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강한 맛을 즐기는 분들께 권하는 블루치즈는 프랑스 지방마다 약간씩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전에 소개한 쌩 넥때르를 생산하는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은 유명한 블루치즈 중 하나인 블루 도베르뉴(Bleu d’Auvergne) 치즈의 원산지로도 알려져 있다. 이 블루 도베르뉴 치즈는1975년에 AOC 지정을 받았다.
양젖으로 만드는 로크포르를 제외한 모든 블루치즈는 소젖으로 만든다. 블루 도베르뉴 치즈는 19세기 오베르뉴에서 로크포크 치즈를 생산하던 농부가 호밀빵에 생긴 푸른 곰팡이균에 아이디어를 얻어 바늘를 이용해서 치즈에 주름들을 만들었다. 이는 치즈 속에서 곰팡이가 결을 따라 잘 생기도록 촉진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매우 강하고 톡 쏘면서 나무열매나 견과류 맛이 풍부한 치즈가 만들어졌다. 비교적 향과 맛은 진하지만 텍스처는 크림처럼 부드러운 것도 블루 도베르뉴 치즈만의 특징이다. 원래 블루 도베르뉴 치즈의 모양은 원통형이며 지름이 20cm정도로 크기가 큰 편. 그러나 시중에서는 직사각형으로 개별 포장된 제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치즈를 잘라보면 매우 축축하고 끈적하면서도 부서지기 쉬운 것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시큼한 맛이 강하면서 곰팡이의 쿰쿰한 맛이 바로 이어진다. 피니시에서는 견과류 맛과 함께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을 오래 느낄 수 있다.
약간 씁쓸한 맛을 가진 치커리, 너트, 생 버섯을 넣은 샐러드의 드레싱이나 핫 파스타의 최고 소스로 사랑받고 있다. 간단하게 치즈만을 먹으려면, 배와 함께 시럽을 두르면 더욱 맛이 깊고 부드러워진다.
와인과의 조화
보통 블루치즈들은 스위트 화이트 와인들과 잘 어울린다고 알려져 있다. 이 블루 도베르뉴 치즈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정석대로 소테른(Sauterne) 와인 중 하나인 샤또 리우쎅(Ch. Rieussec) 을 골랐다. 디켐(Ch. d’Yquem)의 명성에 가려질 때가 많지만 이 와인의 2001년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100점을 받을 정도로 저력있는 그랑 크뤼이다.
꿀과 카라멜, 말린 과일, 산도가 풍부하고 오래 지속되는 팔레트를 가졌다. full-body 와인으로 단 맛이 입 안에서 물결을 치는데, 이 풍부한 맛은 블루 도베르뉴 치즈가 가진 쿰쿰하고 자극적인 맛을 만나 서로 죽이지 않고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레드 와인으로는 보르도와 인접한 까오르 지방의 Cahors Le Cedre 를 골랐다.
Ch. du Cedre의 와인으로 주품종은 말벡이며 진한 빛깔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을 준다. 까오르 지방 와인은 이렇게 색깔이 진해서 ‘잉크’라는 별명을 가지기도 한다.
처음부터 삼나무 향이 짙게 올라고 뒤이이 건포도, 초코렛, 구운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깊고 진한 맛과 골격이 단단한 구조감이 느껴져 블루 도베르뉴 치즈의 바디감과 잘 어울린다. 풍부한 맛이 치즈와 만나 더욱 화려하게 입 안에 맴돌며 오래 지속되는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