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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Berlin Wine Trophy, Asian Wine Trophy, Selezione Del Sincaco,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3C 와인을 아시나요 [3]
 
 
Colli Orientali del Friuli DOC
 
 
- 두 번째 이야기 : DOCG와인 3대 화이트 품종-
 
 
 
 
 
※제목의3C란 Colli Orientali del Friuli DOC, Carso DOC, Collio DOC 지역을 말함.
 
 
글, 사진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1. 프리울라노(Friulano) 품종
 
2005년 룩셈부르크의 유럽 법정에서, 2007년 5월부터 '토까이(Tocai)’ 와인에 Tocai란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헝가리의 유명한 귀부와인 '토카이(Tocaji)'와 이름이 너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러한 결정에 프리울라니(프리울리주 시민)들은 토까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부랴부랴 수많은 역사적 자료와 증거물을 제시했다. 그 중에는 프리울리 주에는 토까이(Toccai)라는 강이 있고 그 강이 와인의 이름이 되었다는 자료와, 아퀼레이아의 대주교 베르톨도(Bertoldo di Andechs)가 헝가리의 왕 벨라 4세(Bela IV)에게 토까이(tocai) 포도나무를 선물했다는 기록이 담긴 1200년경 것으로 추정되는 고문서도 포함된다.
 
또한, 토까이(Tocai) 품종이 수백 년 넘게 농부들과 동고동락을 같이한 토착품종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체, 단지 생산지의 이름(토카이, Tocaji)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내려진 결정이라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토까이가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인 반면 헝가리의 토카이는 푸르민트와 하르슈레벨루 품종으로 만든 스위트 와인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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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두 와인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판결의 근거가 약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름지키기 투쟁’은2008년 유럽 법정에서 2005년의 판결에 다시 손을 들어줌으로써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토까이는 '프리울라니’라는이름을 선택하였고, 비슷한 처지에 있던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Tokay’ 와인 역시 새로운 이름을 찾아야 했다.
 
사실 1200년경부터 토까이라는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것이 오늘날의 토카이 품종과 동일한 것임을 증명할 길은 없다. 예전에 베네치아 식민지였던 이곳에서는 식민지령 내에서 생산된 최고의 와인임을 과시하기 위해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소테른, 샤블리 등의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이 관행이었다. 설상가상으로, 1959년에 몽펠리에의 한 연구소 소장인 Paul Truel이 발표한 논문에서 토까이 품종과 소비뇨나쓰(Sauvignonasse)가 동일한 품종임이 드러나, 1959년까지만 해도 토착품종으로 알고 있던 것이 순식간에 프랑스 품종이었음이 밝혀졌다.
 
원래 보르도 품종인 소비뇨나쓰는 생산량이 불규칙하고 맛과 향이 단조로워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더 이상 재배되지 않고 있었고, 여러 경로를 거쳐 1850년경에 프리울리 주에 전파되었다. 소비뇨나쓰는 너무 척박하거나 기름진 토양은 피하고 적절히 비가 내려주는 곳이라면 평지나 언덕을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뿌리가 내리는 토양의 특색을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유연성이 뛰어난 와인으로, 이 팔방미인 기질은 음식과 함께 마실 때 유감없이 발휘된다.
 
소비뇨나쓰는 카르소 지역을 제외한 프리울리 주 전지역 1,729헥타르의 밭에서 재배되며, 이 품종을 주로해서 만든 DOCG 와인은 로삿조(Rosazzo)다. 프리울리와 서쪽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네토 주에서는 타이(Tai)란 이름으로 Bagnoli di Sopra, Breganze, Colli Euganei, Garda 등에서 생산된다. 짙은 노란색을 띠는 프리울리 와인은 섬세하고 세련된 아몬드 냄새와 각종 허브 향을 풍기는데, 이러한 향은 프리울리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향기이다. 날카롭지 않은 산미와 각종 풍미, 높지 않은 알코올이 잘 짜인 섬유조직을 연상시킨다. 아몬드 향기를 떠올리는 약한 쓴맛이 마치 섬유에 자잘하게 수 놓은 하얀꽃과 같다.
 
