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안테프리마에 데뷔한 탑 7와인의 동향 (1부)
-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로에로 와인
26회 네비올로 프리마Nebbiolo Prima 안테프리마가 알바 시 한 호텔에서 열렸다. 보통 때 같았으면 와인 유통사, 와인 비평가, 업계 종사자로 행사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을 터였으나, 이탈리아 방역등급에 적색등이 환히 켜진 때라 미디어 행사로만 그쳤다. 참가 저널리스트도 11명으로 대폭 줄었고 공식행사와 외출도 자제하면서 호텔 내부에서만 일정이 진행되었다.
네비올로 프리마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로에로 와인 시음행사이며 개최자가 알베이사란 특허받은 와인병을 사용하는 와이너리들이다. 이들을 알베이사 와인생산자 협회Unione Produttori Vini Albesi라 하는데 1996년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본 행사를 치뤄왔다. 2019년 한 해만 협회는 298군데 회원사의 2천1백만 개 와인을 병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협회 가입 자격은 까다롭다. 알바 시 50km 반경에 있는 와이너리로 제한하며 랑게와 로에로 지역에 포도밭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수확한 포도로 최소 한 종류의 와인을 매년 출하해야 회원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보르도는 보르도병, 부르고뉴는 부르고뉴 병, 알바는 알베이사 병
부드러운 어깨 실루엣 끝에 바디 선이 경쾌하게 떨어지는 알베이사 병. 어깨와 바디가 만나는 주위를 돌아가며 ALBEISA 문자가 양각되었다. 와인 병 사용이 일반화되는 18세기경, 보르도는 보르도 병, 부르고뉴는 부르고뉴 병을 내놓을 즈음 알바는 알베이사 병을 선보인다. 신식 유리병에 호기심이 많던 네비올로 생산자들은 그 당시 유리제조 길드인 포이리노 유리공방에 의뢰한다. 병 값이 매우 비싸서 정말 값비싼 와인이 아니면 사용할 엄두조차 낼 수 없던 때였다. 유리병의 제1인자들이 만든 이 병에 알바산 와인을 담았다 해서 알베이사란 병 이름을 얻게 된다.
1973년 레나토 랏티 와이너리의 레나토 랏티 사장과 뜻을 같이하는 16명의 와인 동료들은 유서 깊은 알베이사 병을 다시 소환하는 데 의기투합한다. 반세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 네비올로 생산자의 3분의 1 이상이 협회의 정규회원일 정도로 알베이사는 지역과 뗄 수 없는 대표성을 얻게 된다.
<이카스텔리 I Castelli 호텔 스카이 라운지. 3월 30일에서 4월2일 까지 네비올로 프리마가 열렸다>
350여 종의 네비올로 블라인드 테이스팅
네비올로 프리마에 참가한 와인은 알베이사 협회 194개 회원들이 보내온 350 종의 네비올로 와인으로 와인과 빈티지는 아래와 같다: Barolo DOCG 2017 , Barolo DOCG Riserva 2015 , Barbaresco DOCG 2018, Barbaresco DOCG Riserva 2016, Roero DOCG 2018, Roero DOCG Riserva 2017
그리고 와인별로 마을과 크뤼 밭 수는 다음과 같다: 바롤로는 11군데 마을 86개 크뤼, 바르바레스코 4군데 마을 34개 크뤼, 로에로 12군데 마을
나흘에 걸쳐 진행된 행사는 6 세션으로 나뉘어 세션 당 60종의 와인이 배정되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방식이며 세션별로 마을, 밭, 빈티지 정보가 제공된다. 세션이 끝나면 생산자 리스트를 알려준다.
350이 50이 되기까지
350종의 와인을 단 나흘에 몰아서 시음한다면, 첫 반응은 “맛이나 제대로 느껴요?”다. 필자의 대답은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이다. 아침은 컨디션이 최상일 때라 와인이 펼치는 다채로운 향기의 뉘앙스와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집중력이 바닥나는 오후에는 몇 가지 대표적인 향기와 타닌이 입안을 휘젓고 지나간 뒤의 알싸함만 남을 때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때야 말로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정말 향기가 매력 있거나 잘 다듬어진 타닌과 질감을 발휘하지 않으면 코과 입을 훔칠 수 없다.
