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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새 부르넬로, 카운트다운 돌입

'자연과 인간의 공조가 빛나는 2018 빈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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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6일자 몬탈치노 뉴스 웹사이트에는 ‘2018년도에 별 4개를’이란 기사가 실렸다.  2018년 가을에 거둬들인 산조베제 포도가 숙성 초반기에 접어들 무렵 네 명의 와인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인터뷰 시점은 2월 중반, 주제는 막 수확한 포도를 선별대에 투입하는 순간까지 “산조베제가 가진 와인 원재료로써의 완벽함”이다. ISVEA(농식품 분석 연구실) 소속 연구원이 밝힌 샘플 수와 분석 횟수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2018년 9월~10월에 걸쳐 몬탈치노 곳곳의 4만 2천여 개 샘플을 채취했고 샘플마다 10~11개 비율로 총 50만 번의 성분 분석을 반복했다고 한다. 응답자들은 작황이 부진했고 이로 인한 포도의 완숙속도 지연에도 불구하고 성분은 균형이 잡혀 있고 우아함과 섬세함을 지녔다는 데에 의견 일치를 보였다.


이로부터 4년 뒤인 2022년 11월 11일~12일 <2022 벤베누토 부르넬로 시음회>가 열렸다. 2018년 빈티지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출시를 50여 일 앞두고 열리는 연례 시음회다. 과연 성숙한 부르넬로 와인이 일시에 코르크를 개봉한 날 갓 딴 포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을까? 앞서 전문가들이 확언했던 말은 아직도 유효할까?


벤베누토 부르넬로 기간에는 시음 코멘트, 와인 점수, 숙성 잠재력 예측이 쏟아져 나온다. 참석자가 와인 저널리스트, 와인 비평가, 마스터 오브 와인(MW)인 관계로 소소한 의견이라도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연도별 날씨 추이에 심한 영향을 받는 특성상 부르넬로가 겪은 탄생연도의 작황 기록은 와인이 그러한 풍미를 낼 수도 있겠다는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이번 시음회에는 137군데 와이너리가 참여했고 출시가 임박한 빈티지는 다음과 같다. 2018 년 빈티지 부르넬로 몬탈치노와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비냐(싱글빈야드), 2017년 빈티지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로쏘 디 몬탈치노 2020과 2021년 빈티지다. 참고로 몬탈치노가 원산지인 산탄티모 Sant’Antimo와 모스카델로 디 몬탈치노 Moscadello di Montalcino의 DOC급 와인도 선보였다. 

 


2018 빈티지 평가


참석자의 소견은 4년 전의 인터뷰 내용과 대체로 일치한다. 향기는 방향 성분들과 조화를 이루며 향의 강도보다는 품질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평이다. 달달한 자두, 블랙베리의 짙은 캐릭터는 한 발 물러나 있고 붉은 빛 과일의 신선함과 순도가 향기를 주도한다. 바이올렛, 장미 아로마에서 우아함과 기품이 흐른다. 일부 와인은 오크의 미숙한 사용으로 인한 훈연, 고무 탄내 같은 불쾌한 향이 감지됐다. 완숙 미달인 포도가 섞인 와인은 풋내를 남겼다. 타닌은 강직함과 단단함에 치중하기보다는 섬세한 결과 타닌의 씨실과 날실이 엮어낸 디테일이 볼 만했다. 강렬함에서 오는 자극보다는 혀를 보듬는 부드러움이 주특기다. 만일 진한 풍미와 파워 넘치는 부르넬로에 익숙한 애호가라면 2018 빈티지가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한편, 벤베누토 부르넬로에 10회 이상 참여한 고참 저널리스트들은 관망세를 보였다. 와인은 병 안에서 계속 진화하는 살아있는 유기체이므로 개봉 당시의 느낌으로 일년 후의 모습을 단정할 수 없다는 거다. 즉 같은 빈티지를 주기적으로 개봉하면서 변화를 살피는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지론이다.


부르넬로의 여성화에 대한 이슈는 2015년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산조베제 수령이 오래되거나, 기후변화에 대응한 점진적인 양조 기술, 포도밭 관리 기법의 혁신이  2015년 부로 개화한 것일지 모른다. 아니면 강한 맛과 풀 보디에 질린 애호가들의 오크 외면 현상, 볼륨으로 어필하기보다는 작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찬 정교함을 원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있을 수 있다. 이번 시음회에 등장한 부르넬로(2백 병)는 몸무게 줄이기로 패러다임이 잡혀가고 있는 것 같다.

