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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와인의 대가 실뱅 피티오 “우아하고 섬세한 와인 만들죠”

“부르고뉴 와인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꼭 하라고 한다면 우아함과 섬세함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보르도 와인이 ‘힘과 근육’을 연상케 한다면 부르고뉴 와인은 가냘픈 여인과 같다.”

부르고뉴 와인의 고전과도 같은 책 ‘부르고뉴 와인(Les Vins de Bourgogne)’의 저자인 실뱅 피티오(Sylvain Pitiot, 58세)씨의 설명이다.

직접 경영하고 있는 그랑 크뤼 등급 와이너리 ‘끌로 드 따르(Clos de Tart)’와 한국의 ‘빈티지코리아’간 계약을 위해 방한한 그는 부르고뉴 와인의 대가답게 자신 있게 설명을 이어갔다.

“부르고뉴의 주품종인 피노누아는 인상파 화가들과도 유사하다. 그들은 30번을 그려도 같은 품질의 그림을 그리는데 부르고뉴 와인의 성실성이 그와 같다. 피카소 그림처럼 들쑥날쑥하지 않다. 음악과 비교한다면 바흐가 아니라 모차르트나 쇼팽의 음악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예술을 빗대어 부르고뉴 와인을 설명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들이 예술적인 와인을 만든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와인메이커를 ‘포도밭의 예술가’라고도 부르는데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선 예술적 창조력이 있어야 한다”는 그는 “와인은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와인을 잘 만들려면 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감수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부르고뉴 와인을 만드는 사람 가운데 양조학 전공자가 많지 않은데 그만큼 예술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와인을 잘 알려면 시음을 잘 해야 한다”는 그는 그러기 위해선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음을 하면서 각각의 와인이 지닌 향의 특징을 잘 구분하고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시음을 하는 그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제조업자로서 와인을 만들 때. 이 때 만큼은 반드시 점심시간 전에 시음한다고 한다. “11시쯤 모든 감각이 열려 있을 때 하는 게 와인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와인제조는 예술

세계 각국의 와인제조업자들과 와인을 교환해 마시고 있으며 바로 옆 ‘로마네 콩티’나 ‘샹베르땅’과도 늘 비교한다는 그에게 좋은 와인에 대해 물어봤다.

“좋은 와인은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young)나 묵은 것이나 모두 좋아야 한다”는 그는 “오래 묵으면 복합적인 맛을 낼 수는 있지만 영할 때 좋지 않은 와인이 오래 묵는다고 좋아지지는 않는다. 좋은 와인은 젊어서도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르고뉴 와인은 디캔팅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부르고뉴 와인의 탄닌은 마개를 딴 채 놓아두기만 해도 열린다는 그는 “디캔팅을 하면 너무 거치게 열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르도 와인은 탄닌이 다르기 때문에 디캔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떼루아(토양)가 중요하다는 부르고뉴에서 사람의 역할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사람도 떼루아의 일부”라고 말했다.

토양은 그냥 땅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지리적 요소와 땅에 사는 풀이나 벌레, 수세기 동안 그 땅을 가꾼 사람의 노력도 포함된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부르고뉴는 토양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와인의 품질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랑 크뤼의 하나인 ‘끌로 드 부조’의 경우 47ha에 80여명이나 되는 주인이 있지만 좋지 않은 와인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부르고뉴의 와인 등급은 공식적으로는 1935년에 매겼지만 실질적으로는 12세기부터 수도사들이 등급을 구분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전통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밭에서 나온 와인이라면 소유주가 직접 만들건 네고시앙이 만들건 차이가 없다고 했다.

부르고뉴의 주품종인 피노누아에 대해 그는 “약한 품종이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어야 좋은 와인이 나온다. 그래서 부르고뉴에선 ha당 30헥토리터로 생산량을 제한하고 있다. 끌로 드 따르에선 포도나무 당 5송이씩만 남기고 따주며 수확한 뒤 다시 좋지 않은 것들을 골라낸다”고 설명했다.