올해 1월에 막 출시한 네비올로는 포도의 아로마를 충실히 표현하고 있어 테루아를 비추는 거울이다. 루비빛 꽃밭은 체리, 라즈베리, 바이올렛, 장미, 스파이시 풍미와 타바코나 가죽 향을 흩뿌리고 있었다. 타닌의 모서리는 적당히 깎였고 산도는 날카로운 촉이 오므라들었으며 맛은 어느 정도 제자리를 잡았다. 장기 숙성의 제왕인 네비올로가 흐물거릴 정도로 타닌이 부드러워서야 되겠는가. 30~40년의 레이스를 버티려면 다소 떫은맛으로 자신을 무장해야 한다.
이러한 나름대로의 필터링 원칙을 세우고 와인을 통과시켰더니 50 개의 네비올로가 걸러졌다.
이어지는 2부에서 시음한 와인을 소개하기 앞서, 1부에서는 와인 별로 자란 해의 작황과 빈티지 점수를 실으려고 한다. 점수는 와인 컨소시엄 자료와 피에몬테 포도재배자 협회Vinaioli Piemontese의 통계를 빌려왔다. 마을 별로 크뤼 지도, 토양의 종류와 와인 특성을 정리했고 이어서 빈티지 별로 날씨 변수가 더해졌을 때의 필자의 테이스팅 소견이 뒤 따른다.
빈티지 점수는 어떻게 계산하는 걸까
포도농사가 와인의 평생을 좌우한다 할 때, 포도가 겪은 날씨와 막 수확했 때의 건강상태를 미루어 와인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피에몬테 포도 재배자 협회는 피에몬테 각종 와인 컨소시엄과 양조 연구실이 측정한 수확 당시의 포도 성숙도를 분석해 품종별로 점수를 발표한다.
보통, 당도와 총산도, pH 지수, 주석산과 사과산의 비율, 폴리페놀 성숙도가 측정대상이다. 네비올로 수확 한 달 전부터 7일 단위로 여러 밭에서 딴 포도알 샘플의 평균을 낸다. 성숙정도에 따라 빈티지 점수를 매기며 별의 개수로 표시하는데 아래와 같다.
별 3개★★★: Good year
별 4개★★★★: Great year
별 5개★★★★★: Excellent year
1. 당도: 과당 수치를 말하며 Babo°로 표시한다. 네비올로 적정 과당 범위 20.5~22 Babo°
2. 총산도: 와인의 신맛은 주석산과 사과산이 결정한다. 사과산은 포도가 익으면서 줄어드는데 기온이 25도가 넘으면 급감하고 알코올 발효와 젖산 발효를 거치면서 거의 소멸된다. 사과산과 만들어지는 시기가 비슷한 주석산은 포도가 완숙하더라도 양의 변화는 거의 없으며 내성온도는 35도다. 네비올로 총산 적정 범위 0.6~0.76 %
3. pH: 와인의 풍미, 색상, 미생물 안정에 중요하다. 보통, 주석산이 높으면 pH가 낮다. 네비올로 pH는 3.1~3.30 범위에 든다.
4. 페놀 화합물은 안토시아닌과 타닌이 잘 익은 성숙도로 판단하며 이 성분이 몰려있는 포도껍질에서 쉽게 추출하려면 용해도가 높아야 한다.
바롤로 DOCG 2017 빈티지
타입 | 최소 알코올 농도 |
숙성 기간 (오크 숙성과 병 숙성 포함) |
오크 숙성 기간 | 시판일 |
안나타 | 12.5% | 38개월 | 18개월 |
수확 이듬해로부터 네번째 연도 1월 1월 |
리제르바 | 13% | 62개월 | 18개월 |
수확 이듬해로부터 네번째 연도 1월 1월 |
. 시음 와인 수: 11개 마을 86군데 포도밭에서 생산된 207 종의 와인
. 빈티지 점수: 별 4.5 개
2017년 작황
2010년대 들어 가장 더운해를 기록했다. 비 온 날과 강우량이 적어 가뭄이 들었다. 5월에서 8월 말까지 평년기온을 웃도는 더위가 이어졌으나 밤기온이 서늘해 산도 감소는 심하지 않았다. 여름이 더우면 포도 생육 기간(싹트는 시기~ 완숙기)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2017년은 185일이 걸려 속도 추월은 없었다. 수확은 예년보다 2주 앞당긴 9월 중순에 시작해서 10월 초에 대부분 마쳤다. 열매는 햇볕에 데이거나 주름 자국 없이 완전무결했고 성숙도도 적정 범위 안에 들었다.
