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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3C 와인을 아시나요 [4]
 
 
콜리오(Collio) DOC: 첫 번째 이야기
 
 
 
 
※제목의 3C란 Colli Orientali del Friuli DOC, Carso DOC, Collio DOC 지역을 말함.
 
 
글, 사진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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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3C와인을 아시나요] 시리즈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필자가 다뤘던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의 와인산지는 해당 주의 동쪽에 몰려있다. 대부분 슬로베니아 국경을 지척에 두고 있고 언덕지형이다. 그렇다고 3C지역을 제외한 중부의 평야와 해안지역에 퍼져있는 여섯 군데의 와인지역이 덜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지금의 프리울리 와인 인지도에 상당히 기여했음을 밝혀두고 싶다.
 
3C 와인의 세 번째 주인공인 콜리오(Collio) DOC 와인 산지는, 예전에 다루었던 카르소 DOC와 COF언덕 사이에 있다(지도참조). COF와인 지역의 중심지인 우디네에서 남동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슬로베니아 국경에 못 미처 고리지아(Gorizia)라는 도시에 도달하는데, 이 두 도시에 걸쳐있는 약 20km남짓한 거리다. 서쪽 끝에 있는 코르몬(Cormons) 마을에서 그 반대쪽에 위치한 오스라비아(Oslavia )까지 직선으로 약10km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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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오 언덕에는 총 1500헥타르의 포도밭이 있고, 약200 군데의 와인생산자들이 콜리오와인 생산에 분주하다. 이곳 언덕은 해발 60~270m정도이며 이웃한 COF지역과 비슷한 시기(5500~3500만 년 전)에 형성되었는데, 당시에는 이곳에서 불과 20km정도 떨어져있는 아드리아해와 연결되어 있었다. 태고적 바다의 흔적을 굳이 찾아본다면 포도뿌리를 에워싸고 있는 토양 정도일 것이다.
 
콜리오 지도를 살펴보면 산모의 자궁과 흡사하다. 자궁벽에 해당되는 줄리에 알프스산과 아드리아해는 석회성분과 pH가 높은 양수로 채워져있고, 그 안에서 포도송이가 안전하게 성장한다. 마치 자궁 양수에서 자라는 태아처럼 말이다.
 
콜리오는 (자궁처럼) 무조건적인 모성본능을 발휘하지만, 음식섭취량 조절과 가벼운 운동을 통해 태아가 과잉성장하지 않게하는 자제심도 발휘되는 곳이다. 다시 말하면, 규정으로 정해진 생산량(헥타르당 11톤)을 맞추기 위해 와인생산자들이 더운 여름 땡볕 아래서 솎아내기와 가지치기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이곳의 땅이 저절로 허용된 생산량의 절반 정도만 열매가 영글게 한다. 또한 이곳의 연중 강수량은 1,600mm로 이탈리아의 다른 주요 와인산지에 비해 높지만, 포도가 개화하고 열매를 맺고 성장하는 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집중된다. 콜리오 언덕의 모성이 또 한번 발휘되어 어린 포도가 무사히 성년을 맞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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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오 지역의 이름은 언덕, 경사진 곳, 작은 언덕을 의미하는 일반명사 Collio(라틴어 Collis가 어원)에서 그대로 차용되었다. 이 지역의 운명은 근처의 가장 큰 도시인 고리지아(Gorizia) 백작국의 정세에 따라 좌지우지되었는데, 1497년까지는 고리지아 백작국 직속이었다가 후에 고리지아가 오스트리아-합스부르그 왕국에 점령되는 바람에 제국의 영토로 편입되었다. 이후 1차세계 대전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패망하자 잠시 이탈리아에 귀속되었으나, 2차 세계대전에서 이탈리아가 패전국이 되면서 고리지아는 졸지에 냉전의 현장이 되었다.
 
1947년 고리지아를 두 쪽으로 가르는 철조망이 세워졌는데, 서쪽은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이탈리아령, 동쪽은 이와 대립하는 유고슬라비아령으로 분단되었다. 이러한 분단 상태는 2004년 유고슬라비아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면서 끝이 났고 2007년에 이 철조망은 제거되었다. 지금은 철조망 대신 양각으로 문자가 몇 줄 새겨진 원형의 금속발판만이 과거를 상기시켜 준다.
 
