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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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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LOGICA 와인 미디어국)

 

 

이전 칼럼 <에밀리아 로마냐는 항상 배고프다 - 이탈리아의 위장(1)>에서는 구트르니오와 람부르스코 와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두 와인이 에밀리아 가도 서쪽을 대표하는 와인이라면, 이번 칼럼에서는 에밀리아 가도 동쪽의 대표적인 와인 세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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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아 가도를 따라 자리한 와인 지역: 각 지역별로 품종이 특화되어 있다.)

 

 

에밀리아 로마냐주는 에밀리아(Emilia) 지방과 로마냐(Romagna) 지방으로 나뉜다. 에밀리아 로마냐주를 관통하는 에밀리아 가도 위에 두 지방을 표시하면, 주도인 볼로냐를 기준으로 서쪽이 에밀리아, 동쪽이 로마냐다. 원래는 에밀리아라고 부르다가 1970년대부터 가도의 동쪽에 있는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로마냐를 추가했다.


로마냐는 ‘로마인의 영토(Terra dei Romani)’란 뜻으로, 로마제국이 서/동로마로 분리되었을 당시 로마냐는 서로마 제국의 영토였으며 찬란한 비잔틴 문화의 진원지였다. 또한 아드리아해의 관문인 라벤나(Ravenna)는 서로마 제국의 수도였기 때문에 로마냐인들의 자존심이 함축되어 있다.


고대 문명에 대한 로마냐인들의 자긍심은 비단 주 이름에만 한정되지 않고 와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고대시대부터 재배해오던 포도 품종명을 지명으로 정해 와인에 대한 애착심을 과시하고 있는데, 지명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품종은 산조베제, 그레켓토 젠틸레(grechetto gentile), 알바나(albana)다.

 


콜리 볼로네시(Colli Bolognesi DOCG)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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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뇰레토 와인)

 

 

몇 년 사이 이탈리아에서 생산량이 40% 가까이 증가한 뜨거운 와인이 있다. 볼로냐 근교에 있는 콜리 볼로네시 와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피뇰레토(Pignoletto) 와인이 그 주인공이다. 피뇰레토 와인은 그레켓토 젠틸레 (grechetto gentile) 청포도로 양조하며, 그레켓토 품종 계열로 만든 와인으로는 DOCG 등급에 오른 소수의 와인 중 하나다.


이 품종은 남부 이탈리아가 대 그리스(마그나 그라이키아)의 영토였을 때 그리스인들이 전달한 품종이다. 이후 남부 이탈리아 전체로 확산되었고 그 와중에 greco bianco, grechetto, greco gentile, grecco di tufo란 여러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레코(grecco, 이탈리아어로 ‘그리스’를 의미)’란 포도의 원산지명은 존속했으며, 여기엔 이탈리아인들의 그리스 문화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다.


콜리 볼로네시 지역은 그레켓토 품종이 자랄 수 있는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보다 남쪽에서 같은 품종으로 만든 와인에 비해 서늘한 기후의 화이트 와인이 가진 개성을 드러낸다. 드라이한 맛의 피뇰레토는 자몽, 배, 사과, 복숭아, 풀, 허브, 미네랄 향을 풍기며 마신 후에는 산뜻한 산미와 쌉쌀한 맛이 입안을 감싼다.


피뇰레토 와인을 좀더 담백하면서도 풍부하게 즐기려면 ‘안체스트랄레(Metodo Ancestrale)’ 스푸만테가 적절하다. 안체스트랄레는 스푸만테를 만드는 방식으로 최근 로마냐에서 각광 받고 있다. 로마냐 이외의 이탈리아 지역에서는 ‘꼴 폰도(col fondo)’,  ‘병 안에서 재발효(rifermentazione in bottiglia)’, ‘쉬르 리(sur lie)’로 알려진 안체스트랄레 양조법은 병 안에서 탄산가스가 생성된다는 점에서 샴페인 양조 방식과 비슷하다. 하지만 탄산가스 생성과 숙성에 기여한 효모를 제거(데고르주멍)하거나 당을 추가하는(도자주) 과정을 생략하기 때문에 기존의 샴페인 방식으로 만든 스푸만테와는 다르다.


안체스트랄레 기법으로 만든 스푸만테의 매력은, 효용가치가 없어진 효모의 처리를 마시는 자가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효모와 포도 아로마가 조화를 이룬 맛을 선호할 경우, 효모가 병 밑에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위에 뜨는 맑은 와인을 따라 마시면 된다. 자몽, 꽃, 미네랄 향기 등 포도의 아로마와 효모와 와인이 상호작용해서 일으킨 견과류, 빵 구운 향기가 구미를 돋운다. 반면, 효모의 강한 개성과 유질감을 즐기려면 와인과 효모를 섞어 마신다. 비록 색은 혼탁하지만 호두, 헤이즐넛, 바닐라, 구운 버터빵, 미네랄 향이  두드러지며 짭짤한 맛과 적당한 산미가 강건한 보디감에 흘러나온다.

