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왕국, 로마네 콩띠(Romanee-Conti)
샹베르탱에서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오면 아름다운 성으로 유명한 부조(Vougeot)를 만나게 된다. 이 성은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여지며 성 바로 뒤편으로 있는 작은 포도밭이 단 하나의 그랑 크뤼를 생산하는 포도밭이다.
부조와 샹볼 뮤지니(Chambolle Musigny)의 포도밭은 바로 붙어있는데 이 때문에 두 와인은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샹볼 뮤지니는 무척이나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으로 이 와인은 기품 있고 아름다운 숙녀에 비유되기도 한다.
찻길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모든 와인 애호가들의 꿈, 로마네 콩띠(Romanee-Conti)를 만나게 되었다. 축구장 만한 크기의 모노폴(Monopole-하나의 포도밭이라는 뜻. 오직 하나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만으로 와인을 만들 경우 와인 라벨에 Monopole이라고 쓴다). 이 작은 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으로 "금지된 왕국"이라는 별명이 붙은 로마네 콩띠이다.
일본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며 조금은 소란스럽게 로마네 콩띠의 대리석 팻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조금은 흥분되어 로마네 콩띠 포도밭의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워 누가 볼까 얼른 주머니에 넣었다.
그까짓 돌멩이가 무어 대수일까 싶겠지만 워낙에 유명한 포도밭이라 관광객들이 저마다 하나씩 돌멩이를 주워가서 포도밭??자꾸 돌멩이가 줄어들어 더 이상 포도밭에 손대는 것을 금지한다고 한다.
이 돌멩이는 로마네 콩띠 포도밭의 토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석회질이 풍부하여 하얀색을 띠고있다. 흙은 완전한 점토질로 찰흙처럼 찐득찐득하고 찰기가 넘치며 어두운 밤색을 띠었다. 비가 온 후라서 그런지 흙은 정성껏 치댄 수제비 반죽처럼 찰기가 넘쳤고 축축했다.
바로 자전거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을 하나 사이에 두고 로마네 생 비방(Romanee-St.-Vivant)과 라 타쉐(La Tache) 포도밭이 이웃하고 있었는데 우습게도 그 와인의 가격은 열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로마네 콩띠를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항상 와인 라벨에서만 보던 이름들을 이렇게 길 안내 표지판으로 만나게 되니 가슴이 설레고 뿌듯하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와인들이 바로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하니 정말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회에 젖었다.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포도밭을 밟고 서 있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아직 마셔보지는 못했지만 로마네 콩띠를 밟고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었다.
- 조 희 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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