 


자연과 사람이 공동우승 차지한 2018 빈티지 부르넬로

 


와인 생산자들에게 자신의 와인을 만든 공로자를 꼽으라고 하면 90%는 포도밭에 손을 든다. 희소하나 95%까지 끌어올리는 이도 있다. 나머지 5~10%는 양조 기술, 와인 메이커의 경험 같은 인적요소에게 돌아간다. 만일 질문의 화살이 필자한테 날아온다면, 2018년 빈티지는 예외적으로 포도밭 50%, 인적요소 50%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겠다. 2018년도의 궤도를 한참 벗어난 기상 추이와 이로 인한 포도밭 위기 대응방식이 그 이유다.


초봄의 잦은 비는 지하수 저장량을 늘렸고 평년 기온을 웃도는 기온은 나무의 수직 성장을 촉진했다. 5월 들어 개화를 맞이했으나 비는 멈출 기미가 없었고 기온도 평년 수준을 밑돌 정도로 서늘했다. 잦은 비는 습도를 끌어올려 농부들은 병충해나 곰팡이 감염에 대비해 방재작업을 자주 했다. 방재했더라도 잦은 비에 도포제가 휩쓸리는 바람에 도포 횟수는 늘어났다. 7월과 8월에도 강수로 인한 저온현상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완숙 속도도 감소했다. 열매를 덮는 잎의 밀도를 줄여 열매의 햇빛 노출 시간을 늘렸다. 언덕 하부나 습기가 고인 포도밭은 환풍기를 작동해 습도 수위를 낮췄다.


우려했던 포도완숙의 지연은 9월 중순에 갑자기 날씨가 반전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몬탈치노의 전형적인 청명한 가을 날씨를 회복한 것이다. 바람과 강한 햇빛을 동반한 큰 일교차가 열흘간 지속되면서 테르펜 계열의 리나룰, 제라니올의 아로마가 껍질 세포에 쌓였고 폴리페놀과 안토시안 수치는 합격점을 받았다. 2011년과 2013년도 비슷한 날씨 패턴을 보였는데, 2018 년 빈티지의 숙성 진행이 궁금한 독자들은 이 빈티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컨소시엄은 수확 종료 후 빈티지 등급을 발표하는데 2011, 2013, 2018년을 Excellent Vintage로 분류했고 이는 Outstanding Vintage 다음으로 우수한 등급이다. 

 


산지마다 다른 목소리 내는 부르넬로

 


한 목소리를 내던 와인을 지역단위로 구분하면 갑자가 목소리가 여러 개로 갈라진다. 맛이 천편일률적이면 어디 부르넬로인가. 몬탈치노를 세부적으로 분석하기에 앞서 몬탈치노 어디서든 통용되는 자연환경 패스를 알아보자.


몬탈치노 면적은 2만4천 헥타르이며 이 중  포도밭은 15%인 3천 5백 헥타르다. 바롤로 지역의 크기가 1만 9천9백 헥타르에  20%인  4천 2백 85헥타르를 포도밭에 내주고 있다. 부르넬로 생산이 허용된 밭은 2,100헥타르, 바롤로는 2,154 헥타르로 밭 단위 등급와인 비율이 대폭 줄어든다. 바롤로 밭은 11군데 마을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으나, 부르넬로는 몬탈치노 인근에 동심원 모양으로 퍼져 있거나 북동부와 남쪽에 몰려 있다. 이 지역 밖으로 나가면 울창한 숲 사이로 듬성듬성 포도밭이 보인다. 몬탈치노 숲 면적만1만 2천 헥타르나 된다고 하니 밭과 숲이 만들어내는 미세기후는 변화무쌍할 수밖에. 


몬탈치노는 사각 형태를 이루고 각 면은 강과 접한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산지로는 물의 축복이 넘치는 편이다. 몬탈치노 북부와 북서쪽은 옴브로네 강 줄기가 적시며 동부 사면을 흐르던 앗소강은 남쪽에서 전진하던 오르차 강과 합류한 뒤 아미아타산 쪽으로 방향을 튼다. 동쪽에 길게 늘어진 아미아타 산은 1740미터의 휴화산으로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몬탈치노 랜드마크로 손꼽힌다. 우박과 폭우의 기습을 차단하고 화산 분출 때 날아온 화산재는 토양층에 깊숙이 박혀 있다. 