 

 

로마냐 산조베제(Romagna Sangiovese DOC)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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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로마냐 산조베제 지역 토양 샘플)

 


이탈리아 통계청(ISTAT)의 2010년 자료에 의하면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산조베제이며 재배면적이 71,558 헥타르에 이른다. 북이탈리아를 제외한 중, 남부와 섬에서 널리 재배되며 블렌딩 비율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와인등급에 올라있는 243여 종의 와인에 산조베제 품종이 사용된다.  토착 품종의 왕국인 이탈리아 와인계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품종이라 할 수 있다.

 

워낙 여러 지방에서 재배되다 보니 산조베제는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는데, 와인법에 따른 공식 애칭만도 12개나 된다. 예를 들면 푸르뇰로 젠티레, 브루넬로, 모렐리노, 산조베토(Italian Vitis Database 사이트 출처)는 산조베제 애호가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애칭으로 통용된다. 또한 이탈리아 농수산법이 인정하는 산조베제 클론만 해도 90여 종에 달한다.


산조베제는 해발 600m의 산골짜기, 해안의 모래땅, 여름 기온이 40도 이상에 육박하는 시칠리아 섬에서도 재배된다. 이처럼 다양한 환경에서 만족할 만한 품질을 거두는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새로운 풍토의 자연환경에 재빨리 적응하는 순응력을 발휘해 모(母)체와는 전혀 다른 새 품종으로 변신하는 산조베제의 유연성을 그 요인으로 꼽는다.


로마냐 지방은 서쪽에 위치한 토스코-에밀리아노 아펜니노 산맥(Appennino Tosco-Emiliano, 2000m)을 경계로 토스카나와 이웃하고 있으며 이 산을 넘으면 바로 끼안티 와인 지역이다. 토스카나의 주요 산조베제 생산지에 인접한 탓에, 로마냐의 산조베제 와인은 그동안 끼안티 와인의 명성에 가려졌거나 아펜니노 산맥 동편에서 나는 끼안티 와인 정도로 치부되었다.


산조베제의 어원으로 가장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제우스신(Giove)의 피(Sangue)’다. 이 어원의 탄생지는 바로 로마냐 지방에 있는 몬테 조베(Monte Giove, San’Arcangenlo di Romagna)란 곳이다. 1600년대 이곳에 소재하는 카푸치니 수도원에 레오네 12세 교황이 방문했을 때 수도사들은 이곳에서 재배한 적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교황을 극진히 대접했고, 교황이 와인의 이름을 묻자 그들은 즉석에서 Sanguis Jovis(제우스신의 피)란 이름을 지어 답변했다고 한다.

 
산조베제 와인을 에트루리아 시대부터 마셨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과 전설일 뿐이며, 이 와인에 대한 최초의 공식 기록은 1672년 로마냐에서 발견된다. 파엔자 역사 문서국(Archivio di Stato di Faenza)에 보관되어 있는 한 토지 계약문서에 Casola Valsenio란 장소에서 산조베제를 재배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토스카나의 산조베제 와인이 산조베제 와인시장을 독점하는 구조에서, 로마냐의 산조베제 와인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는데 그 비결을 알아보자. 먼저 로마냐 산조베제는 아펜니노 산맥 동쪽 사면에 위치한 낮은 산등성이부터 언덕, 아드리아해에 이어지는 다양한 토양에서 재배된다. 심한 일교차에서 오는 산의 서늘함은 물론 아드리 해의 습기 찬 바람이 실어오는 지중해의 따뜻함까지, 로마냐의 산조베제는 이를 모두 표현한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토스카나 산조베제 와인(BDM, Montepulciano, Chianti Classico Grande Selezione)의 폭발적 인기는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 산조베제 와인 팬의 지갑은 상대적으로 얇아지고 있다. 이에 비해 로마냐 산조베제는 산조베제 함유율이 95%에 가까운 순도 높은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토스카나 와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토스카나 유명 산조베제의 기본급 와인 가격이면 5~6년 숙성된 로마냐 수페리어나 리제르바급을 와인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 좋은 와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로마냐 와인은 총 30여 개 마을에서 생산되며 에밀리아 가도가 아드리아해 쪽으로 진행되는 방향으로 파엔자(Area Faenza), 포를리베제(Area Forlivese), 체사나(Area Cesenate) 지역으로 나뉜다. 파엔자 지역은 마그네슘, 점토, 석회석, 사암이 혼합된 점토질 토양이다. 여름은 덥고 겨울이 한랭한 대륙성 기후이며 아펜니노 산맥의 낮은 산등성이에 포도밭이 위치해 있다. 숙성 초기의 와인은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이 나며 말린 제비꽃, 짙은 체리향이 두드러진다. 브리시겔라, 모디릴아나(Brisighella, Modigliana) 같은 특급 포도밭이 알려져 있는데, 와인의 보디감이 강건하고 장기숙성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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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토양과 기후를 담고 있는 로마냐 산조베제 와인)

 


