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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Berlin Wine Trophy, Asian Wine Trophy, Selezione Del Sincaco,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롬바르디아 주와 그 서쪽에 위치한 베네토 주를 구분하는 경계인 가르다(Garda) 호수는 페스카라(Pescara) 부근에서 민초(Mincio) 강으로 바뀐다. 그리고 강 시작 지점에서 12km정도 남쪽으로 굽이쳐 내려오면 '발레조 술 민초(Valeggio sul Mincio)’라는 평화로운 시골마을에 이른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이 모두 그렇듯이 나름대로 오래된 역사를 지니며, 중심가에는 오래된 성과 두오모(성당)가 반듯하게 서 있다. 평소에 고요한 이 마을은 매년 6월 셋째 주 화요일이면 전세계에서 몰려든 식객의 소음 속에 파묻힌다. 바로 '사랑의 매듭(Festa di nodo d’amore)’ 축제로 마을이 온통 떠들썩해지기 때문이다.
 
이 축제는 마을의 상징물인 '비스콘티 다리’에서 열린다. 1390년도에 지어진 이 다리는, 축제날 수 백개의 식탁을 연달아 붙여놓은 테이블 사슬로 꽉 찬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 이 테이블 사슬은 ‘발레조 토르텔리니tortellini di valeggio’ 라는 음식을 초초하게 기다리는 4500여 명의 식객으로 빈틈없이 채워진다(아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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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명에 의해 순식간에 없어질 발레조 토르텔리니는 라비올리의 일종으로, 모양을 보고 무엇이 연상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여진다. 한국인이라면 “축소시킨 만두”를 떠올릴 것이고, 이 음식을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에밀리아 로마냐 주(베네토 주 남쪽에 위치, 볼로냐가 주도) 사람들은 “비너스의 배꼽처럼 생겼다”고 말하며, 이 축제가 열리는 발레 술 민초 마을 주민들은 “손수건 매듭 모양 같다”고 한다. 사랑의 매듭축제에 토르텔리니가 등장하게 된 사연은, 입에 착 달라붙는 감칠맛 때문이라기 보다는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전설과 연관되어 있다.
 
때는 1390년, 비스콘티 공작은 북쪽 국경의 방비가 허술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다리를 세우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다리가 지어질 민초 강은, 나쁜 마귀의 요술 때문에 추녀로 변한 요정들이 밤마다 떠올라 구슬프게 춤을 추는 곳이었다. 어느날 공작의 충신인 말코(Malco) 장군은 이상한 소리에 잠을 깬다. 여태껏 소문으로만 들었던 요정들이 바로 눈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게 아닌가! 말코의 인기척에 놀란 요정들은 모두 물속으로 사라졌지만 한 요정은 입고 있던 망토를 놓치는 바람에 뒤처졌고, 재빠르게 망토를 집어다준 말코와 대면하게 된다. 망토의 주인공은 실비아라 불리는 요정인데 추하기는커녕 너무나 아리따웠다.
 
순식간에 이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평상시 말코를 좋아했던 공작의 조카딸이 이 사실을 알고 질투에 차서 삼촌인 비스코티 공작에게 일러바친다. 공작은 실비아를 체포하라고 명령했고 두 연인은 이를 피해 도망친다. 민초 강에 이르러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어지자, 실비아는 말코에게 강 속으로 함께 투신하자고 한다. 공작의 추적자들이 강 언저리에 도착했을 때쯤 이 두 연인은 이미 물속으로 사라진 뒤였고, 곱게 매듭 묶인 비단 손수건만 남아 있었다. 이후 이 마을에는 결혼 적령기에 다다른 여인들이, 말코와 실비아가 남긴 손수건의 매듭모양처럼 생긴 토르텔리니를 만들면서 말코와 같은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길 소망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토르텔리니는 에밀리아 로마냐 주의 전통음식으로, 토마토 소스에 버무리거나 육수에 둥둥 띄어먹는다. 하지만 정작 이 음식이 탄생한 에밀리아 로마냐 주에는 위 전설과 관련한 축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지역의 전통음식과 전설을 결합시켜 비스콘티라는 실제 인물이 지은 다리 위에서 벌어지는 축제로 승화시킨 베네토 주민의 상상력과 상술에 찬사를 보낼 뿐이다! 18세기 말까지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를 받았고 지금도 주도(州都)가 베네치아인 점을 감안한다면, 전통을 관광 콘텐츠화 시키는 이들의 능력은 어쩌면 타고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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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토 주는 북쪽으로 이곳 사람들이'돌로미티’라 부르는 알프스 산을, 서쪽에는 가르다 호수를, 그리고 동쪽으로 베네치아 해를 접하고 있다. 이들 자연경계로 둘러싸인 내부에는 곡창지대인 파다나(Padana) 평원이 펼쳐져 있어 산, 들,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가 풍부하다. 한편 베네토 주 전체 면적은 총 18,400평방킬로미터인데, 그 중 포도밭이 차지하는 면적은 약 3.8%인 70,305헥타르다. 눈 여겨 볼 것은, 이들 포도재배지가 전통음식의 맛과 품질의 지표인 DOP, IGP생산지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즉 식재료가 풍부한 곳은 베네토의 대표적인 와인산지와 지리적으로 겹친다.
 