바롤로 Barolo 마을
산타가타 이회토(Sant' Agata Marl) 지형. 지질시대가 1천1백만 년 전에서 8백만 년 전까지인 신생대 제3기에 닿아있다. 이회토에 점토, 미사, 석회석이 섞여있다.
2017년은 폭염과 물 부족이 겹친 빈티지라 바롤로 마을 주변에 수령이 오랜 포도밭들이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부르는 게 값일 만큼 고가의 칸누비Cannubi 바롤로는 체리, 라즈베리, 딸기, 장미, 민트, 오렌지의 아로마가 우아하다. 빈틈없는 구조와 부드러운 질감이 돋보인다. 북 바롤로에 자리 잡은 브리꼬 델레 비올레 Bricco delle Viole밭은 바이올렛 향이 화사하며 사르마사Sarmasa 바롤로는 해조류의 짭짤한 맛과 어린 타닌의 긴장감이 살아있다. 테를로Terlo 크뤼는 잘 다듬어진 구조와 오크 숙성의 달인만이 해낼 수 있는 세련된 아로마를 풍긴다.
카스틸리오네 팔레토 Castiglione Falletto 마을
산타가타 이회토. 바롤로 중앙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은 다채로운 바롤로 캐릭터를 융합한다. 까다로운 빌레로 Villero 는 오직 축적된 양조경험과 만날 때 우아한 기품을 지닌다. 딸기, 장미, 제비꽃, 감초 향이 감미롭고 타닌의 응집된 힘이 구조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 브리코 보스키스 Bricco Boschis는 타바코와 체리향이 농후하며 잘 다듬어진 타닌 결과 이와 잘 어우러진 산미가 조화의 정점을 찍는다. 스카로네 Scarrone크뤼가 발산하는 젖은 낙엽과 버섯향기, 부드러운 타닌과 속도감 있는 수렴 에너지가 솟는다.
세라룬가 달바 Serralunga d’Alba 마을
레퀴오 토양. 산타가타 이회토와 같은 신생대 제 3기에 속하나 지질 연도는 2백만년 빠르다. 레퀴오 지형은 엄격하고 타닌이 강직하며 장기숙성력이 뛰어난 바롤로에 적합하다고 알려졌다. 사암, 미사, 점토의 혼합토나 사암 비율이 높다.
안나타급은 밭마다 차이가 미세한 빈티지로 특징 지을 수 있다. 강직한 타닌이 유연해지려면 숙성시간을 더 가져야 하는데 2017 빈티지는 시간이 앞당겨진 듯하다. 바다리나Badarina 밭의 네비올로는 라즈베리, 체리, 민트 아로마가 직선적이며 풀보디의 깊은 맛과 상큼한 산미가 화음을 이룬다. 체레타 Cerretta 바롤로는 붉은 과일향과 은은한 감초, 유칼립투스가 연달아 흘러나온다. 파라화다Parafada 크뤼는 단단한 구조가 받쳐주는 타닌이 기품 있다. 폰타나프레다Fontanafredda는 라즈베리, 딸기 등 붉은 과일향이 선명하며 집중감과 볼륨을 겸비한 타닌이 돋보인다.
세라룬가 달바 코뮤네 바롤로 (동명의 마을 내 여러 밭에서 수확한 네비올로를 블랜딩)에서 완성도 높은 바롤로가 꽤 나왔다. 농축미는 크뤼급보다 덜하지만 어린 바롤로의 절대 매력인 신선한 아로마가 녹아있다. 적당히 묵직한 바디와 타닌이 순해서 한 병쯤은 금방 동이 난다.