토질은 밭이 속한 구간 별로 다채롭다. 해발 2백 미터 이하는 기원이 백악기 지질시대와 닿아 있는 해양성이며 모래와 미사, 비에 실려오거나 풍화가 일으킨 충적토다. 2백 미터 이상은 석회석, 점토, 점토와 진흙이 섞인 척박한 이회토다. 포조 Poggio라 불리는 봉우리는 점토와 석회석, 잘 부서지는 점토와 석회석, 자갈로 된 혼합토다. 폭염이나 혹한 같은 극단적인 날씨가 드문 온화한 기후대에 속하며 바람이 많이 불며 일교차가 심하다.


몬탈치노는 북서-북동지역(Torrenieri), 몬탈치노 마을 주변, 남서부(Sant’Angelo), 남동부(Castelnuovo dell’Abate), 중서부(Tavernelle, Camigliano)로 구분된다. 상당수의 와이너리는 남동부와 남서부, 몬탈치노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고 부르넬로 위상을 국제적으로 끌어올린 주역들이다. 필자는 시음 방향을 세 지역에 집중했으며 지역별 특징과 2018년 시음 노트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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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탈치노 주변-몬탈치노 지역

(적색 원 부분)

 


비온디 산티, 카사노바 디 네리,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 테누타 레 포타지네 같은 와이너리가 포진하고 있다. 부르넬로는 석회석과 점토층이 포개진 해발 3백~4백 미터 구간 언덕에서 나온다. 뿌리가 깊숙이 뻗으면서 미네랄 성분을 빨아들인다. 여름의 극심한 기온차는 산미와 타닌 함량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해 병 숙성 기간을 오래가져야 조화로운 맛을 얻게 된다.


2018냔 빈티지 와인은 라즈베리, 딸기, 체리, 장미, 바이올렛의 산뜻한 향을 퍼트린다. 발삼, 감초, 스파이시의 감미로움이 잔 주위를 유영한다. 산도가 선명하며 미네랄과 어우러져 감미로운 맛이 돈다. 순한 타닌은 부드러운 식감을 뽐내며 잘 짜인 구조는 몰입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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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부-카스텔누오보 델 아바테 지역

(보라색 원 부분)

 


카스텔누오보 델 아바테 마을을 중심에 두고 언덕이 동심원 모양으로 퍼져 나가 카스텔누오보 델 아바테 지역이라고도 한다. 햇빛이 강렬하고 비가 자주오나 강한 바람이 공기를 뽀송뽀송하게 말려준다. 서해안이 50km거리 내에 있어 지중해 감성을 풍긴다. 심연같이 짙은 빛, 선이 굵은 아로마에 미묘한 바다내음이 서려 있다. 타닌이 혀를 조이는 묵직함이 번지면서도 매끄러운 감촉이 대조를 이룬다. 풀 보디의 안정된 느낌, 알코올, 미네랄, 산미가 어우러져 감칠맛을 낸다.


2018년 빈티지는 누구나 좋아할 만큼 친화력이 뛰어나다. 케이퍼, 타임, 타바코, 흙 내음을 발산하며 짭짤한 바다내음이 이국적이다. 꽃과 검붉은 과일의 잔향이 가슴속까지 닿는다. 타닌은 유려한 결을 지니면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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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부-토레니에리 지역

(녹색 원 부분)

 


몬탈치노 마을에서 출발한 산길은 북동쪽을 가로질러 토레니에리 마을로 이어진다. 9.6km의 길은 숲 천지이고 일단 마을 어귀에 도착하면 포도밭이 모습을 드러낸다. 광활한 면적에 비해 와이너리 숫자는 13개 정도여서 반대쪽의 북서지역과 함께 개발 잠재성이 높다. 해가 오후에 뜨는 탓에 일조시간이 짧고 기온이 서늘하다. 잦은 비로 인해 습하지만 바람 덕분에 해충, 곰팡이 생존율이 낮다. 10월 중순에 이르러서야 포도가 완숙하고 여름이 더운 해라도 서늘함, 예리함, 우아함을 유지한다.


2018 빈티지는 바이올렛, 장미, 낙엽 향기가 은은하며 라즈베리, 레드커런트, 체리 풍미가 선명하다. 개봉 시 타닌은 뭉쳐 있고 결이 솟은 상태지만 몇 년 후엔 유연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밀집도나 꽉 짜인 구조가 마치 바롤로 캐릭터와 닮은 와인도 있다. 빈티치 로쏘 디 몬탈치노 2020년 빈티지는 산미가 싱그럽고  베리류의 아로마가 뚜렷하며 타닌은 숙성했을 때의 원만함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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