이탈리아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짐으로써 60년 동안 막혀있던 숨통이 트였고 발칸반도의 인종, 문화가 밀물처럼 몰려들어 고리지아는 이탈리아의 다민족 다문화의 산실이 되었다. 이전에도 고리지아는 500여년 동안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미적감각으로 재해석된 오스트리아 문화가 이곳저곳에 남아있다. 신성로마제국의 레오폴드1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고리지아성, 1767년대에 세워진 이냐지오 성당, 팔라쪼 란티에리(Palazzo Lantieri) 저택에 그려진 ‘술꾼 Bevitori’이라는 제목의 프레스코화 등이 그 예다. 이러한 아름다운 건축물 덕분에 고리지아는 “아드리아해의 니스La Nizza dell’Adriatico”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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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지아에 따라 붙는 이러한 찬사에는 콜리오 언덕에서 생산되던 와인도 한몫 했다. 이는 이 언덕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맛이 별미였기 때문이다. 1500년경, 의료종사원 감시청 고리지아 지부의 책임자로 와 있던 피에르 안드레아 맛티오리(Pier Andrea Mattioli는 “고리지아 영토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적절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했다. 또한, 팔라쪼 란티에리(Palazzo Lantieri di Gorizia) 저택에는 1548년 마르첼로 포고리노(Marcello Fogolino)가 그린 “술꾼Bevitori”이라는 제목의 프레스코화가 유명한데, 귀족남녀들이 콜리오 레드와인을 마신 후 취해 잠들어있는 모습을 그렸다. 쟈코모 카사노바(Giacomo Casanova)는 “고리지아 백작국에서 나는 화이트 와인은 모두 우수하고 백작국의 부는 모두 포도밭에서 온다. 이것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1,000제끼니( 베네치아 공화국의 동전, 순도 98,6%의 금화, 개 당3.5 그램)에 이른다”고 했다.
 
콜리오 언덕이 지역경제에 중요한 역활을 했지만, 지난1세기 동안 이곳에서 발생한 몇 가지 사실은'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의 본보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1890년대 유럽은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가진 필록세라(포도나무뿌리 진디)의 기세에 맥을 놓고 있었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19세기가 끝날 때까지 프리울리주의 포도밭은 이 균에 전염되지 않았다.
 
곧 닥칠 위험에 다급해진 와인산업 관계자들은1891년 “제4회 오스트리아 양조학회”를 열어 필록세라 예방대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학회는 고리지아에서 열렸고 참가자들의 관심은 두 가지 의제에 모아졌는데, 필록세라에 강한 품종끼리 교배하느냐 아니면 미국뿌리에 유럽 품종을 접순한 대목을 사용하느냐였다. 대부분은 후자를 선호했고, 이에 따라 콜리오언덕 와인생산자들은 발빠르게 Casarsa, Martignacco에 묘목농원을 세우고 대목실험 및 재배에 착수했다. 10년 뒤 문제의 균이 콜리오에 침투했을 때, 이곳 생산자들은 필록세라에 감염된 나무가 발견되면 즉시 그 동안 키웠던 대목으로 침착하게 교체하여 그 피해를 최소화했다.
 
콜리오 농부들의 실험정신은 필록세라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이미 발휘된 바 있었다. 1868년 프랑스 출의 테오도로 드 라투르(Teodoro de Latour) 백작이 콜리오 언덕을 방문했을 때, 그는 이곳이 메를로, 카베르네 쇼비뇽 등의 프랑스 품종 재배에 적합한 지역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백작은 즉시 이곳에 프랑스 품종을 심었고 곧 이곳의 생산자들도 그 뒤를 따랐다. 이렇게해서 콜리오는 프리울리주에서 가장 먼저 프랑스 품종을 재배하게 되었다.
 
이런 솔선수범 정신은 21세기 후손들에게도 전달되었다. 콜리오 언덕을 사이좋게 공유하는 13개 마을 중 가장 동쪽에 있는 오스라비아(Oslavia)에서'내츄럴 와인(Vini Naturali, 자연주의 와인)’의 물결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콜리오의 대표품종인 리볼라 잘라(Ribolla Gialla)를 조상들이 생산하던 방식대로 재현하고자 하는 온고지신 정신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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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오 DOC와인은 11개의 화이트품종과 4개의 레드품종으로 만들어지는데, 총 150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6만 헥토리터의 와인이 시장에 유통된다. 라벨에는 보통'Collio DOC’ 다음에 포도품종명을 붙인다. 화이트품종으로는 샤르도네, 말바지아, 뮐러 투르가우, 피콜릿, 피노 비앙코, 피노 그리조, 리볼라 잘라, 리슬링, 소비뇽 블랑, 프리울라노, 트라미너 아로마티고(게브르츠트라미너)이고, 레드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 피노 네로, 레포스코 달 페둔코로 로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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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 baeknanyoung@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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