이제 자연적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과, 그것과 안성맞춤인 베네토의 와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베네토 주 서쪽에 서양배처럼 길게 뻗어 있는 가르다 호수부터 살펴보자. 음식과 호수라는 단어만 들어도 민물고기 요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가르다 담수어 요리와 그것과 함께 마셨을 때 제 맛 나는 가르다 호수의 와인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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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상어찜 또는 잉어 살코기로 만든 '틴카 리조토risotto tinca del garda’는, 산미가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비앙코디 쿠스토자‘ 화이트 와인과 함께 마신다(아래 설명 참조). 식초와 소금으로 만든 소스에 찍어먹는 뱀장어튀김은 '가르다 끼아렛토’ 로제 와인과 먹는데(아래 설명 참조), 딸기 향과 라즈베리 향을 산뜻하게 받쳐주는 와인의 산미가 음식의 느끼한 맛을 줄여준다. 민물 송어를 종이로 싼 후 오븐에 익힌 '트로타 알 카르토쵸’는, 미세한 기포와 함께 퍼지는 감귤류, 사과, 살구 향이 근사하게 어울리는 '루가나 스푸만테(Lugana Spumante)’ 와인이 잘 어울린다(아래 설명 참조).
 
▶ 비앙코디 쿠스토자: 가르다 호수 남쪽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으로, 트레비아노, 가르가네가, 토카이 품종을 블렌딩해서 만든다.
▶ 가르다 끼아렛토: 그로펠로, 마르제미노, 산조베제, 바르베라를 블렌딩해서 만드는 로제 와인
▶ 루가나 스푸만테 : 트레비아노 소아베 품종을 90% 이상 사용하여 만든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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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베네치아와 그 주변의 해안가 마을에서 잡은 신선한 생선과 해물로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살펴보자. 이곳에는 자연산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와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과 중간 정도의 보디감을 갖춘 레드 와인이 생산된다. 대표적으로, 토착 청포도 품종 '토까이 이타리코(tocai italico)’로 만든 '리손(Lison DOCG)’ 화이트 와인과, 이곳에서 흔하게 재배되는 '라보소(raboso)’라는 적포도 품종으로 만든 '피아베 멜라노테DOCG’ 와인을 들 수 있으며, 잘 알려진 국제품종으로 만든 '바뇰리(Bagnoli Doc)’ 와인도 포진해 있다.
 
‘사르데 인 사오’(Sarde in Saor: 양파와 식초, 설탕, 잣, 건포도로 만든 소스에 익힌 정어리 요리)는 식초의 강한 맛과 정어리의 비린 맛을 줄여주는 '리손’ 화이트 와인을, 올리브오일, 마늘, 파슬리 소스에 익힌 게살요리인 '그란세올라(granseola bollita)’와 홍합찜의 경우 사과 향, 감귤 향이 섬세한 생선 맛을 돋보이게 하는 '콜리 아소라니 비앙켓타(Colli Asolani Bianchetta DOC , 비앙켓타 품종을 85% 사용한) 화이트 와인과 함께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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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소스에 익힌 뱀장어(비사토 인 테챠 bisato in tecia) 요리에는 라보소 품종을 살짝 침용시켜 만드는 상큼한 베네치아 로제 와인을, 질그릇에 익힌 오징어와 짭짤한 청어요리(aringa salata scopeton)에는 '메르라라’(Merlara DOC,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베 소비뇽을 블렌딩) 햇와인(novello)을 곁들여 마신다. 한편, 해안지역이라는 특성상 생선요리 일색일 것 같지만, 소 간을 양파, 버터, 소금, 후추의 기본양념으로 익혀 제 맛을 살린 베네치아나식 간요리(fegato alla Veneciana)는 미식가들 사이에 잘 알려진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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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베네치아에서 북쪽으로 80km정도 가면 '코네리아노Conegliano'라 불리는 마을이 있다. 프로세코 스푸만테 애호가에게 낯익은 마을 이름이지만, 예전에는 이곳의 뛰어난 경치와 선선한 여름 날씨 덕분에 베네치아 귀족들의 피서지로 각광받던 곳이다. 프로세코가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주변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그늘에 가려져있는 실정이지만, 베네토는 사실 동쪽에 위치한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주와 함께 이탈리아의 주요 화이트 와인 산지다.
 
또한 코네리아노는 '트레비소Treviso’ 군에 속하는데, 베네토 주의 DOP, IGP 원산지 등급 치즈의 산실이기도 하다. 아시아고(Asiago), 카사텔라 트레비쟈나(Casatella Trevigiana), 몬타시오(Montasio), 탈레죠(Taleggio), 피아베(Piave) 치즈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사용한 원유의 종류와 숙성기간을 염두에 두고 함께 할 와인을 선택해야겠지만, 이곳이 프로세코 와인의 홈그라운드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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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원유로 만든 카사텔라 치즈에는 서양배, 사과, 아몬드 향과 날카로운 산도가 조화된 프로세코(Conegliano Valdobbiadene, 기포가 없는 비발포성 프로세코)가, 6개월 이상 숙성시킨 아시아고와 몬타시오 치즈에는 미세한 기포를 타고 퍼지는 감귤류 향과 빵 구운 냄새가 침을 고이게 하는 '프로세코 수페리오레 브뤼(Prosecco Spumante Superiore Brut)’가 좋은 짝을 이룬다. 한편, 1년 정도 숙성시킨 피아베 치즈와 곰팡이가 살짝 핀 크림 같은 질감의 탈레조 치즈는 샴페인 방식으로 병숙성한 '프로세코 카르티제(Prosecco Superiore di Cartizze Dry)’와 마신다. 카르티제 프로세코에서 피어오르는 강한 과일, 견과류, 구운 빵의 복합적 향이 부드러운 산미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느낌이 일품이다.
 
 
이 글은'베네토의 맛과 향을 찾아서(2)에서 계속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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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 baeknanyoung@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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