또 그랑 크뤼 등급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60년이나 되며 오래 된 것은 100년이 넘은 것도 있는데 수령이 오래될수록 농축이 잘 되고 좋은 와인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세계를 돌며 와인을 비교해보고 있다는 그는 “신대륙의 피노누아는 부르고뉴의 피노누아와는 다른 종류”라고 주장했다. 피노누아는 부르고뉴 토양에 적응한 품종이며 워낙 약하기 때문에 옮겨심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신대륙에 있다면 이미 그곳 토양이나 기후여건에 적응했으므로 품종이 달라진 것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블라인드 테스팅을 해보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볼네’와 ‘뽀마르’(참고 부르고뉴의 인접한 와인 산지) 와인을 잘 구분하지 못하지만 부르고뉴와 칠레의 피노누아는 금방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부르고뉴와 보르도의 차이에 대해 그는 “부르고뉴는 언덕이 있는 구릉지형이지만 보르도는 평야이며, 보르도에는 자갈이 많지만 부르고뉴엔 석회질의 진흙이 많고, 보르도가 대서양의 영향을 받는 반면에 부르고뉴는 대서양이나 지중해 등과 멀리 떨어져 있어 어느 쪽에서든 바다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굳이 보르도에서 부르고뉴의 유사한 곳을 찾는다면 언덕이 많은 생떼밀리옹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끌로 드 따르는

부르고뉴에 있는 33개 그랑 크뤼 가운데 하나. 그랑 크뤼는 부르고뉴 전체 와이너리의 1%에 불과한데 끌로 드 따르는 전체 그랑 크뤼의 1%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희소성이 있다는 게 피티오 씨의 주장이다.

포도가 완전히 성숙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늦게 수확하기로 유명하다. 2007년 빈티지는 예외적으로 일찍 수확했지만 그래도 다른 와이너리보다는 상당히 늦었다고 한다. 늦게 수확하려면 냉해를 입을 수 있는 등 리스크를 안아야 하지만 좋은 포도를 얻으려면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는 게 피티오 씨의 지론이다. 네고시앙을 통해 판매하다 2007년부터 직접 판매하고 있다. 품질에 자신이 있는 만큼 중간상을 통하지 않고 가격을 통제하면서 팔겠다는 것. 이 때문에 최근 가격이 급등했다고 한다.

그랑 퀴르 등급인 ‘끌로 드 따르’ 2007 빈티지는 색상부터 우아한 느낌을 주는데 맑고 부드러운 선홍색을 띠고 있다. 젊은 와인이지만 신선한 향과 깊은 맛이 느껴진다. 높은 점도는 포도나무의 수령을 나타내고 있다. 그만큼 부드러운 와인이다.

세컨드 와인인 ‘라 폴즈 드 따르’ 2007년 빈티지는 약간의 산도와 과일향이 느껴지면서 밝은 선홍색에 점도도 비교적 높은 편.

실뱅 피티오는

부르고뉴 와인의 교과서와도 같은 ‘브로고뉴 와인(Les Vins de Bourgogne)’의 저자. 원저자인 삐에르 뿌뽕(Pierre Poupon)의 사위인데 장인으로부터 저작권을 넘겨받아 책을 계속 업데이트 하고 있다.

‘부르고뉴 포도밭 지도책’과 ‘꼬뜨 드 뉘’와 ‘꼬뜨 드 본’의 포도밭 정밀지도를 편찬한 지질전문가인데 삐에르 뿌뽕의 딸과 결혼하면서 와인 전문가로 변신했다.

오스피스 드 본에서 12년간 현장근무를 하며 포도재배와 양조기술을 익혔고 이후에도 알록스 꼭동을 비롯한 부르고뉴의 여러 도멘(양조장)에서 경험을 쌓고 1995년부터 끌로 드 따르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브로고뉴 와인(Les Vins de Bourgogne)’은 14판까지 나왔는데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교과서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어느 한 곳에도 끌로 드 따르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을 만큼 중립적이고 정확하게 서술해 동료 와인메이커들도 이 책을 참고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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