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평론가 로버트 파커 ‘보르도 와인’ 한국판 출간

샤토 등급ㆍ포도 품종에 서빙 예절까지 꼼꼼히 정리


“탁월한 미각의 소유자, 수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길잡이. 이 사람의 테이스팅은 완벽하다.”


미국 타임 지가 이런 찬사를 보낸 와인 평론가 로버트 M 파커 주니어. 로버트 파커가 매기는 점수는 와이너리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와인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파커는 1947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로스쿨 졸업 후에는 약 10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했다. 와인과 별 관련 없이 살아온 듯한 파커의 인생 궤도를 와인으로 돌려놓은 계기는 1967년에 찾아왔다. 프랑스 알자스에서 공부하고 있었던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한 달 정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와인이 운명처럼 파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이후 그 여자친구는 인생의 동반자가 됐고, 와인은 불멸의 연인이 됐다.


계속 와인 평론에 대해 고심했던 파커는 드디어 1978년 ‘와인 변호사(The Wine Advocate)’의 전신인 와인 구매 가이드 형태의 뉴스레터 ‘볼티모어-워싱턴 와인 변호사’를 발행하며 와인업계에 본격 뛰어들었다. 첫 호는 불과 600부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은 구독자 수만 5만명에 육박하며 와인 세계의 가장 유능한 변호사를 자처하는 격월간지가 됐다. 무명에 가까웠던 파커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건 ‘와인 변호사’에 쓴 ‘보르도 1982년 빈티지 평가’였다. 평론가 대부분은 1982년 빈티지를 신통찮게 평가했지만, 파커는 홀로 1982년 빈티지가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1982년 빈티지의 숙성력에 대한 논쟁은 2000년대 초까지도 계속되었으나, 결국 시장에서 1982년 빈티지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파커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그 결과, 올바른 평가를 내린 파커는 뛰어난 능력을 입증할 수 있었다.


1999년 파커는 와인 비평가로는 최초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레종 도뇌르 훈장을, 1993년 미테랑 대통령에게 국가 유공 훈장을 받았다. 또 1998년에는 요리업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 ‘탁월한 와인 및 와인 전문가 부문’을 수상했다. 파커의 와인 평가에 대해서 이런저런 논란이 있긴 하지만, 파커가 현존하는 최고의 와인 평론가라는 점은 쉽게 반박하기 힘들다.


파커가 와인에 부여한 점수와 와인을 설명할 때 쓰는 표현은 우리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 파커의 명저 ‘로버트 파커의 보르도 와인’(바롬웍스)이 출간됐다. 1985년 처음 출판된 이 책은 와인 비평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와인 평가서’로 불린다. 이 책은 1945년부터 2001년 보르도 빈티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개요 및 각 샤토의 등급, 소유주, 연락처, 방문 방법, 포도원 면적과 포도 품종, 와인 생산량, 중요한 빈티지 등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심지어 셀러가 갖춰야 할 요건, 서빙 방법, 어울리는 요리와 샤토 인근 추천 레스토랑, 보르도 와인 선물구매 지침까지 망라한다. 특히 이 책의 핵심인 3장 ‘보르도 와인 평가’에서는 파커의 유명한 평가 시스템에 의거한 설명히 매우 상세히 나와 있어, 보르도 와인의 교과서로 활용하기에도 손색없다.


이 책의 두께는 기가 질릴 만큼 두껍지만, 제공하는 정보는 집요할 정도로 자세하다. 원제는 Bordeaux. 손진호.이효정.김명경.문은실.장유미.정성화 공역.


이고운 기자(cca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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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문짝만하게 실렸군요!

<로버트 파커의 보르도 와인>이 충실한 와인 조언자의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