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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의 버킷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그리스는 서구 문명의 발상지인 동시에 현대 와인 문화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 역사가 5천년이 넘는 그리스 곳곳에서 신화 속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그리스는 육지의 80%가 산이나 구릉지대이며 수 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세 개의 바다, 에게 해와 이오니아 해, 지중해와 4,023km에 달하는 해안선은 숨 막힐 정도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에게 해의 아름다운 섬, 산토리니
 
산토리니는 아테네에서 비행기로 50분 남짓 걸린다. 티라(Thira)섬이라고도 하는 산토리니는 작은 초승달 모양을 한 화산군도이다. 원래 하나의 큰 섬이었는데, 기원 1500년대에 거대한 화산 폭발이 일어나 땅이 가라앉고 5개의 섬만 남았다. 일각에서는 산토리니가 전설 속의 대륙 아틀란티스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산토리니의 대표 포도 품종은 아씨르티코(assyrtiko)라는 백포도다. 고대 지중해 국가인 앗시리아에서 왔다는 뜻으로 드라이 화이트 와인과 빈산토(Vinsanto)라는 달콤한 와인을 만든다. 드라이 아씨르티코 와인은 레몬, 라임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풍부하고 산도가 강해서 레몬 대신 요리에 사용해도 된다고 할 정도다. 빈산토의 경우, 수확한 포도를 2주 정도 햇빛에 말려 당도를 높여 만든다. 농축된 과실 풍미와 꿀처럼 단 맛과 함께 산미도 풍부한 빈산토는 산토리니 특산품으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고대 영웅들의 섬, 펠레폰네소스 반도
 
펠레폰네소스 반도는 그리스 본토의 남부를 이루는 지역으로, 아테네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고대 도시국가 스파르타가 있었던 곳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와인 산지는 화이트 와인 산지 만티니아(Mantinia)와 펠레폰네소스의 심장 네메아(Nemea)를 꼽을 수 있다. 토착 품종의 활약이 대단한 지역답게 생산지와 짝을 이루는 품종들이 존재한다. 35km의 긴 계곡이 있고 해발 650미터의 고지대인 만티니아에선 모스카토를 연상시키는 백포도 모스코필레로(moschofilero)를 재배한다. 신선하고 상쾌한 라이트 바디의 드라이 와인으로 산도는 높고 알코올은 낮은 편이라서 한 여름 밤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그리스 신화의 무대였던 네메아의 경우, ‘헤라클레스의 피’라는 뜻을 가진 아기오르기티코(Agiorgitiko)를 주로 재배한다.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품종으로 양조 방법에 따라 가벼운 로제 와인에서 붉은 과실의 맛이 상큼한 레드 와인은 물론 풍미가 복합적이고 타닌이 강한 와인까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스 와인의 과거와 현재
 
중부 그리스의 토착 품종은 백포도 사바티아노(savatiano)로, 과거 레치나(Retsina) 와인을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암포라(진흙 항아리)에 와인을 담고 송진(Pine Resin)으로 밀봉 처리했는데, 이 때 송진의 풍미가 와인에 스며들었다. 오늘날에는 알코올 발효시킬 때 송진을 첨가하여 만든다. 수 천 년이 지났어도 레치나 와인의 인기는 여전해서 그리스 테이블 와인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북부 그리스는 최근 세계 와인 생산지 중 주목 받는 곳으로 토착 품종은 물론 국제 품종으로도 와인을 만들고 있다. 시노마브로(xinomavro)는 중요한 적포도 품종 중 하나다. 색상은 옅은 대신 타닌과 산도 모두 강하고 과실, 햇빛에 말린 토마토, 가죽, 향신료의 향이 복합적으로 나는데, 이태리의 네비올로와 상당히 비슷하여 그리스의 네비올로라고도 불린다. 나우사(Naoussa)는 시노마브로를 생산하는 최고의 지역 중 하나로 깊이감과 복합성 그리고 그리스 레드 와인 중 가장 오랜 숙성 잠재력을 자랑한다. 그리스 와인 중 단 하나만 마셔야 한다면 나우사 시노마브로를 추천하고 싶다.
 
