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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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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의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엘레나를 아이로만 알고 있던 그녀의  팬들은 곧 엄마  엘레나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웃음).”


조만간 할아버지가 된다는 상상에 발터 피쏘레는 연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엘레나는 발터 피쏘레의 외동딸이며,  엘비오 꼬뇨의  비냐 엘레나 바롤로도 그녀의 이름을 따 지었다. 그의 딸 자랑은 계속된다. 


“1991년에  엘레나가 태어났고 우리 가족은 만장일치로 새로 인수한  밭을  엘레나 포도밭으로 부르자고 했어요. 그 해는  장인과 저는 이전 와이너리를 그만두고 엘비오 꼬뇨 와이너리를 막 개업했을 때였어요. 엘레나가 3살 되던 해에 병아리가 알을 까고 나오는 그림을 선물해 저와 아내를  기쁘게 했죠. 그림을 보는 순간  우리 부부는  비냐 엘레나 라벨에 넣기로 결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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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냐 엘레나 포도밭과 비냐 엘레나 바롤로 리제르바. 엘레나가 태어나던 해에 심어진 로제 네비올로는 올해로 30살을 맞이했다.>

 


엘비오 꼬뇨 와이너리는 피에몬테주 노벨로Novello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화창한 날엔  눈 모자를 쓴  알프스 연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북쪽에는 바롤로 마을이 고혹한 자태를 드러내는 곳이다. 와이너리로 이끄는 샛길로  빠지지 말고  큰 길로  계속 직진하면  노벨로 마을 입구가 나온다. 노벨로는 지명이지만 새로운 것이나 햇 것을 뜻하는 수식어이기도 한데  예를 들면  햇와인을 비노 노벨로라 한다. 


알프스가 근접해서 날씨가 서늘하고 건조한 이곳은 그 이유 때문에 이웃한 마을들보다 개발이 늦어졌다. 그러다 지방 귀족들의  휴양지로 인기를 끌면서 우아한 바로크 건물들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앞으로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노벨로에 가보길 추천한다. 고적한 마을을 거닐다가  뷰 포인트에 도달하면 포도밭 망망대해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런 뷰를 인생경치라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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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로 파노라마>

 

 

아웃사이더인 노벨로, 인사이더가 되다 


표면상 엘비오 꼬뇨의  시작은 엘레나가 탄생한 해와 겹치나  사실은  30년간 가꾸어오던 꿈의 현시다. 외조부(엘비오 꼬뇨)와  발터가 독립을 결정했을 때 동업 중이던 와이너리는  잘 굴러가고 있었고 바롤로 판매량도 치솟고 있었다. 이들이 독립한다는 소문은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엘비오 꼬뇨는 이미  예순 살에 접어들었고  그가 선택한 장소가 노벨로 이기도 했다. 다른 언덕보다 춥기도 했지만  알프스의  예측 불허한 기후는 종종 노벨로에 기상이변을 불러왔다. 바롤로 생산자들은 이곳을  평범한 바롤로나 데일리 와인에 적당한, 일종의  바롤로 아웃사이더로 폄하하곤 했다.


엘비오 꼬뇨는  해발 320미터에  자리 잡은  카시나 누오바(Cascina Nuova)  농가를 인수해  양조장으로 개조했다. 카시나 누오바  발 밑에 있는 라벨로 밭을 모두 사들여  이곳을  축으로  밭들이 동그랗게 모여있는 태양계 형상을 만들었다. 이런 모양은  15헥타르의  밭이 한눈에 들어와  포도의 건강 상태 파악과  관리를 수월하게 했다. 흔히 시간 전쟁으로 비교되는, 수확한 포도와 양조장의 거리를 단 몇 분으로 단축해 신선도에서 우위를 점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든 바롤로 라벨에 엘비오 꼬뇨는 라벨로 밭을 꼭 명시해 원산지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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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나 누오바는 17세기 농가로  엘비오 꼬뇨가 개조했다.  모든 와인은 여기서 양조, 숙성되며  와인투어와 시음도 이뤄지는 엘비오 꼬뇨의 헤드쿼터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기온이  상승하자 상황은 노벨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역전되고 있다. 다른 바롤로들이 빠른 숙성과  줄어드는 신선미로  고분분투 중이라면  노벨로는 방금 딴 과일의 파삭한 아로마, 긴장감 있는 타닌, 서늘한 산미로 몸값을 올리고 있다.  


엘비오 꼬뇨는 품종선택에서도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바롤로 와인은 대부분  람피아(lampia)란 생체형(biotype, sub-variety)을 사용하는데 생산량이 일정하고 매혹적인 풍미를 내는 특징을 갖추고 있다. 그 밖에도 미켓과 로제가 있으나 수확량이 들쑥날쑥하고  색상이 흐려서 비인기 품종이다. 그러나 엘비오는 이 수종들을 고집했는데  바롤로 전통의 맛이 이들의  조화로운 조합에서 나오므로 경제성만 따질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비냐 엘레나는 로제를 식재했고  라베라 밭은 람피아 60% , 미켓 40%  비율로 심어 다양화를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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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피쏘레 Valter Fissore . 그의 직감과 경험으로 엘비오 꼬뇨의 와인을 만든다.>

 


2004년에 엘비오 꼬뇨가 은퇴한 이후로 사위 부부가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두 와인이 발터 피쏘레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데 프리 필록세라 바르베라 달바 Pre-Phylloxera Barbera d’Alba와  랑게 나스체타Langhe Nas-Cëtta다. 프리 필록세라 하면 시칠리아 에트나 와인이 아니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거다. 미국산 대목을 접붙이지 않은  19세기 원뿌리를 간직한 바르베라다. 다른  밭보다 모래 비율이 월등한  라모라 마을에 뿌리를 내렸고  수령이 125년이나 된다. 


