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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와인산지 중 아르헨티나는 매력적이며 역동성이 넘치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방한했던 케이머스의 CEO 척 와그너는 “아르헨티나는 기회의 땅”이라며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10여년 전 아르헨티나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진출한 칠레의 아우렐리오 몬테스 또한 테루아에 대해 “부럽고 얄미웠다.”며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세계적인 와인 메이커들의 각광을 받으며 뜨거운 생산지로 승승장구하는 아르헨티나의 중심엔 말벡이 자리잡고 있다. 

 

전세계 여러 도시에서 말벡월드데이를 기념하여 열리는 시음회가 올해로 8번째를 맞았다. 지난 4월 19일에 열린 서울행사에선 국내 시판 중인 16개 수입사의 다양한 아르헨티나 말벡와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또한 참가한 각 수입사에서 베스트말벡을 선정해서 따로 전시하여 와인가이드 역할도 톡톡히 했다. 

 

코Côt 그리고 오세루아Auxxerois라고도 불리는 말벡의 고향은 프랑스 남서부이다. 한때 보르도 블렌딩을 완성하는 다섯 개의 품종 중 하나가 되면서 몸값이 올라갔지만 변덕스러운 보르도의 날씨와 해충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 외면받았다. 오늘날 본고장 말벡은 남서부의 카오르Cahors에서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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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s of Argentina

 

 

19세기 말벡은 아르헨티나 멘도자에 뿌리내리며 멸종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출구없는 터널이란 없듯이, 말벡은 애물단지에서 고귀한 품종으로 새롭게 태어나 이제 누가 뭐래도 아르헨티나 대표 품종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전세계에서 프랑스보다도 말벡을 많이 생산하는데, 전체 생산량의 75%나 차지한다. 아르헨티나 말벡은 블랙베리, 자두, 블랙체리의 풍미가 나며 밀크 초콜릿, 코코아, 제비꽃, 오크의 영향에서 오는 달콤한 훈연향과 부드럽고 깊은 타닌의 감촉으로 와인 애호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말벡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멘도자는 아르헨티나 와인의 70%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말벡의 껍질은 검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진하지만 그 두께는 얇은 편이다. 날씨가 습하면 쉽게 썩을 수 있고 서리와 해충에도 민감해서 충분한 햇빛과 건조한 날씨가 절실하다. 세계에서 가장 긴 안데스 산맥의 해발 1,494미터 구릉지대에 자리하고 있는 멘도자는 까탈스러운 말벡의 성장조건에 딱 맞아떨어진다. 높은 해발고도와 이에 따른 큰 일교차, 찬 바람과 공기, 강렬한 햇빛 그리고 긴 일조량 등 산도를 잘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잘 익은 포도를 얻기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003.png<테라자스Terrazas는 소고기와의 매칭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말벡은 어떤 음식과 매칭하면 좋을까? 보라색에 가까운 검붉은 색상에서 알 수 있듯이 붉은색을 띠는 소고기 요리가 제격이다. 이외에도 로즈마리를 곁들여 구운 돼지고기, 큐민 가루로 맛을 낸 양고기, 오리고기도 잘 어울린다. 검은 후추, 파슬리, 구운 파프리카, 고수, 마늘 등 독특한 향을 가진 향신료와도 생각보다 좋은 궁합을 이루기 때문에 양념을 이용한 고기요리가 잘 맞는다. 치즈로는 염소치즈와 그뤼에르, 체다 같이 약간 단단한 치즈와 잘 어울린다. 

 

 

국내 유통 중인 대표적인 말벡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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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델루나 Andeluna (와이넬 수입)


‘안데스의 달’이란 뜻을 가진 안델루나는 멘도자의 투풍가토Tupungato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1300 미터의 높은 언덕에 자리잡은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데, 마누엘 곤잘레스가 이끄는 양조팀과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메이커이자 컨설턴트인 미쉘 롤랑이 팀을 이루어 구대륙에 가까운 스타일을 자랑한다. “시음해보면 기존의 아르헨티나 말벡과 다른 매력이 있다고들 한다.”고 수입사 관계자는 설명을 덧붙였다. 높은 해발고도의 영향을 받아 와인에서 산도가 잘 느껴지고 과일과 여러 향신료의 풍미가 과하지 않고 조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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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나자파타 Catena Zapata (신동와인 수입)


아르헨티나 와인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정상급의 와이너리, 카테나자파타는 1902년부터 수준높은 말벡와인을 만들어왔다. 기본급 카테나말벡Catena Malbec은 물론 알타발벡Alta Melbec은 부드러운 감촉과 향신료, 코코아 풍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한 폭의 명화같은 레이블을 가진 아르젠티노말벡Argentino Malbec(사진의 우측 와인)의 경우 우아하고 복합적인 스타일로 높은 인기를 과시했다.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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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드로스씨에테 Clos de Los Siete (하이트진로 수입)


