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스페인 와인이 누리는 명성에는 예술가의 기여도 한몫 했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나 프랑크 게리(Frank Gehry) 같은 위대한 건축가들이 참여한 와이너리 건축은 세상의 이목을 스페인으로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진은 리오하 지역의 와인 명가 마르케스 데 리스칼 Marques de Riscal 소유의 호텔로, 프랑크 게리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마르케스 데 리스칼과 프랭크 게리, 두 거장의 만남> 참조.

지난 십여 년만 살펴보아도, 전세계에서 스페인만큼 눈에 띄는 품질혁명을 이룬 곳은 없다. 특히 와인생산자들의 혁신적인 성향, 스페인의 지역적 다양성, 토착 품종에 대한 재인식 등은 이러한 혁명의 촉매가 되었는데, 이 모두를 목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은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와 페네데스(Pedenes)다.

리베라 델 두에로는 현재 동일한 품종(템프라니요)으로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리오하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으며, 환경친화적인 농법의 도입이 돋보이는 페네데스는 국제 품종(카베르네 소비뇽, 소비뇽 블랑, 시라 등)으로 만든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카바 Cava)으로 주목 받고 있다('Making Spanish wines work in pubs',2011).

△ 퀸타니야 데 오네시모(Quintanilla de Onesimo)는 베가 시실리아(Vega Sicilia), 핑구스(Pingus) 같은 유명 와이너리들이 자리한 마을로, “리베라 델 두에로의 황금길Golden Mile"로 불린다. 사진은, 1993년 이곳에 설립된 아르수아가 나바로(Arzuaga Navarro)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아마야Amaya’ 와인 컬렉션이다('아마야'는 와이너리 설립자인 플로렌티노 아르수아가의 딸로, 스페인에서 잘 알려진 패션 디자이너다). 아르수아가의 포도밭은 베가 시실리아의 포도밭과 나란히 위치해 있으며, 와이너리에서 운영하는 호텔 및 사파리 투어는 스페인 와인과 관광을 접목시킨 훌륭한 사례로 꼽힌다(GLK 와인 수입).

△ 140여 개국으로 와인을 수출하며 연간 매출 3천억 원을 기록하는 토레스(Torres)는 스페인 와인산업의 대표주자 중 하나다. 페네데스에 본거지를 두고 확장을 거듭하여 지금은 리오하, 리베라 델 두에로, 캘리포니아, 칠레, 중국에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해, 한국에서 스페인 와인의 급격한 성장세를 목격한 토레스 측은 마스 라 플라나, 그랑 코로나스, 샹그레 데 토로 등 3종의 와인 레이블에 한글로 정보를 표기하여 출시했다. 토레스는 2010년에 주류전문매체 Drink Business에서 뽑은 '올해의 녹색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신동와인 수입).

△ 최근 몇 년간 경기침체의 여파로 샴페인 매출이 주춤한 반면 스파클링 와인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인 카바(Cava)도 예외가 아닌데, 가격 대비 좋은 품질 덕분에 마트, 와인숍 등 off-trade 부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편, 와인 바나 레스토랑 같은 on-trade 부문에서는 이탈리아의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Prosecco)에 카바가 다소 밀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샴페인이나 프로세코 대신 카바를 잔 단위(by the glass, 또는 glass wine)로 판매할 경우, 품질은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레스토랑 경영자에게는 꽤 매력적인 요소다. 또한 레스토랑에서 카바를 활용한 레시피(칵테일 같은)를 제공할 경우, 다양한 취향의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 사진은, 세계적인 판매량을 자랑하는 프레시넷(Freixenet)(금양인터내셔날 수입).

와인의 다양성과 가격 대비 높은 품질 덕분에, 스페인 와인은 와인애호가들의 입맛과 주머니 사정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몇 안 되는 와인 중 하나다. 스페인식 전채요리인 타파스와 함께 와인을 즐기는 일상적인 경험도 좋고, 전문적인 스페인 와인 시음회에 참가하여 심도 있는 지식을 쌓는 경험도 좋다. 가격대별로, 지역별로 다양한 스페인 와인을 경험함으로써, 와인의 세계에 대한 지평을 과감히 넓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