슬라니아 오크통에 12개월 숙성하고 6개월 병 숙성한 2019년 빈티지를  시음했는데  우리 입맛에 친근한 바르베라와는 거리가 좀 있었다.짙은 붉은색과  후추, 감초 같은 향신료,  농밀한 자두,  바이올렛 향 등 네비올로 캐릭터를 풍긴다. 무엇보다 단번에 입을 채우는 타닌과  풀보디의 힘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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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125년의 바르베라. 미국산 대목을 접붙이지 않은  19세기 원뿌리를 간직하고 있다.>

 


엘비오 꼬뇨의  와인 포트폴리오는  95퍼센트가 레드와인이다.  5퍼센트의  빈 공간은 랑게 나스체타 화이트 와인이 채운다. 나스체타는  노벨로 토착품종인데  발터의  주도로  멸종의  위기를 모면했다. 필자는 2003년 산 나스체타를 맛 볼 기회가 있었는데 아직 원산지 명칭 보호에 등록되기 전이라  테이블 와인이었다. 영롱한 황금색이 비치며 산사나무 꽃, 카스터드 크림, 망고, 사프론, 말린 살구, 자스민 티 향기가 감미롭다. 마신 뒤에도 향기의 여운은 떠날 줄 모르고 잔상으로 남는다. 


엘비오 꼬뇨의  바롤로는 카시나 누오바와 인접한  11여 헥타르 밭에서 온다. 라베라  언덕군에 모여있으며 토양 특성별로  네 군데로 구분한 뒤  품종, 식재 수, 오크통 사이즈를 달리했다. 양조 방식의 촛점을 전통방식에 근접시켜  순도와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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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바롤로  Docg  카시나 누오바 2017, 바롤로 Docg 라베라 브리꼬 페르니체 2016, 바롤로 Docg  라베라 2017, 바롤로 Docg 리제르바 비냐 엘레나 2015>

 


바롤로 DOCG 카시나 누오바  2017 빈티지
Barolo DOCG Cascina Nuova 2017


포도나무 수령은 15년,  해발  380미터인  고만고만한 높이의  세 군데 밭에서 자란다.  10월 초에 수확해서 짜낸 포도즙의 알코올 발효가 끝난 후  슬라보니아산 오크통( 24개월)과 병( 6개월)숙성을 했다. 


싱그러운 장미, 오렌지, 라즈베리, 체리, 자두향이 난다. 전반적으로 타닌이 무난하고  다채로운 풍미가 잘 어우러져 있다. 엘비오 꼬뇨의 복합적인 바롤로를 만나기 위한 예행 연습이랄까. 직관적인 아로마와 서로 잘 조화된 맛이 캐주얼한 분위기를 낸다.

 


바롤로 DOCG 라베라 2017  빈티지
Barolo  DOCG Ravera 2017


70년 수령의 람피아와 미켓 품종을  60대 40으로 블랜딩해 조화의  맛을 한 껏  높였다. 알코올 발효 기간도  30일로 늘려 네비올로 껍질에서 아로마와  페놀화합물을 우려냈다. 슬라보니아산  오크(25헥토리터, 30헥토리터 동시 사용) 에서  25개월 숙성한 뒤 블랜딩했다. 출시 전까지 병안에 두어 풍미가 골고루 배였다.  딸기, 허브티, 후추, 민트 향의 발랄함과  체리, 부싯돌, 감초의 달콤함이 화음을 이룬다. 촘촘한 타닌 결마다 응축된 힘을 품고 있다. 치밀한 구조가 이 힘을 단단히 가두고 있어 절제미도 있다.

 


바롤로 DOCG 라베라 브리꼬 페르니체 2016 빈티지
Barolo DOCG Ravera Bricco Pernice 2016


브리꼬 페르니체는 카시나 누오바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남서향의  아담한 언덕이다. 포도가 재배되기 전부터 언덕 봉우리(브리꼬 Bricco)에  자고새(페르니체 Pernice)들이 둥지를 틀곤 했다. 라벨에도 등장하는 이 새는 엘레나의 작품이다. 일반 바롤로지만 숙성기간을  18개월 늘려서 거의 리제르바 수준이다. 감초, 말린 꽃, 초콜릿, 에스프레소 향이 사라지면  자두, 민트, 말린 월계수 잎이 뒤따른다. 특히 밀도감 있는 타닌과 유려한 질감이 볼만하다.  풀보디의 중후함과  타닌의 긴장감이  밀고 당기는 묘미가 있다.

 


바롤로 DOCG  라베라 리제르바 비냐 엘레나 2015  빈티지
Barolo DOCG  Ravera Riserva Vigna Elena 2015


매년 3천5백 명만이 즐길 수 있는 엘비오 꼬뇨의 아이콘 와인. 1헥타르의 밭에는 엘레나가 태어났을 때 심은 로제가 원숙미를 드러내고 있다. 섬세하며 밀도 있는 타닌을 얻기 위해  슬라보니아산  40헥터리터 오크통에서 36개월 숙성했다. 병입 한 후  24개월 놔두면서 아로마가 조화롭게 자리잡히 길 기다렸다. 타르, 카카오, 커피, 바이올렛  향을 잇달아 피운다. 향기 끝에는 달콤한 장미, 감초 향이 번진다. 타닌, 산미의 밸런스가 좋고  세밀한 구조는 단단한 골격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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