 
재료의 신선함을 살려주는 그리스의 음식
 
현지의 개성 넘치는 음식을 맛보는 것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건강식으로 환영 받는 지중해 연안 요리 범주에 속하는 그리스의 다양한 요리들은 단순하면서도 조화롭다. 싱싱한 채소와 제철 과일, 갓 잡은 해산물 그리고 신선한 레몬과 질 좋은 올리브 유를 사용하여 소박하고도 친근하다. 몇 가지 그리스 요리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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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식 샐러드
 
마치 샐러드의 끝판 왕을 보는 듯 하다. 올리브, 토마토, 오이, 페타치즈, 양파에 올리브오일, 식초, 허브, 레몬즙, 소금, 꿀로 소스를 만들어 뿌리기만 하면 된다. 푸른 잎 채소는 선택사항이며 파를 잘라 넣어도 의외로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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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마다키
 
돌마다키(dolmadakia)는다진 고기와 찐 밥을 섞어 각종 허브와 레몬 향을 가미한 후 살짝 찐 포도 잎으로 돌돌 말아 오븐이나 냄비에 익힌다. 그리스의 상큼한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리며 밥이 들어가 있어 우리 입맛에 익숙하다. 그리스에서 꼭 맛 봐야 하는 음식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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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로 만드는 스파나코피타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각종 파이는 그리스의 흔한 가정식이다. 채소를 삶아 다져서 속을 채워 구운 납작한 파이는 담백하고 맛있다. 시금치로 만드는 스파나코피타(spanakopita)가 유명하고 페타 치즈를 넣어서 만든 티로피타(tyropita)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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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타 치즈로 만든 티로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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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타 치즈 혼합의 그린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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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 요리, 문어 구이
 
그리스는 해산물 요리의 천국이다. 그리스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유명한 레스토랑 셀렌(Selene)의 문어 구이는 단연 최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해서 씹는 맛이 일품이다. 깔라마끼(kalamarkia)는 작고 통통한 어린 오징어를 튀겨 소금과 레몬즙을 뿌려 먹으며 육질이 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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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고기 요리,기로스
 
그리스에서 양고기는 특별 대우를 받는다. 수블라키(souvlaki)는 고기를 꼬챙이에 꽂아 숯불에 구운 요리로 피타(pita, 얇은 빵)에 싸 먹거나 소스(요거트에 마늘, 오이, 딜을 다져 넣은 것)에 찍어먹는다. 터키의 케밥과 비슷한 기로스(gyros)는 쇠꼬챙이에 고기를 겹쳐 포개놓고 꽂아 세로로 세워 천천히 돌리면서 불에 굽는 요리이다. 익은 부위를 잘라서 채 썬 양파, 피타와 함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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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요리, 도미구이
 
그리스에서 생선은 육류보다 비싸다. 남획으로 인해 지중해에서 생선은 씨가 말랐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생선요리 전문 레스토랑 콜리아스(Kollias)의 도미 구이가 인상 깊은데, 소금으로 도미를 겹겹이 감싼 후 오븐에 굽는다. 딱딱하게 굳은 소금 위로 알코올을 부어 불쇼를 연출하는 것도 볼만하다. 적당한 짠맛,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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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릭 요거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그릭 요거트. 진하기도 진하지만 농도가 매우 진득하다. 누구라도 이 부드럽고 진한 맛에 빠진다면'하나 더!’라고 외치지 않을까? 베리, 잼, 꿀, 견과를 섞으면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디저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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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크림을 얹은바클라바
 
그리스에서 바클라바(baklava)는 가장 인기 있는 디저트 중 하나다. 얇은 유프카(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만드는데 패스츄리와 비슷하다) 사이에 견과를 넣고 시럽이나 꿀을 부어 완성한다. 산토리니의 스위트 와인인 빈산토와 완벽하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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