 
2. 피콜릿(Picolit)품종
 
COF언덕과 콜리오 지역에서만 재배되는 화이트품종인 피콜릿은 총 107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재배되고 있다. 피콜릿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있는데, 다 자란 포도송이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작은” 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piccolo(피콜로)’가 이름이 되었다는 설과, 언덕의 제일 높은 곳을 뜻하는 프리울리 방언 “페콜(pecol)”이 피콜릿으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 이 품종이 이탈리아는 물론 국경 넘어서도 많은 이목을 끌고있는 것은, 맛과 향을 제쳐두고라도, 다른 품종에게는 큰 제약이 될 수 있는 유전적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피콜릿은 꽃이 필 때COF지역에 발생하는 기상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해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한다. 그리고 하나의 꽃에 암술만 있어서 자가수분을 못하므로 곤충이 화분을 접촉시켜줘야만 수분이 일어난다. 가까스로 수분에 성공한다 해도 알맹이 크기가 불규칙하고 수도 적다. 만약 여타의 포도품종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솎아내기 1차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COF언덕의 피콜릿 재배자들은 인내의 미덕을 발휘하여 포도송이를 9월까지 놔두는데, 단위면적당 경쟁자 수가 적은 덕분에 피콜릿은 당분과 다양한 아로마 성분을 독점하여 놀라운 황금빛 포도송이로 변신한다. 보통 1그루당 15송이 정도 열리고 1헥타르당 4톤( 22헥토리터)정도 수확한다. 이 수치는 COF전체에서 재배되는 일반적인 피콜릿의 경우이고, 특급포도밭(cru, 크뤼)에서 생산된 ‘챨라(Cialla) 피콜릿’의 경우 100% 단일품종을 쓰며 알코올 농도는 최소 14%에 리제르바급 와인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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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생산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품종이지만 로마시대부터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1682년 것으로 추정되는 한 판매장부에서는 “달콤한 와인 피콜릿…”으로 시작하는 문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피콜릿 와인을 이야기할 때 파비오 아스퀴니(Fabio Asquini, 1726~1818) 백작을 제외한다면, 피콜릿 와인은 다만'맛있고 향이 뛰어난 스위트 와인’ 정도로만 알려졌을 것이다.
 
백작은 농업학자이면서도 상술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였다. 평생 알코올 한 방울 입에 대본 적이 없었지만 피콜릿 와인의 매력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그는, 절친한 친구이자 사업동료에게 자기가 만든 피콜릿 와인 판매권을 독점으로 맡긴다. 백작의 직감은 맞아떨어졌다. 그의 와인은 모스크바, 런던, 파리의 귀족과 성직자,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을 매혹시키는 한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카이저마저 자기 영토에서 나는 토카이 귀부와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콜릿을 ”와인 중의 으뜸”이라고 격찬했다.
 
백작이 사망하자 그와 함께 피콜릿의 명성도 묻히게 되었고 거의 백 년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1930년 페루시니 쟈코모(Perusini Giacomo)는, 피콜릿 와인의 전설을 만들었던 백작소유의 파가냐(Fagagna) 포도밭을 재건하여 과거에 피콜릿이 누렸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였다. 마리오 스키오펫또(Mario Schioppeto), 리비오 펠루가(Libio Felluga), 발터 필리푸티(Walter Fililputti) 같은'제2의 파비오 아스퀴니 백작’들은 피콜릿 사절임을 자처하면서, 지난 백 년간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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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콜릿 와인은 짙은 볏짚색, 황금색이 돌며 들꽃, 아몬드, 복숭아, 아카시아, 밤, 꿀, 달콤한 향신료, 잘 익은 자두 냄새가 복합적으로 난다. 아보카토(abboccato, 미디엄 드라이, 10~30 g/l의 잔당) 정도의 달콤함과 적절한 산미가 어우러져 단맛이 물리지 않는다. 약간의 쓴 아몬드 향이 뒷맛을 우아하게 정리해준다.
 
