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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3C 와인을 아시나요? [1]

 
- Colli Orientali del Friuli DOC, Carso DOC, Collio DOC -
 
 
 
 
글, 사진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필자의 지인들은 가끔 “이탈리아 사람들은 어때요?’라고 물어본다. 질문의 의도는 오래 전에 본 이탈리아 영화의 단골배우 소피아 로렌이나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가 만들어놓은 이미지를 확인하고자 함이다. 아담한 체구에 검은 눈, 까무잡잡한 피부에 다혈질 성격 등은 이탈리아인에 대한 굳어진 이미지다. 위 질문에 대해 필자는 “이탈리아 중남부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정도로 밖에 대답할 수 없어 지인들을 실망시킨다.
 
토스카나와 에밀리아 로마냐주 위쪽의 북이탈리아인들은 날씨만큼 차가운 성격과, 라틴계보다는 독일계나 슬라브계에 더 가까운 신체적 특징을 지닌다. 필자가 지금부터 소개할'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와인의 주인공 상당수가 팔척장신에 푸른 눈과 금발의 이탈리아인이라면, 필자의 지인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할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인의 평범한 신체적 특징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사는 이곳은, 주(州)의 이름조차 일반적인 이탈리아의 주와는 다르다. 이탈리아의 20개 주 가운데, 프리울리-베네지아 줄리아(이하 프리울리)와 트렌티노 알토아디제, 그리고 에밀리아 로마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단어로 되어있다(예를 들면 피에몬테, 시칠리아 등). 발음도 쉽지 않은데다가 세 개 단어를 외워야 하고, 반드시'Friuli-Venezia Giulia’ 순서대로 기억해야 한다. 또한 Friuli와 Venezia 사이에만 하이픈(-)을 그어야지, Venezia-Giulia라고 했다가는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 이 하이픈(-)은 단순히 두 단어를 잇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지역의 역사를 온전히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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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다뉴브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서 지금의 프리울리 지방을 전초기지로 삼았다. 후세들은 이곳을'베네치아 에 이스트리아(Venetia et Histria)’라고 부른다. 1420년경 세력을 키워가던 베네치아 공화국은 18세기 말까지 오랜 기간 동안 이곳을 점령했다. 당시 베네치아 공화국의 영토는 롬바르디아주의 브레샤, 만토바를 아우르는 슬로베니아까지 매우 광범위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세 구역으로 나누었다:'베네치아 줄리아’(Venezia Giulia, 트리에스테,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지역),'베네치아 트리덴티나’(Venezia Tridentina, 트렌티노와 알토아디제 지역), 그리고'베네치아 프로프리아’(Venezia Propria, 프리울리로 불리기도 함. 베네토주 중부와 동부 그리고 프리울리의 서, 중부).
 
19세기 말, 베네치아가 쇠약해지자 베네치아 줄리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지배하에 들어갔고, 1861년 이탈리아가 통일된 이후 베네치아 트리덴티나와 베네치아 프로프리아는 이탈리아로 편입되었다. 세계1차 대전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몰락하자 베네치아 줄리아의 트리에스테와 일부 슬로베니아 북서부 해안지역은 이탈리아 영토로 귀속되었고, 프리울리와 베네치아 줄리아가 하이픈(-)을 사이에 두고 결합되었다.
 
흔히 이탈리아 독립기념일이나 국경일에 프리울리아니(프리울리 주민들을 일컬음)들의 국기 게양비율이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다고들 한다. 다른 주에서는 국기게양이, 월드컵이나 UEFA챔피언스리그에 이탈리아 국가팀이 경기를 치를 때만 볼 수 있는 희귀한 풍경이지만, 프리울리아니의 애국심은 남다르다.
 
1차 대전 후 '베네치아 줄리아’ 지방의 이탈리아로의 귀속은 다소 불완전했기 때문에, 국경문제로 유고슬로비아와 마찰을 빚었다. 그 결과트리에스테를 포함한 그 위성지역에는 이탈리아의 베를린 장벽이라 할 수 있는 ‘TLT(트리에스테 자유지구)’ 분리선이 그어졌고,1975년에 무효가 될 때까지 TLT를 맞대고 이탈리아와 유고슬로비아가 대치했다.
 
비슷한 시기, 베네치아 줄리아 전역에서 유고슬라비아 공산군에 의해 무고한 주민들이 살해되거나 땅속에 생매장 당하는 “포이바(Foiba) 참사”가 벌어졌다. 그리고 주변국가와의 이러한 충돌은 프리울라니의 마음속 깊이 조국애를 심어놓았다. 이러한 현대사는, 프리울라니의 대지에서 생산되는 프리울리 와인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프리울리 와인은, 맹추위와 시속 160km의 바람에도 휩쓸리지 않고 견디며 때를 기다리다가, 코르크를 여는 순간 그간의 인고를 조심스럽게 풀어놓는 속 깊은 와인이다.
 
현재 프리울리주는 총 4개의 DOCG와 10 개의 DOC를 보유하고 있다. 프리울리주의 총면적(7.844km2) 중 산악지대가 42.6%, 평지는 38.1% 나머지는 언덕이 차지한다. 중부와 남부에 걸쳐있는 평지에는 다섯 개의 DOC와인(Annia, Aquileia, Grave, Isonzo, Latisana)이 생산되고,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카르스트 고원지대에는 카르소(Carso DOC) 와인이 생산된다. 방향을 돌려, 슬로베니아와 근접한 주의 북동쪽에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언덕지역이 있다. 이곳은 프리울리의 존재를 세계에 알린 콜리오(Collio DOC), 콜리 오리엔탈리 델 프리울리(Colli Orientali del Friuli DOC, 콜리 오리엔탈리라고 부름)가 생산되는 무대이다. 또한 프리울리주의 4개 DOCG 중 3개(피콜릿DOCG, 라만도로DOCG, 로사쪼DOCG)를 독점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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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0,431헥타르에 달하는 이곳의 포도밭에서는 연간 8천만 병 정도의 와인이 생산된다. 프리울리 화이트와인은 오래 전부터, 장기숙성 할수록 중후한 보디감, 원만한 맛과 풍미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이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1960년대만 해도 화이트와인을 오래 두고 마신다고 하면 다수의 이탈리아인들은 의문을 품었다. 그들은, 생산한지 얼마 안되어 산도가 높은 화이트와인이야말로 제 맛을 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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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토카이’로 불렸던 프리울라노, 리볼라 쟐라, 말바시아 이스트리아노, 비토브스카(vitovska) 품종은 프리울리 농부들과 동고동락을 함께 한 화이트 품종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피노 비앙코, 피노 그리지오는 프리울리의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여 그 개성을 맘껏 뽐내고 있는 품종이다. 또한, 국제 품종인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와인의 품질도 나아지고 있으며, 멸종위기에 처했다가 극적으로 다시 부활한 프리울리의 레드 품종(refosco dal penduncolo rosso, pignolo, schioppettino, tazzelenghe, terrano) 역시 과거의 확고했던 지위를 빠르게 되찾아가고 있다.
 
프리울리 전역에서 국제품종과 함께 대중적인 프리울리 품종(리볼라 잘라, 후리울라노 또는 토카이, 레포스코 달 페둔콜로 로쏘, 베루두조)이 번성하고 있지만, 필자는 프리울리 고유의 품종을 고스란히 병에 담아내는 3C와인 즉 Colli Orientali del Friuli DOC, Carso DOC, Collio DOC 와인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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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 와인을 아시나요?[2]에서 계속됩니다.
 
 
글쓴이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이탈리아 와인 유학 및 여행 전문 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 근무.
( baeknanyoung@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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