포를리베제 지역은 철과 사암이 혼합된 점토층이 땅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과일향과 강건한 타닌, 비교적 높은 알코올이 특징이며 프레다피오(Predappio) 산조베제는 집중감 높은 향기와 엄숙한 타닌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체사나 지역은 아드리아해가 지척에 있는 관계로 지중해의 염기과 온난함이 와인에 스며 있다.  60~250m 높이의 언덕에서 재배되며, 토양은 황토색 점토가 주를 이루고 모래와 석회석이 적당히 섞여 있으며 중간 정도의 보습력을 가진다. 와인은 잘 익은 체리, 제비꽃 향기, 실키함과 강건함을 동시에 지닌 타닌이 특징이며 짠맛이 지중해의 향수를 부른다. 미디엄 보디감에 5~6년 지나면 와인의 향과 맛이 최고에 달한다. 로마냐 산조베제는 세 가지 타입이 있으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와인의 타입

최소 알코올 농도

/ 잔당

숙성방법과  시장 출시 가능 시기 특징
로마냐 산조베제
(베이스 와인, 매년생산)

12%

/ 리터당 10g

스테인리스 탱크 숙성,

수확한 해의 12월 1일 부터 출시 가능

거의 매년 생산

로마냐 산조베제 수페리오레

(Sangiovese Romana Superiore)

12,5%

/ 리터당 10g

수확한 다음 해의 4월 1일 부터 출시 가능

로마냐 산조베제 베이스급에

쓰일 포도 중 품질이 최상인

것을 선별해서 만듦

로마냐 산조베제 리제르바

(Sangiovese Romagna Riserva)

13%

/ 리터당 10g

최소 25개월

(오크 숙성과 병 숙성 기간 포함)

 

 

※ 지명 표시제(Sottozona): 2011년부터는 베이스와 리제르바 타입에 한해 마을 이름을 병 라벨에 기재할 수 있게 되었다. 로마냐 산조베제 와인의 생산이 허용된 30여 군데 마을 중 예전부터 고품질의 포도로 알려진 12군데를 지정해 와인 라벨에 표시할 수 있게 한 제도다. 12군데의 지명은 Serra, Brisighella, Marzeno, Modigliana, Oriolo, Castrocaro, Predappio, Bertinoro, Meldola, Cesena, San Vicinio, Longiano이다. 일반 베이스 타입에 비해 마을명이 표시된 베이스 와인은 알코올 농도가 최소 12,5%이며 수확한 다음 해의 9월 1일부터 시장 출시가 가능하다. 리제르바의 경우 알코올 농도는 최고13%, 병 숙성기간은 최소 6개월이며 숙성을 마친 와인의 물리적 관능적 적합성은 포도를 수확한 해를 기준으로 3년 지난 뒤 9월 1일부터 실시할 수 있다.   


로마냐 알바나(Romagna Albana DOCG)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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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나는 습도와 온도가 조절되는 건조실에서 포도를 건조한다. ©ENOLOGICA 와인 미디어국)

 


로마냐 지방을 대표하는, 처음으로 DOCG 등급에 오른 화이트 와인 중 하나다. 알바나는 라틴어로 Uva Bianca(청포도)란 뜻으로, 로마인이 이 지역에 정착했을 때 도입된 품종이며 다음과 같은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5세기경 데오도시우스 로마 황제의 딸 ‘갈라 플라치디아’가 한 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을 사람들은 알바나 와인을 토기 잔에 따라 황녀에게 대접했다. 그 맛에 흡족한 황녀는 이렇게 와인을 칭송했다. “이 와인을 토기 잔에 마시는 건 걸맞지 않다. 황금 잔에 마셔야 한다(Berti in Oro).” 이후 이 마을은 Bertinoro라 불리게 되었으며 알바나 와인의 주요 산지가 되었다.


알바나 와인은 드라이한 맛도 있지만 예전부터 디저트 와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알바나는 포도껍질이 두꺼우며 폴리페놀 함량이 높기 때문에, 포도를 건조해서 만드는 파시토 와인이나 귀부균의 활동을 유도해서 풍미를 한층 강화시키는 귀부와인에 적당하다. 또한 와인에 녹아있는 타닌에서 오는 떫은 맛은 단맛의 강도를 희석시켜 와인에 깊은 맛을 준다.

 

알바나 파시토 와인은 통풍, 습도 조절이 되는 인공 건조실로 수확한 포도를 옮긴 후 수확이 이루어진 다음 해의 3월 말까지 건조해서 만든다(이때쯤 잔당은 284g/l에 달한다). 와인은 황금빛을 발하며 샐비어, 이탈리안 배, 패션푸르트 향이 감미로우며 쌉쌀함과 산미의 조화가 세련됐다.

 

알바나 귀부와인은 조청색이 돌며 복숭아 통조림, 말린 살구, 크림 캐러멜, 계피, 버섯, 사프란, 향신료, 페트롤 향이 스며 나온다. 눈을 감고 마시면 레드와인으로 착각할 만큼 타닌이 두드러지며 뜨거운 알코올, 묵직한 구조감과 집중된 맛과 향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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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나 품종으로 만든 다양한 로마냐 알바나 와인들. 드라이한 와인, 파시토 와인, 귀부와인의 세 가지로 양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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