블루치즈와 함께 마시면 곰팡이 부분의 강한 맛을 감소시켜 주며, 프리울리 전통 디저트인 키페레티(Chifeleti:감자퓨레를 튀겨서 만듦), 피스툰(Pistun:감자 퓨레에 건포도, 잣, 과일설탕절임을 섞어서 익힌 다음 설탕을 뿌린 것), 구바나( Gubana:밀가루, 호두, 잣, 건포도, 레몬과 그라빠를 넣어 만든 빵)와 훌륭하게 어울린다.
 
 
 
3.베르두조 프리울라노(Verduzzo Friulano) 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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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에서 빛나는 와인을 삼키지 못하고 입에 머금고있다.
황금빛의 포도송이를 나무통에 압착하는 것, 태양 빛깔,
아! 이제 알겠다.
내 기억을 다시 일깨우는 비밀스러운 애무.”
 
 
위 문장(필자 역)은 제임스 조이스의 장편소설 '율리시스’에 나오는 한 대목인데, 저자가 예전에 마셨던 라만돌로 와인을 묘사한 것이다. 제임스 조이스는 라만돌로의 달콤함에 매료되었던 유명한 인사 중 한 예일 뿐이다. 베르두조 품종으로 만든 이 스위트 와인은, 1409년 그레고리 XII세가 열었던 공회의 만찬에 공식주로 선택되었고 스페인 까를로 5세의 만찬에도 자주 등장했다고 전해진다.
 
베르두조는 지척에서 생산되는 피콜릿에 비해 가꾸기가 까다롭지도 않고 오래전부터 두루두루 사랑받던 와인이다. 1825년 우디네 대학의 '지로니와 페터룽거(Zironi, Peterlungher)‘ 교수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Viti Friulane de’ contorni di Udine), 베르두조 품종(Verduzzo Friulano “clone Ramandolo)은 중동에서 전래된 품종이고 로마인이 이곳을 점령하기 이전부터 재배되었다.
 
이 품종은 콜리오와 카르소(주의 동남쪽) 지역을 제외하고 프리울리 평지와 언덕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 중 하나이다. 베르나디아(Bernadia) 산이 북쪽의 매서운 바람이 얼씬거리는 것조차 허용치 않는, 해발 250~400미터의 아늑한 언덕에서 자라며, 총 519 헥타르 밭 중 60헥타르에서 스위트 와인용 베루드조가 재배되고 나머지 포도밭에서 자라는 포도는 드라이 와인 양조에 사용된다. 와인이름과 생산지 이름이 같으며 라만돌로 계곡에 있는 니미스(Nimis), 타르첸토(Tarcento) 마을이 주요생산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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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루두조 잘로’, '라만돌로’라고도 불리며 병충해와 귀부균에도 강하다. 스위트 와인용 포도는 햇볕이 잘 들고 밀도가 높지 않은 토양에 심어야 잘 자란다. 예로부터 이곳에서는 드라이와 스위트 타입을 생산했으나, 드라이타입의 경우 껍질에 다량 함유된 타닌이 와인에 그대로 옮겨져 맛의 조화가 깨질 수 있다. 이런 불완전함을 보완하기 위해 수확시기를 늦춘 포도로 만든 세미드라이 또는 스위트타입이 전통적으로 선호되었다.
 
와인은 진한 황금빛을 띠며 아카시아꽃, 과일설탕절임, 밤, 꿀, 참피나무향이 난다. 남성적인 보디감이 돋보이지만 여성적인 우아함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미세한 타닌맛이 와인의 달콤함을 누그러트려 균형있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 [Colli Orientali del Friuli DOC 세 번째 이야기]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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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이탈리아 와인 유학 및 여행 전문 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 근무.
( baeknanyoung@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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