몬포르테 달바 Monforte d’Alba마을
몬포르테 달바 동쪽은 레퀴오 지형, 그 밖에는 산타가타 토에 속한다. 바롤로의 최남단에 있으며 언덕 봉오리가 가장 높은 곳은 520미터, 가장 낮은 곳은 270미터로 고도 기복이 심하다.
브리코 산 피에트로Bricco San Pietro는 알프스산과 근접해 있어 과일과 꽃 아로마에 서늘한 기운이 서려있다. 입안에 남는 까칠한 여운이 신경 쓰인다면 잠시 셀러에서 묵히는 게 좋을 듯. 소량의 부씨아Bussia에서 호불호가 엇갈렸는데 떫은 맛이 도드라졌고 야채 향이나 풋내가 섞여 나왔다. 모스코니 Mosconi는 잘 다듬어진 구조와 혀를 빠르게 수렴하는 생동감을 지니며 장미꽃, 감초, 민트향이 상큼하다.
라모라 La Morra마을
대부분이 산타가타에 속하며 라모라 서쪽에는 석고층이 쌓여있다. 모래가 넓게 퍼져있고 입자의 결합력이 헐거워 아로마가 섬세하면서도 발랄한 바롤로를 선보인다.
갓 딴 붉은 과일, 민트, 유칼립투스 향기에 이국적인 스파이시 향이 포개진다. 몇 개의 바롤로는 산미와 타닌이 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좀더 기다린다면 차분한 구조와 세련된 밸런스를 지닐 것으로 기대된다. 남서쪽을 향한 로께 델 아눈지아타 Rocche dell’Annunziata 크뤼는 무르익은 과일향과 풀보디를 지니며, 이 모두를 신선한 산미가 잡아주고 있어 황금 밸런스를 이룬다.
노벨로 Novello마을
산타가타 토양. 언덕 대부분이 서늘한 기후대라 알맹이가 탱글탱글한 붉은 과실 아로마를 피운다. 노벨로를 대표하는 크뤼는 라베라 Ravera. 민트, 정향, 레드 오렌지의 로맨틱한 향과 매콤한 후추향이 지속적이다. 알코올 감촉이 매끄럽게 혀를 감싸며 과일 향기를 입안에서도 피운다.
베르두노 Verduno 마을
허브, 락카, 말린 꽃 향이 농축된 몽빌리에로 Monvigliero크뤼는 바롤로의 매력에 순식간에 빠져들게 한다. 풀보디의 볼륨이 차오르며 그 안을 팽팽한 긴장감이 채운다.
바롤로 DOCG 리제르바 2015 빈티지
. 22군데 크뤼 31종 와인
. 빈티지 점수: 별 4.5 개
2015 년 작황
봄 기온이 온화했고 겨울에 비가 자주 내렸다. 평년처럼 4월 중순에 싹이 트고 5월 중순에 꽃이 피었으나 비가 자주 내려 노균병 감염이 우려되었다. 다행히 밤기온이 서늘해서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6~8월은 30도의 평균기온을 유지했으며 40도가 치솟는 날도 여러 번 있었다. 물 부족은 없었으나 남과 남서향 밭은 포도가 햇볕에 데이지 않도록 잎 솎아내기를 자제해야 했다. 2015년만큼 포도알 탄력도와 건강이 완벽한 빈티지도 드물다는 게 중론이다. 질 좋은 타닌 수치가 최고라 안토시아닌과 결합한 색소 수가 늘어나 붉은색이 짙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바롤로 마을은 허브, 한약, 정향의 매콤함과 잘 익은 자두, 체리향이 감미롭다. 풀보디와 빈틈없는 구조가 발하는 균형감, 여기에 녹아든 타닌이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라모라 바롤로는 정향, 아니스, 타바코 향내를 내며 몬포르테 달바에서는 유칼립투스, 계피, 달콤한 체리, 자두 향이 스며 나온다. 원만한 산미와 알코올이 잘 어우러져 질감이 향상되었고 타닌은 한결 순해졌다. 세라룬가 달바는 타바코, 말린 장미 봉오리, 해조류, 버섯의 부케와 해조류, 레드 오렌지 향이 세련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