아르헨티나는 전세계 톱 와인 메이커와 와이너리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거대한 실험실이다. 플라잉와인메이커 미쉘 롤랑은 멘도자의 우코밸리Uco Valley에 보르도의 샤또 소유주들과 투자하여 만든 아르헨티나 아이콘 와인이다. ‘일곱 개의 땅’이란 뜻으로 영국의 전문지 디켄터는 ‘미래의 아이콘 와인’이라며 극찬했고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와인 톱 10’에도 들어간 바 있다. 말벡을 중심으로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를 블렌딩해서 과일의 진한 농축미, 벨벳 같은 타닌과 긴 여운을 가진 나무랄 데 없는 풀바디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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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켄 Kaiken (나라셀라 수입)


앞서 언급했던 칠레 몬테스가 아르헨티나로 진출해 또 다른 성공신화를 만들고 있는 브랜드이다. 현장에선 대중적인 기본급에 속하는 테루아시리즈(우측)와 프리미엄급 울트라시리즈(좌측)를 소개했는데, 실내온도보다 차갑게 해서 서브한 테루아말벡은 과일 풍미가 시원하고 타닌도 자극적이지 않아 좋았다. “기본급 와인의 경우 차갑게 칠링하면 여름에도 마시기 좋다”며 활용 팁을 알려주었다. 울트라 말벡 또한 잘 익어 감미로운 과일 풍미와 부드러운 타닌, 신선미가 잘 드러나 음식과 매칭하거나 와인 하나만 마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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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데가노통 Bodega Norton (에노테카 수입)


‘아르헨티나의 흑진주’라고 불리는 보데가노통은 크리스탈의 명가 스와로브스키 소유로도 유명하다. 말벡,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를 블렌딩한 프리바다Privada(좌측)는 자두와 블랙체리의 풍미가 묵직하며 초콜릿, 커피의 향이 그윽하게 이어진다. 프리바다말벡과 함께 오랫동안 높은 평가를 받아 온 플래그쉽 와인다운 면모가 엿보였다. 말벡 100%의 배럴세렉트말벡Barrel Select Malbec은 프랑스 오크에서 숙성하고 병 숙성을 추가했다. 복합미가 돋보이고 구조감과 더불어 부드러운 타닌과 다양한 허브류의 스파이시한 풍미가 더한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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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틴토네그로 Tinto Negro (문도비노 수입)


멘도자 말벡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말벡 전문 와이너리. 타이포그래피로 디자인한 레이블에서 시원시원한 느낌부터 든다.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캐주얼한 멘도자말벡, 밝고 활달한 산미가 돋보이는 우코밸리말벡, 미네랄 터치, 꽃, 부드러운 타닌 그리고 산미도 잘 드러나면서 조화로운 라임스톤블록말벡Limestone Block Malbec, 복합미와 풍부한 아로마와 미네랄 풍미를 자랑하는 핀카라에스쿠엘라말벡Finca La Escuela Malbec 총 네 개의 와인들이 선보였다. 지금까지 디켄터와 로버트 파커 같은 세계적인 전문가의 높은 평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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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차발페레 Achaval Ferrer (신세계 L&B 수입)


아르헨티나 테루아와 와인에 대한 열정으로 1998년에 설립한 아차발페레는 고품질 레드와인만 생산하는데 집중해왔다.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한 생산과정을 통해 과일 풍미가 잘 살아있는 와인을 만들고 있다. 와인스펙테이터 등 와인 전문지의 극찬을 받으며 단시간내에 정상급의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1921년에 심어놓은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알타미라Altamira는 블랙베리, 카시스의 향이 풍부하고 스파이시한 향과 삼나무향이 이어진다. 복합적이고 매끄러운 타닌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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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디카도 Dedicado (에프엘코리아 수입)


1910년에 설립된 핀카 플리치맨Finca Flichman은 멘도자에서 배수가 원활한 지역에서 포도원을 조성했다. 1998년 현소유주로 바뀌면서 포도원과 양조장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브랜드 중 하나인 데디카도는 우코밸리에서 생산하는 프리미엄 와인으로 각종 와인 매체에서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테루아 컨설턴트로 유명한 칠레 클로데푸Clos des Fous의 페드로 파라가 포도밭 컨설팅을 하고 있다. 네 개의 와인을 선보였는데, 시라와 말벡,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한 바란카스, 말벡,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블렌딩의 투푼카토, 말벡, 프티 베르도, 카베르네 프랑 블렌딩의 그란 코르테로 말벡을 중심에 두고 한 블렌딩 와인들 그리고 말벡 100%의 그란 말벡이다. 풍부하고 우아한 스타일이 인상적인 와인들로 하나같이 꽃과 검붉은 베리류의 향이 나고 부드러운 감촉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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