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와인 마케팅에 대한 조언

하우스 와인 마케팅에 대한 조언

글 _ 고재윤

최근 호텔 레스토랑이나 시내 레스토랑을 찾은 고객들이 식사 시 와인 한두 잔을 마시거나 병으로 주문하는 것은 보편화되었다. 이 때 목록을 보고 직접 와인을 주문하는 고객도 있지만, 대부분 소믈리에에게 의존해서 주문하는 와인초보자 고객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때로 이들은 하우스 와인(house wine)을 주문해서 마시기도 한다.

하우스 와인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가정에서 식사 중 내놓는 와인으로, 각 가정에서 직접 양조한 와인을 식사할 때 마시는 것에서 유래하였다.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도 자신들이 양조한 와인을 고객들에게 하우스 와인으로 제공하기도 했는데, 이런 하우스 와인이야말로 가장 정성이 많이 들어간 와인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와인을 직접 만들지 않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은 와인을 벌크로 구입한 후 카라프에 담아 고객들에게 제공하였다.

하우스 와인의 조건

오늘날 호텔 및 레스토랑에서 하우스 와인으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식사메뉴와 조화가 잘 되고 가격대비 품질이 좋으며, 원가가 저렴하고 다양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와인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하우스 와인은 호텔, 레스토랑의 지배인 혹은 소믈리에가 심사숙고해서 선택해야 한다. 호텔,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고,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와인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값이 비싸지 않고 품질이 좋으며`모든 고객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을 고르려면, 소믈리에가 유능해야 한다.

저명한 와인작가이자 평론가인 휴 존슨은 “호텔, 레스토랑의 서비스 품질 혹은 소믈리에의 능력을 가늠해보려면 하우스 와인을 주문해서 마셔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하우스 와인이 밋밋하거나 너무 날카로워 맛이 없다면 그곳의 와인리스트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이렇듯 하우스 와인을 마셔보면 그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덧붙이자면, 유럽의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여러 명의 소믈리에들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 후(!) 하우스 와인을 선택한다.

필자는 최근 서울시내 특급 호텔의 레스토랑 및 고급 레스토랑에서 하우스 와인을 마셔보고는 실망을 많이 하게 되었다. 하우스 와인인데 가격이 저렴하지 않을뿐더러 가격대비 품질도 많이 떨어지고, 음식과 조화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소믈리에들이 이런 와인을 고객에게 자신 있게 추천해주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하우스 와인을 선택할 때 소믈리에가 과연 심사숙고했는지, 와인수입업체의 재고정리용 와인을 받아서 파는 것은 아닌지, 수명이 다되어가는 와인을 싸게 구입해서 파는 것은 아닌지, 특정 와인수입업체와의 관계 때문에 무조건 팔고 있는 와인은 아닌지 등 온갖 의구심이 들었다.

하우스 와인의 품질이 중요한 까닭은, 품질 좋은 하우스 와인을 마셔 본 고객들은 다음에 테이블와인을 주문해서 마실 가능성이 높고, 와인을 평소 마시지 않는 고객들마저도 와인소비층으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형편없는 하우스 와인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고객들은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게 될 것이다.

와인 속에 진실이 있는 것처럼, 거짓 없고 정직한 하우스 와인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레스토랑의 철학이자 소믈리에의 임무다. 호텔, 레스토랑의 하우스 와인 마케팅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