스트 전달
소믈리에는 먼저 고객에게 와인리스트를 전달 한 후, 반드시 1~2분 정도 고객이 차분히 리스트를 훑어볼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 후 고객이 선택한 와인, 혹은 소믈리에가 고객에게 추천한 와인을 고객에게 서빙할 때, 다시 한 번 고객에게 와인 레이블을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3. 코르크 마개 열기


병목 위에 있는 Foil Cap을 벗길 때에는 반드시 고객이 항상 레이블을 볼 수 있도록 병을 돌리지 말고 코르크 스크류를 양쪽으로 돌려 벗겨야 한다. 코르크를 제거 할 때에는 코르크 스크류의 뾰쪽한 부분을 코르크의 중앙점에 맞추어 돌리면 코르크를 상하지 않고 뺄 수 있다.

4. 디캔팅 (Decanting)

과거에는 대부분의 와인들을 디캔팅 하였으나 요즘에는 숙성되지 않은 와인(Young Wines)과 침전물이 많은 오래된 와인들만 디캔팅을 한다. 오히려 무리하게 디캔팅을 하여 와인이 가지고 있는 힘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캔팅을 할 때 침전물을 확인하기 위하여 촛불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침전물을 제거 목적을 위해서는 후레쉬를 사용하여도 무관하다.


디캔팅을 할 때 병 목쪽을 보지 말고 병 목의 바로 아래쪽을 주시하여 침전물이 디캔터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5.칠링 (Chilling)
화이트 와인의 경우 평균 15분~20분 정도(8~9C)가 적절하며 칠링을 너무 오래하여 낮은 온도(6C)까지 내려가게 되면 와인이 가지고 있는 충분한 향을 없앨 수 있다. 특별한 경우에는 화이트 와인도 디캔팅이 가능하다. 레드 와인의 경우 너무 높은 온도로 서빙하면 알코올의 기운이 강해지므로 때때로 칠링이 가능하다.

6. 와인 글라스 서빙
와인을 그라스에 따르는 방법에는 왕도가 없지만 고객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자세로 서빙을 하여야 하며 그것이 소믈리에로서도 가장 편안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테이스팅은 반드시 와인을 주문한 고객이 하도록 한다.

소믈리에의 자세

소믈리에는 와인과 고객 사이의 최접점 지역에 있는 연결고리이다. 주문된 와인을 지하 꺄브에서 고객에게로 전달하는 단순한 역할에서 벗어나,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미리 파악하여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와인에 대한 지식과 함께 다양한 와인을 시음해 보는 것이 필수적이며 와인과 직접 연결되어있는 음식과의 조화를 연구하는 것도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음악, 미술, 건축, 문학 등의 다양한 문화적 지식을 겸비하여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번에 방문한 Mr. Brunet은 소믈리에로서의 오랜 경험이 물씬 풍기는 전문가임을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또한 세미나를 진행하는 몸짓, 음성, 표정들만으로도 앉아있는 참석자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있었다.

이는 와인이라는 물리적인 목적물(object)를 가지고 고품격 문화적 상품으로서의 부가 가치를 올리려면, 소믈리에의 전문가적이고 온화하며 사교성 있는 품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 ㈜베스트와인 대표이사 은광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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